
세계자연유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서론
한반도 최남단, 태평양과 동중국해가 맞닿는 자리에 솟아오른 화산섬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하고 아름다운 landscape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약 180만 년 전부터 시작된 화산활동이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며 빚어낸 이 섬은, 단순히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넘어 지구의 화산 생성과정과 생태계의 진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지질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2007년 6월 27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개최된 제31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러한 제주도의 가치를 인정하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등재하였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며, 이후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과 더불어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진귀한 지위를 얻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이 유산을 구성하는 세 개의 핵심 지역—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지질학적 특성과 등재 가치를 살펴보고, 그 보존이 지니는 학술적·생태적 의의를 고찰 한다.
본론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총 면적 18,846헥타르에 이르는 광대한 규모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응회환이라는 세 구역으로 구분되어 등재되었다. 이 세 구역은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화산 현상을 대표하는 연속유산(serial property)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첫째,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서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순상, 즉 방패 모양의 화산체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반복적 분출로 형성된 완만한 경사의 화산체는 정상부에 백록담이라는 화구호를 품고 있으며, 그 정상부 아래로는 다양한 형상의 암석과 폭포가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이룬다. 특히 이 화산체의 원형이 풍화나 침식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아울러 한라산 일대는 화산지형이 만들어낸 독특한 환경 덕분에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하여, 세계유산 등재에 앞서 이미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둘째, 성산일출봉은 제주도에 분포하는 360여 개의 단성화산체, 즉 제주 방언으로 '오름'이라 불리는 소형 화산체 가운데 하나이며, 해안선 근처에서 뛰어난 경관을 제공하는 수성화산체이다. 얕은 바다에서 마그마가 물과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며 형성된 이 응회구는 바다에서 솟아올라 극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요새 모양의 지형으로, 일출 명소로서의 대중적 명성 이면에 수성화산 활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학술적 표본이라는 위상을 지닌다.
셋째, 이 유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만 년에서 30만 년 전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으로부터 만들어진 여러 갈래의 용암동굴로 구성되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동굴은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다. 이 동굴계가 세계유산으로서 갖는 독보적 가치는 두 가지 상반된 특징이 공존한다는 데 있다. 하나는 형성 시기가 지질학적으로 매우 오래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동굴 내부 구조와 각종 동굴생성물이 매우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으며 내부 경관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용암동굴은 석회동굴에 비해 이차생성물이 빈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경우 천장과 바닥에 다양한 색채의 탄산염 동굴생성물이 형성되어 어두운 용암 벽과 대비를 이루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계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는 인근 패총 지대의 석회 성분이 지하수를 통해 스며들어 용암동굴 내부에서 종유석과 석순 등 탄산염 생성물을 만들어낸 결과로, 화산활동과 퇴적작용이라는 이질적인 지질 과정이 한 공간에서 중첩되어 나타난 희귀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의 공식 등재기준에도 명확히 반영되어 있다. 이 유산은 세계유산 등재기준 (vii)과 (viii)을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기준 (vii)은 최상의 자연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를 지닌 지역에 부여되는 항목이다. 실제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전 세계 유사한 동굴계 가운데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며, 이미 유사한 용암동굴을 본 적이 있는 전문가조차 그 시각적 효과에 감탄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대학교 우경식 교수 역시 이 동굴계에 대해, 형성 시기가 매우 오래되었음에도 지형이 뛰어나게 보존되어 있으며, 하나의 동굴계 안에 다양한 유형의 동굴이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그 특징으로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세계유산의 보존은 등재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를 요구하는 과제다. 이 유산의 핵심적인 관리 과제로는 농업 활동이 지하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과 방문객 수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꼽히며, 향후 제주도 내 다른 주요 용암동굴계와 화산지형이 추가로 등재되어 유산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유산은 6년마다 재평가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관심과 보존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산목록에서 삭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경우에도 개발과 보존 사이의 균형이 항구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결론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한 지역의 관광자산이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180만 년에 걸친 지구사의 한 장면이 훼손되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증이며, 동시에 이를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무의 시작이기도 하다.
한라산의 웅대한 화산체, 성산일출봉의 극적인 수성화산 지형, 그리고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신비로운 지하 세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가 스스로를 빚어온 과정을 증언한다. 이 세 유산이 하나의 이름 아래 함께 등재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화산섬 제주가 지닌 지질학적 다양성과 통일성을 웅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학술적 연구와 체계적 보존관리가 병행되어, 이 섬이 품은 불의 기억이 다음 세대에도 온전히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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