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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폐막, 부산에서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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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폐막

 

1. 국내 최초 개최라는 역사성

 

2026년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부산시는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이후 38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열린 위원회로, 대한민국 최초로 부산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것 자체가 해당 국가의 문화유산 행정 역량과 국제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인 만큼, 이번 부산 개최는 한국의 유산 외교가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계기였다.

 

이번 위원회에는 162개국에서 3140명이 참가해 역대 가장 많은 참가자를 기록했으며, 장관급 인사 25명이 참석했다. 개회식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으며,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한 21개 위원국 대표단이 자리를 함께했다. 회의 기간 운영된 개최국 공식 전시관인 '대한민국관'에는 13만 7422명이 방문했고, K헤리티지 스토어는 2억 8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연계 프로그램에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다.

2. 한국이 주도한 '부산 선언'

이번 위원회의 가장 상징적인 성과로 꼽히는 것은 본회의 첫날 채택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Busan Declaration on World Heritage)'이다. 선언문은 의장국이자 개최국인 한국 정부가 주도하고 21개 위원국과 주요 자문기구가 함께 작성했다. 이는 위원회가 유산 보호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공식 선언을 채택한 것으로는 2021년 중국 푸저우에서 열린 제44차 위원회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부산 선언의 핵심은 기존 세계유산협약의 5대 전략 목표, 이른바 '5C'—신뢰성(Credibility)·보존(Conservation)·역량 강화(Capacity-building)·소통(Communication)·공동체(Communities)—에 새로운 목표로 '협력(Collaboration)'을 더해 '6C' 체제로 확장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무력 충돌과 기후변화 등 초국가적 문제로 위기에 직면한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 목표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병현 위원회 의장은 선언 상정 당시 세계유산이 분쟁·재난·기후변화·생물다양성 손실·기술 변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협약 체계 내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선언문에는 또한 각 유산의 가치를 전문적 식견에 기반해 책임 있게 해석하는 '포용적 해석'과 유산 관리의 '공동 책임'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현장관리자들의 역량 강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간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도 함께 담겼다. 세계유산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을 국제적 논의 의제로 처음 제시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선언을 구체적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부산시, 유네스코, 국내 유네스코 카테고리2센터 등과 협력해 총 12건의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 신규 등재 28건, '한국의 갯벌' 확대 등재

이번 위원회에서는 실질적인 등재 심사도 활발히 이뤄졌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위원회는 총 33건의 유산을 심사해 신규 등재 25건, 확대 등재 2건, 기준 변경 1건 등 총 28건의 세계유산 등재를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전 세계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총 173개국 1273건으로 늘었으며, 문화유산 991건, 자연유산 240건, 복합유산 42건이 포함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이 이미 보유한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의 확대 등재다. '한국의 갯벌'은 확대 등재가 승인돼 6개 구성요소로 이뤄진 연속유산으로 넓어졌다. 이는 여수·고흥·무안·서산 갯벌 등이 새롭게 포함되며 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한층 강화된 결과로 평가된다. 신규 등재국 가운데는 처음으로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 국가들도 있었는데, 코모로의 '고대 술탄국의 메디나',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성 경관', 상투메프린시페의 '로사스'가 각국 최초의 세계유산으로 기록됐다. 아울러 코모로의 경우 등재 결정 시 아수마니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회의에 직접 참석해 화제가 됐다. 한편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에는 6건이 새롭게 추가돼 총 58건으로 관리된다.

4. 사도광산 결정문과 정책적 합의

일본과 관련한 결정도 이번 위원회의 주목할 성과 중 하나다. 일본이 202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도광산과 관련해 전체 역사를 현장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해석·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당사국들과 긴밀히 협의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이 수정 없이 채택됐다. 이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뜻으로 해석되며, 일본 정부는 후속 조치 이행 상황 보고서를 2027년 12월 1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정책 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위원회는 2025년 나이로비 회의 성과를 반영하기 위한 결정문을 채택하고, 군소개발도서국(SIDS)을 위한 지속가능한 유산 관리 및 역량 강화 세계유산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5. 차기 개최지와 남은 과제

차기 개최지로는 튀르키예가 선정됐으며, 제49차 세계유산위원회는 2027년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피란수도 부산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은 한국전쟁기 임시수도 역할을 했던 근현대역사관, 임시수도기념관 등의 역사적 공간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를 이어가고 있으며, 회의 기간 각국 대표단을 대상으로 관련 필드트립과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11일간의 여정을 마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단순한 국제회의를 넘어, 한국이 세계유산 보호의 국제적 담론을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 선언이라는 규범적 유산과 28건의 신규·확대 등재라는 실질적 성과를 동시에 남기며, 향후 세계유산 보호 체계에 '협력'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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