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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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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빈자의 미학’을 재론하며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빈자의 미학’을 재론하며입력 : 2015.12.30 20:42 수정 : 2015.12.30 21:03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나는 건축가가 본업인데도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저자가 되었다. 뜻한 바도 없었고 모두 어쭙잖은 글로 채운 책들이지만 그중 몇몇은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민망함을 겪기도 했는데, 급기야 나의 첫 책인 도 중국에서 지난달 출간되었다. 국내에서 나온 지 20년도 지난 이 작은 책을 중국에 소개하겠다는 출판사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지금의 중국에 필요한 글이라고 했다. . 서로 모순되는 듯한 두 단어의 나열로 반감까지 가끔 불러일으키곤 하는 이 제목은, 1992년 가을에 개최된 한 건축전시회에서 선언하듯 뱉은 말이다.  나는 한때 신학을 전..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터무니없는 도시, 터무니없는 사회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터무니없는 도시, 터무니없는 사회입력 : 2015.12.02 20:46 수정 : 2015.12.02 20:51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오래된 서양 도시들, 예컨대 런던이나 파리, 빈, 프랑크푸르트의 원도심은 2000년 전 로마의 군단 주둔지였다. 이 도시들의 중심지역인 시티지역, 시테섬, 그라벤, 뢰머광장 등이 카스트라라고 불렸던 로마군단 캠프가 설치되었던 곳이며, 군단 주둔이 장기화하면서 그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확장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 캠프의 중심 공간이었던 포로나 중심 도로인 카르도, 데쿠마누스 같은 공간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장구한 역사를 전하고 있다.  캠프라는 시설은 필요에 따라 쉽게 설치하고 해체해야 하므로 평활한 땅을..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책을 태우는 자는 인간까지 불태우게 된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책을 태우는 자는 인간까지 불태우게 된다”입력 : 2015.11.04 20:58 수정 : 2015.11.04 21:03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히틀러의 동역자였던 건축가 알베르트 슈페어, 오래전 이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 역사교과서 문제와 다시 오버랩되었다. 건축을 통해 히틀러를 신격화하는 일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는 종전 후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그의 지위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형량인 20년을 선고받는다. 재판과정 중에 스스로 죄를 뉘우쳤으며 히틀러와 나치의 잔학성을 밝히는 데 기여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본래 그는 대단히 유능한 건축가의 자질을 가졌었다. 그의 스승인 테세노프는 20세기 초 독일 현대건축의 선봉에 있던 건축가이자 ..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건축은 부동산이 아니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건축은 부동산이 아니다입력 : 2015.10.07 20:59 수정 : 2015.10.07 21:16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지난달 말 베이징 디자인위크라는 행사의 개막식에 기조강연을 요청받아 가게 되었다. 6회를 기록하는 행사지만 그 수준을 몇 해 전에 경험한 적이 있어 올해의 행사도 만만히 보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기조강연인데도 다른 일을 핑계로 처음부터 참석하지 않고 내 순서가 닥쳐서야 강연장에 입장하는 오만을 부렸다. 게다가 중국 땅에서 건축설계 작업도 15년째 하고 있으니 중국의 건축과 도시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솔직히 말하면 낮춰본 게다. 근데 이 모든 게 오산이었으며 이 행사로 끝내 적잖은 충격을 받고 말았다. ..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포촘킨파사드’와 도시의 속살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포촘킨파사드’와 도시의 속살입력 : 2015.08.26 21:33 수정 : 2015.08.27 10:07승효상 건축가·이로재 대표 18세기 중엽, 프러시아 출신으로 러시아의 절대군주가 된 예카테리나 2세는 남편인 표도르 3세를 축출하면서 제위에 오를 만큼 권력지향적 인물이었다. 그녀의 러시아는 폴란드 분할과 크림반도의 합병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내부로는 행정개혁과 문예부흥을 성공적으로 이뤄 절정의 시대를 구가한다. 이방의 여인임에도 러시아의 전통과 풍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러시아 국민들의 사랑을 얻은 그녀는 예카테리나 대제로도 불렸으니 성공한 통치자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당나라의 측천무후와도 곧잘 비교되는데, 특히 남성편력에서 둘은 막상막하였..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건축과 장소, 그리고 시간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건축과 장소, 그리고 시간입력 : 2015.07.29 21:33 수정 : 2015.07.29 21:40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오만과 편견의 아베도 이 건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착공을 앞두고 있던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의 설계를 원천적으로 바꾸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굴복하고 말았다. 공사비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이유를 받아들였다지만 사실은 더 미묘한 문제가 있었다.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이 경기장은 그 크기나 모양이 주변의 풍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더구나 일본이 자랑하는 건축가 단게 겐조가 설계한 기존의 경기장들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모습에, 건축계를 중심으로 건립 반대운동이 일었던 차였다. 점잖은 인품을 지닌 노건축가 마키 ..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우리는 위로받고 싶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우리는 위로받고 싶다입력 : 2015.07.01 21:26 수정 : 2015.07.01 21:35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갑자기 미테랑 대통령이 생각났다. 내가 아는 한, 금세기에서 가장 문화적인 대통령이었다. 우파 정권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는 도시 재생과 관련한 ‘그랑프로제’라는 정책을 바로 추진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그냥 지시만 하는 게 아니었다. 예컨대 루브르박물관의 신관 설계를 중국계 미국 건축가 이오 밍 페이에게 맡겨 놀라게 하더니, 이 동양인이 바로크 형식의 기존 박물관과 대비되는 유리 피라미드의 설계안을 내놓아 많은 이들이 주저하자 대통령은 그 파격적 디자인을 적극 옹호하고 짓게 했다. 물론 그 결과로 루브르박물관은 현대적..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이 시대 우리의 건축 그리고 그 문화풍경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이 시대 우리의 건축 그리고 그 문화풍경입력 : 2015.06.03 21:20 수정 : 2015.06.03 21:38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지난주 10년 만에 헬싱키를 찾았다. 이 도시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도시디자인 전략을 알아보는 공식적인 일 외에, 나는 핀란디아 홀 바로 옆에 최근 새로 지은 ‘뮤직센터’라는 콘서트 홀을 보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1971년에 개관한 핀란디아 홀은 작곡가 시벨리우스를 기념하여 이 나라가 자랑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가 지은 걸작이다.그런데 아무리 잘산다고 해도 인구 60만명에 불과한 도시에 또 새로운 음악당이라니…. 이 의문은 현지의 설명을 듣고 풀렸으나,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핀란디아 홀은 핀란드의 토속적 아름다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