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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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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이 집은 당신만의 집이 아닙니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이 집은 당신만의 집이 아닙니다”입력 : 2015.04.01 20:53 수정 : 2015.04.01 21:38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건축에 시간의 때가 묻어 윤기가 날 때, 그때의 건축이 가장 아름답다고 나는 즐겨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남루했어도 거주인의 삶이 덧대어져 인문의 향기가 배어나는 건축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경이롭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건축은 건축가가 아니라 거주인이 시간과 더불어 완성해 가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물론, 건축이 거주인에 의해 완성된다고 해서 건축가의 책임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건축가는 모름지기 그 건축이 담아야 하는 시간을 재는 지혜를 가져 그 풍경의 변화를 짐작하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그런 건축가가 만드..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동네를 잃어버린 주소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동네를 잃어버린 주소입력 : 2015.03.04 20:47 수정 : 2015.03.04 21:15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ul styl..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마스터플랜의 망령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마스터플랜의 망령 입력 : 2015.01.28 20:41 수정 : 2015.01.28 21:05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1955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세워진 ‘프루이트이고’라는 2870가구수의 주거단지는 세워지기 이전부터 건축매체로부터 최고의 아파트로 칭송받았다. 이 단지는 일본계 미국인 건축가 미노루 야마자키(그는 2001년 테러로 무너진 뉴욕 무역센터도 설계했다)의 설계로, 그 당시 세계 건축계를 이끈 르 코르뷔제와 국제건축가회의(CIAM)가 주창한 신도시에 대한 마스터플랜 강령을 충실히 추종하여 ‘미래 도시의 모범’으로도 불렸다. 합리와 이성을 절대가치로 믿는 모더니즘을 시대정신으로 가진 그 강령은, 7만여평의 땅 위에 11층의 33개동의 아파트를 균일하게 배치시키..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집의 이름, 인문정신의 출발점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집의 이름, 인문정신의 출발점 입력 : 2014.12.31 20:28 수정 : 2014.12.31 20:37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내가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이름은 ‘이로재(履露齋)’이다. 뜻으로는 ‘이슬을 밟는 집’인데 에 연유한다. 어느 옛날 노부를 모시고 사는 한 선비가 부친이 아침에 일어나시기 전에 겉옷을 걸치고 부친 처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시면 따뜻해진 겉옷을 건네드렸다는 이야기다. 새벽녘에 이슬 앉은 마당을 밟아야 하는 집 ‘이로재’를 의역하면, 효성이 지극한 가난한 선비가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1990년대 초, 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가 내게 집 설계를 의뢰했을 때는 그 밀리언셀러의 책이 ..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불란서 미니 2층집’과 ‘마당 깊은 집’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불란서 미니 2층집’과 ‘마당 깊은 집’ 입력 : 2014.12.03 20:55 수정 : 2014.12.03 21:02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건축역사에서 주거의 변천양식을 일반 건축처럼 구분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옛날이나 요즘이나 집은 마찬가지라는 것인데, 냉난방이나 자동화 시스템 등 현대기술의 덕택으로 주택의 편리함이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고 해도 건축의 본질인 공간의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역의 특수한 조건을 받아들여 지을 수밖에 없는 민간주택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대략 9000년 전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에 있었던 차탈휘위크의 집단 취락지 풍경은 지금의 터키 민간주거와도 비슷한 모습인 데다가, 놀랍게도 중국 허..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리고 헤테로토피아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리고 헤테로토피아 입력 : 2014.11.05 20:50 수정 : 2014.11.05 20:55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이상향으로 번역하는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는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지은 소설책의 제목이었다. 그는 그리스어 두 단어를 합성해서 이를 만들었는데, 그 뜻이 이중적이다. Topia는 장소, 땅이라는 분명한 뜻을 갖지만 U는 뜻이 모호하다. 그리스어 eu, ou는 다 같이 ‘유’로 발음되는데, eu는 좋다라고 하는 뜻이며 ou는 아니라고 하는 뜻이라 e와 o를 빼고 그냥 ‘u-topia’라고 하면, 좋기는 좋은데 이 세상에 없는 곳이 된다고 한다. 즉 상상할 수는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존재할 수 없는 도시가..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메가시티가 아닌 메타시티, 협력과 공존의 도시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메가시티가 아닌 메타시티, 협력과 공존의 도시 입력 : 2014.10.08 21:17 수정 : 2014.10.08 21:39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대표 이태리 중세도시 시에나의 옛 시청사 2층 벽에는 14세기 화가였던 암브로지오 로렌제티가 그린 ‘좋은 정부의 도시’라는 프레스코 그림이 있다. 그림 속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에는 촘촘히 배치된 건물들 사이로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반면에 성벽 밖은 색채도 음울하지만 농토를 일구는 농민들의 표정 또한 어둡다. 도시와 농촌은 행복과 불행의 다른 말인 것처럼 그려져 있는 것이다. 도시는 오랫동안 성벽 속에 형성된 계급적 공동체였다. 요르단강의 서안 예리코에서 발굴된 집단주거지가 만년 전의 역..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침묵을 잃어버린 도시 승효상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침묵을 잃어버린 도시 입력 : 2014.09.10 20:46 수정 : 2014.09.10 20:50 승효상 | 건축가·이로재 대표 지난번 칼럼에서, 나는 몇 사람들과 동행하여 유럽의 묘지들을 두루 살피러 떠난다고 밝힌 바 있다. ‘죽은 자들의 도시, 그 풍경기행’은 예고한 대로 우리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적 기행이었다. 사이프러스 나무 속, 그 땅의 원초적 집을 닮은 무덤에 누운 이들의 모습은 그들 삶이 어떠했건 이제는 모두 경건하며 평화로웠고, 남은 자가 된 우리에게 그래도 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침묵으로 말하고 있었다. 스위스 티치노 지방의 벨린초나 외곽 몬테카라소는 인구 3000명이 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다. 루이지 스노치라는 이 지역의 존경받는 건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