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수연 건축사 “빛과 그림자로 재해석한 ‘김창열 화가의 집’…화백의 철학·사상, 건축적 시퀀스에 담아”
- 기자명 조아라 기자
- 입력 2026.05.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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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창열미술관에 이은 두 번째 작업 인연
유지·복원·재형성 키워드로, 작가의 정신세계 표현
“영감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되길”

김창열 화백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이 공공문화예술공간인 ‘김창열 화가의 집’으로 재탄생해 5월 말 일반에 공개된다. 평창동 자택은 김창열 화백이 30여 년 간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 곳이자, 김 화백이 직접 공간 설계에 관여하는 등 공간 전체가 김창열 화백과 관련이 깊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최수연 건축사(플랫폼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는 “공간을 방문하신 분들이 김창열 화백님에 대해 다르게 인식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며 “화백님의 침잠하는 내면과 빛을 추구하는 면을 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최수연 건축사를 만나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자문형식으로 종로구청과 이야기 나누다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게 됐습니다. 2016년도에 제주도에 위치한 김창열미술관 작업을 진행한 것이 인연이라면 인연이었기에, 한 작가의 인생을 완성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프로젝트에 임했습니다. 실제로 이 공간은 김창열 화백을 비롯해 3대가 거주하던 가정집입니다. 1988년도에 준공 허가가 났던 건물이고, 생활하면서 환경에 맞게끔 공간에 변화를 주었기에 공공문화예술공간으로의 리모델링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생활공간을 전시공간으로 변화를 주기엔 층고가 낮았고, 법규, 단열, 설비 등을 현재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 점도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특히 공공시설인 만큼 장애인·약자분들을 위한 접근성도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었습니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최수연 건축사는 예술 세계라는 것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유지, 복원, 재형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평창동 끝자락 경사지에 위치한 대지는 지상 2층, 지하 2층이었고, 이 중 화백님께서 작업실로 사용했던 지하 1층 공간만큼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습니다. 단열과 침수 등 현실적인 문제만을 보완했을 뿐 소품 하나까지도 아카이빙 기록을 토대로 재배치했습니다.

화백님께서 직접 설계에 참여하셨던 것으로 알려진 우물 같은 천창은 단순한 보전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공간 전체를 회유하게 하는 핵심 장치로 삼아, 작업실로 다시 돌아오는 ‘회귀’의 상징적 중심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되도록 했습니다. 천장의 우물이 지하 1층에 위치한 화백님의 작업실까지 빛이 떨어지는 우물입니다. 회랑을 따라서 걷다보면 창밖으로 보이는 형제봉도 빼놓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화백님이 아침마다 식사를 하시면서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경사가 있는 대지이고, 1.5층 정도 아래로 내려가야지만 건물의 주 출입구가 있었습니다. 또한, 담장으로 감싸진 기존 건물이 폐쇄적인 인상을 주었기에 지상 2층 높이를 1.2m 정도 낮춰 서쪽 방향의 입구가 정면처럼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지상 2층을 철거 후 새롭게 조성했고, 푹 내려갔던 공간을 메꾸어 도로와 높이를 맞춰 입구에서 곧바로 지상 2층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물방울’로 대표되는 김창열 화백의 예술세계를 최수연 건축사는 ‘빛과 그림자’로 해석했다. 빛과 그림자의 관계를 공간의 레이어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다만, 물방울에 구애받지 않고 그 이면에 담긴 화백의 철학과 사상에 집중했다. 광정(光庭)이라는 개념으로 빛을 뚫고 어두운 복도를 걷다 전시장으로 열리는 건축적 시퀀스를 담았다.

“물방울이라는 게 음과 양의 개념이기도 하고 빛과 그림자에 관해 이야기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람객은 중정을 중심으로 캔버스화 된, 레이어 된 공간을 돌면서 화백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빛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첫인상과 이후에도 화백님이 갖고 있는 작품과 세계를 해석한 공간이야말로 재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화백님의 예술세계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이 다른 방식으로 확장된다면 그 과정 자체가 다른 세대와 연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이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소였으면 합니다. 이러한 연결이야말로 ‘재형성’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최수연 건축사의 플랫폼 건축사사무소는 ‘건축과 도시의 연관성’, ‘환경과 삶의 가치’를 지향한다. 오브제로서의 건축이 아니라, 삶에 영향을 주는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오래 남겨지는 건축이 가지는 태도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생의 시간은 결국 흙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잖아요. 그런 고민 속에서 ‘장소’에 대해 꾸준히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고, 그것이 사람마다 다르게 큐레이션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제3의 공간, 일상과는 조금 다른 제3의 공간을 제안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간적으로 고취될 수 있고, 삶의 방식과 지향점을 담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자 장소를 만들어갔으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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