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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 2020 부산다운건축상 공공부문 동상 ‘비콘(B-Con)그라운드’ (이숙희 건축사, ㈜리한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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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 2020 부산다운건축상 공공부문 동상 ‘비콘(B-Con)그라운드’ (이숙희 건축사, ㈜리한건축사사무소)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6.04.14 13:57
  •  수정 2026.04.14 13:59
  •  댓글 0

“버려진 선 위에 사람을 놓다”…
고가 아래, 새로운 도시의 무대가 되기까지
설계자 이숙희 건축사 “단절된 경계에 삶을 돌려주고 싶었다”

 

 

2020 부산다운건축상 공공부문 동상 수상작 ‘비콘그라운드’. (설계=이숙희 건축사, 사진=남상인)
 
 

2020 부산다운건축상 공공부문 동상 수상작 ‘비콘그라운드’(이숙희 건축사, ㈜리한건축사사무소)는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 수영 고가다리 하부에 자리한 특이한 건축물이다. 이 특이함은 건축물이 들어설 위치와 함께 이미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고가다리 아래 지어진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이곳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품은 곳이다. 

몇 백 년 전 이곳은 조선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慶尙左道水軍節度使營), 이른바 경상좌수영이 자리했던 땅이다. 조선 효종 3년(1652년)부터 고종 32년(1895년)까지 약 250년간 이 일대는 동남해를 지키는 수군의 본영이었다. 그 오랜 군사적 역사 위에 근대가 겹쳐졌고, 일제강점기를 지나 1949년 부산시로 편입된 이 지역은 전후 급격한 도시화의 물결 속에 주거지와 산업지가 뒤섞이며 빠른 속도로 팽창했다.

수영 고가다리는 번영로의 일부 구간이다. 고가 구조물이 지역을 수직으로 가르면서 하부 공간은 도시구조의 물리적 절단선이 됐고, 40년 가까이 슬럼화가 진행됐다. 조선 수군이 바다를 지키던 땅, 근대 산업화의 동맥이 관통하던 땅이 그렇게 오랫동안 도시의 뒷면으로 방치됐다.

이 공간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비콘(B-Con)그라운드’. 부산(Busan)과 컨테이너(Container)의 앞부분을 떼서 만든 이 이름 안에는, 해양물류도시 부산의 정체성을 도시재생의 언어로 풀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외관을 이루는 소재는 화물용 컨테이너다. 컨테이너는 처음부터 부산시가 설계공모 지침서에 명시한 조건이었다. 지침서에는 “부산지역을 상징하는 화물수송용 컨테이너를 활용한 창의적인 복합 커뮤니티몰 조성”이 명시돼 있었고, 구조 역시 '철골구조(컨테이너형 가설건축물)'로 규정돼 있었다. 이숙희 건축사가 풀어낸 과제는 그 조건 안에서였다. 

2020 부산다운건축상 공공부문 동상 수상작 ‘비콘그라운드’. (설계=이숙희 건축사, 사진=남상인)
 

공간은 지형, 교통, 주변 맥락을 고려해 세 구간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 수영터널 쪽 구간은 고가교 하부의 높은 층고와 경사 지형을 살려 레저·생활체육 공간인 커뮤니티그라운드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패밀리데크로 꾸몄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몰리는 망미역 교차로 쪽에는 소매점과 식음료 상가가 자리한 쇼핑그라운드를 배치해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수영사적공원과 고려제강(키스와이어)에 인접한 수영강 쪽 구간에는 모바일스테이지와 아트갤러리를 두어, 수영사적공원에서 고려제강으로 이어지는 문화 관광 루트의 연결 고리로 삼았다. 지상주차장 상부에는 데크를 깔아 만남의 광장으로 활용했다.

이 건축사가 특히 공을 들인 개념은 ‘연결’이었다. 고가도로가 오랜 세월 잘라낸 지역 간 단절을 단순히 덮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가로지르고 머물면서 양쪽 지역이 다시 이어지도록 하는 것. 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치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비콘그라운드가 단순한 상가나 공원이 아니라 ‘그라운드’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총사업비 90억 원, 설계 기간 2017년 6월부터 12월, 공사 기간 2018년 3월부터 2020년 3월.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쌓여 폭 16미터, 길이 1킬로미터의 선형 공간이 도시의 새로운 무대가 됐다. 

 

이숙희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이숙희 건축사( 사진= 주.리한건축사사무소)

 

Q. 비콘그라운드를 설계하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두셨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비콘그라운드를 설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고가도로 하부라는 공간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였습니다. 수영 고가다리는 1980년 산업물동량 수송을 위해 건설된 이후 그 하부 공간이 도시구조의 물리적 절단선이 되어 오랜 기간 방치되어 왔습니다. 단순히 낡은 공간을 새 단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가교 하부라는 물리적 절단선에 다양한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고, 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해 지역에 활력이 되는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주민편의시설과 주차장 기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을 택한 것이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지역과 함께 상생한다는 것, 그 말을 공간 언어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Q. 컨테이너 소재는 지침서에서 이미 제시된 조건이었는데, 설계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하셨나요?

컨테이너는 부산시가 설계공모 지침서에서 처음부터 제시한 조건이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이 소재가 단순한 제약으로 머물지 않고 공간의 정체성 자체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부산은 해양물류도시입니다. 그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소재가 컨테이너였기에 지침의 취지에도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주변에는 영화의 전당, 벡스코 같은 대형 랜드마크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거대 구조물을 덧붙이기보다는,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소재 자체로 드러내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가설건축물이라는 조건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설건축물의 특성상 해체와 재조합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했고, 컨테이너는 그 요건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부산만의 도시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주어진 재료가 이 공간의 이름이자 브랜드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폭 16미터, 길이 1킬로 미터라는 선형 공간의 다양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였습니다. 공간이 길고 좁다 보니, 자칫하면 단조롭고 지루한 동선이 되기 쉬웠습니다. 그래서 지형, 교통, 주변 맥락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세 구간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기능을 부여했습니다. 수영터널 쪽은 높은 층고와 경사 지형을 활용한 레저·체육 공간으로, 망미역 교차로 쪽은 유동인구를 고려한 쇼핑 공간으로, 수영강 쪽은 문화·창작 공간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각 구간이 독립적으로도 기능하면서 전체로는 하나의 연속된 거리 경험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부분이었고, 동시에 가장 의미 있었던 과정이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저는 도시 안에서 건물이 단순한 구조물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사람들의 삶과 실제로 맞닿는 공간이 되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면서, 그 지역이 가진 맥락과 자원을 살려내는 건축이요. 특히 낙후되거나 소외된 공간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시의 빈 곳, 잊힌 곳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공간이 지역 주민의 일상과 어우러지는 것.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건축의 방향입니다. 화려한 외형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즐기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비콘그라운드는 오랜 기간 방치되어 온 고가도로 하부 공간을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장소로 바꿔낸 프로젝트입니다. 커뮤니티그라운드에서 주민들이 모이고, 패밀리데크에서 가족들이 여가를 즐기고, 아트갤러리에서 청년들이 활동하는 공간. 각 구간이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종종 겉모습만 바꾸는 일로 끝나기 쉬운데,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있던 주민편의시설과 주차장 기능을 계승하면서도 그 위에 새로운 문화적 층위를 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건축적 지향점을 실제 공간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요즘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도시 안의 잊힌 공간들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재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비콘그라운드처럼 고가도로 하부, 유휴 부지, 낙후된 구도심 등 도시 곳곳에는 아직 가능성을 품은 공간들이 많습니다. 그런 공간들을 단기적인 이벤트성 사업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생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지형적, 역사적 맥락을 건축 언어로 더 깊이 담아내는 작업에도 앞으로 집중하고 싶습니다. 도시와 건축이 서로 단절되지 않고 호흡하는 것, 그것이 제가 계속 탐구해 나가고 싶은 방향입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 2020 부산다운건축상 공공부문 동상 ‘비콘(B-Con)그라운드’ (이숙희 건축사, ㈜리한건축사사무소)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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