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료실 ■/스크랩 - 건축사신문(대한건축사협회)

[수상 그 후] 2024 건축문화대상 주택분야 대상 ‘화조풍월’

728x90
반응형
SMALL

 

 

 

[수상 그 후] 2024 건축문화대상 주택분야 대상 ‘화조풍월’(김미희 건축사, 소수건축사사무소)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6.01.23 16:5

 

 ‘벽’에 작은 틈 내 새로운 이야기 만들어

아파트 생활 뒤로 하고, 자연 속에 집을 짓다

각기 다른 네 가지 공법 적용, 벽마다 다른 질감 구현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주택분야 대통령상 수상작 ‘화조풍월’. (사진=노경)
 
 

‘집’은 보통 벽 안에 존재한다. 외부로부터 분리된 사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벽은 어쩌면 필수적이다. 그래서 벽은 나와 타인, 우리와 너희를 명확히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그게 상식이다. 대부분 집에서 벽은 그렇다.

여기 그 고정관념을 깨뜨린 집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한 전원주택은 그 벽에 작은 ‘틈’을 내며 그 틈에서 작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주택분야 대통령상 수상작 ‘화조풍월’(花鳥風月,김미희 건축사 / 소수건축사사무소)이다.

오랜 아파트 생활을 뒤로하고 양평 용천리 자연 속에 터를 잡은 건축주는 자연과 온전히 교감하는 삶을 꿈꿨다. 소수건축사사무소의 김미희 건축사 그리고 작업을 함께 한 고석홍 건축사는 는 이 소망을 꽃과 새, 바람과 달, 즉 화조풍월 네 글자에 함축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지를 둘러싼 울창한 산세를 필터라고 할 수 있는 담장을 통해 걸러내고, 각 공간에 어울리는 만큼만 볼 수 있게 한다. 담장의 하단부를 띄워 발치 아래로 들꽃이 보이게 하거나, 상단부에 틈을 내어 먼 산의 능선이 집 안 마당까지 부드럽게 이어지게 한 설계는 설계자들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화조풍월'은 차가운 느낌의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리듬감이 느껴진다. 건축가는 콘크리트라는 단일 재료에 각기 다른 네 가지 공법을 적용해 벽마다 다른 질감을 부여했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태양의 고도에 따라 집 표면에 각기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치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내부 거실의 천장은 노출 콘크리트 소재의 반원형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천장의 경계마다 가느다란 창을 내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빛이 자연스럽게 실내로 찾아올 수 있게 했다. 이 집에서는는 거실에 앉아 구름의 이동과 달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조망할 수 있다.

 

2024 한국건축문화대상 주택분야 대통령상 수상작 ‘화조풍월’. (사진=노경)
 
 

심사위원단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창의적인 시도가 돋보이며, 건축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집의 의미를 외부와 구분되며, 개인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잊고 살았던 계절의 변화와 바람의 결을 다시 느끼는 곳으로 해석하고, 벽 틈 사이로 산을 품은 곳, 그래서 언제든 꽃을 보며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 또 고즈넉한 밤이면 달빛 아래 기분 좋은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 바로 ‘화조풍월’이다.

다음은 설계를 맡은 김미희, 고석홍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김미희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김미희·고석홍 건축사(사진= 소수건축사사무소)

 

Q. ‘화조풍월’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화조풍월은 200평이 넘는 큰 대지에 비해 비교적 작은 집이, 주변 자연과 어떻게 균형 있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집입니다. 집 안팎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다각도로 시도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집과 자연이 맞닿는 접점을 넓히기 위해 외부 공간 또한 하나의 ‘방’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전체 대지는 매스를 먼저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평면과 단면 계획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넓은 땅에서 집과 자연이 최대한으로 맞닿을 수 있도록, 전반적인 구성은 낮게 펼쳐진 단층으로 계획하였습니다.

넓은 대지의 중심에는 달을 은유하는 큰 지붕을 두고, 그 아래에 가족을 위한 주요 공간을 배치하였습니다. 이 지붕을 중심축으로 삼아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내·외부 공간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빛과 그림자, 소리, 계절, 시간과 같은 비물리적인 요소들을 공간의 단면적 형상, 공간과 공간 사이의 틈, 그리고 공간을 감싸는 재료의 물성 등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공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자연의 변화를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특히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Q. 그러한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화조풍월은 ‘원래의 자연’과 건축을 통해 만들어진 ‘인공의 자연’(바깥 정원, 안마당)이 주인공이 되는 집입니다. 자연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건축적으로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위한 공간만을 구획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비워 내는 방향으로 계획하였습니다. 그렇게 크게 비워진 공간은 시간에 따라 새소리, 꽃과 나무, 바람의 움직임 등으로 시시각각 다르게 채워지도록 의도하였습니다.

내부와 외부로 넓게 비워진 공간을 에워싸는 주된 물성은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노출 콘크리트는 합판 거푸집, 각재 심기, 표면 갈기, 표면 쪼기(치핑) 등 네 가지 방식으로 구현하였습니다. 이 서로 다른 질감의 콘크리트 표면은 각 공간의 성격과 맞닿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땅과 직접 맞닿는 기단부에는 땅의 질감이 연속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표면 쪼기(치핑)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손을 대는 중간 부분에는 매끈한 합판 거푸집을 사용해 부드러운 촉감을 주고자 했습니다. 정원의 중간 영역은 식재의 계절적 변화와 빛의 움직임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소 거친 질감이 균질하게 드러나는 표면 갈기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가장 많은 빛을 받아들이는 건축 상부에는 각재를 심었다가 탈거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가장 거친 세로 줄무늬의 질감을 부여하였습니다. 상부는 하루 동안 빛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다양한 방향과 깊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집이 자연에 보다 입체적으로 반응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이 세로 방향의 거친 질감은 주변 나무의 질감과 중첩되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풍경과 동화됩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별채는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천연 목재의 본래 색이 시간이 지나며 빛과 날씨를 받아 점차적으로 노출 콘크리트와 비슷한 회색으로 변해 가는데, 그 변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이 드러나도록 하고자 하였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건축주의 예산 범위 안에서 건축을 완성해야 한다는 조건이 가장 큰 제약이었습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재료와 디테일, 공간의 밀도를 모두 조율해야 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생각하며 도면을 그렸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작은 요소 하나까지도 다시 확인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치며 완성해 나갔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현재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도시 속 50~100평 남짓한 작은 대지에 들어서는 소규모 건축물입니다. 출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며 마주치는, 일상적인 풍경을 구성하는 ‘작은 건축 단위’들입니다. 이러한 도시 속 작은 개체로서의 건축물들이 변화하는 것은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더 나아가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지만 도시와의 접점을 최대한 크게 가져보려는 시도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집은 가장 작은 사회의 단위입니다. 집에 대한 건강한 생각은, 부동산의 경제성으로 오염된 집의 의미를 다시 회복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출발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개별성이 담긴 소수의 집들이 가진 가치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집’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기를 기대합니다.

설계 과정에서는 재료의 물성에 대해 늘 많은 고민을 합니다. 각 재료의 물성이 가장 잘 드러나면서도 사용자가 감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질문합니다. 건축물 전체는 하나의 배경이자 하나의 물성으로 완성되지만, 동시에 그 배경을 이루는 각각의 재료들이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 있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집요한 노동이 수반되고, 그 노력의 흔적이 결국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개체들이 응집될 때 발생하는 힘을 믿고, 그 응집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화조풍월은 ‘과정을 중시하는 건축’에 대한 저희의 태도가 드러나기를 바랐던 집입니다. 동시에 그 과정을 이끌어 가는 저희의 부족함도 함께 드러나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건축물만을 바라보기보다, 그 뒤에 있었던 수많은 고민과 실험, 그리고 시행착오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화조풍월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되었고, 그 시간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

 

 

출처 - [수상 그 후] 2024 건축문화대상 주택분야 대상 ‘화조풍월’(김미희 건축사, 소수건축사사무소)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