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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 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대상 ‘WHITE STR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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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 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대상 ‘WHITE STRIPE’(인의식 건축사,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5.12.12 20:5

“빛을 절제하다” 유리 건물의 새로운 표정
인의식 건축사 “도심 속에 자연이 머무를 틈을 만들고 싶었다”
“기업의 얼굴이 도시가 되다”, 사옥 같지 않은 사옥

 

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대상 ‘WHITE STRIPE’(인의식 건축사,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교촌 F&B 사옥)는 판교 지식산업센터 한가운데 위치한다. 현대식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곳에서 ‘WHITE STRIPE’는 유독 조용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다른 건물들이 강한 반사광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때 이 건축물은 반대로 빛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며 차분하게 웃고 있는 것 같다. 

 

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대상 ‘WHITE STRIPE’ 전경. (사진=남궁선)
 
 

외관 소재는 유리를 선택했지만, 흔히 떠올리는 차갑고 날카로운 유리 건축물과는 다르다. 외벽에는 미세한 패턴이 들어간 프린티드 글라스가 적용돼 강한 반사를 줄이고, 빛이 고르게 퍼지도록 했다. 여기에 저철분 유리를 추가해 유리 특유의 푸른 기운도 거의 지워냈다. 설계자 인의식 건축사는 유리 커튼월 건축의 특징인 난반사, 눈부심, 조도 차이로 인한 무거운 인상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가진 깨끗하고 정제된 백색 이미지를 건축적으로 구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계 당시를 회고했다. 

건물 외벽을 따라 이어진 흰색 알루미늄 루버는 시간마다 변하는 건물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사옥’이라는 말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누그러진다. 중앙에는 파티오 정원이 자리해 햇빛과 바람이 깊숙이 들어온다. 건물 속에 배치된 어느 사무공간에서도 창밖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옆 건물과 맞닿은 경계에는 그린월이 조성돼 시선을 막기보다 식물로 한번 부드럽게 거른다. 내부에 스며든 자연은 장식이 아니라 공간 일부처럼 느껴진다. 자연과 공존하는 최첨단 건물이라고 불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상층부에는 스카이 가든이 마련됐다. 회사 건물의 옥상이라기보다, 도시 위에 조용히 얹힌 작은 공원에 가깝다. 설계자는 이 공간을 도심 속에서 자연이 머무를 수 있는 여백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곳에 서면 바람이 오가고, 성남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잠시 업무를 내려놓고 숨을 고르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WHITE STRIPE’의 계단식 소통 공간. (사진=남궁선)
 
 

겉보기에는 단정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많은 실험이 있었다. 프린티드 글라스의 패턴 크기와 간격을 맞추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샘플 테스트가 반복됐다. 패턴이 잘못 배열될 경우 외벽 전체에 물결무늬처럼 보이는 모아레 현상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이 과정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지금의 차분한 표정은 그렇게 축적된 시행착오의 결과다. 이 건물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일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를 차단하는 폐쇄적인 사옥이 아니라, 도시와 시선을 나누고 자연과 호흡하는 건물이다. 회사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 한편에 조용히 놓인 하나의 풍경처럼 존재한다. 설계자가 노린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인의식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인의식 건축사(사진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WHITE STRIPE’(교촌 1991 빌딩)FMF 설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대규모 지식산업단지의 유리 커튼월 건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였습니다. 사실 유리 커튼월은 난반사로 인해 보행자나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서 눈부심과 안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내·외부의 조도 차이 때문에 건물이 실제보다 어둡고 무겁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유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리 표면 왜곡 때문에, 건물 고유의 형태미가 드러나지 않고 주변 건물을 왜곡된 모습으로 반사해버리는 문제도 있습니다. 건축이 도시 속에서 가져야 할 얼굴과 존재감이 반사 속에서 흐려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교촌 1991 빌딩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가 가진 ‘청결하고 순수한 백색 이미지’, 그리고 자연의 ‘신선함과 생명력 있는 녹색 이미지’를 파사드에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Q. 그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난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택했던 방식이 1면 프린티드 글라스였습니다. 유리의 외측 면에 미세한 프린트를 적용하면 빛이 분산되면서 난반사가 크게 줄어들거든요. 동시에 이 프린트가 교촌 1991이 갖고 있는 순수하고 깨끗한 백색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여기에 저철분 유리를 함께 사용해 유리 특유의 녹색 기운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투명하고 순도 높은 백색감을 구현하려고 했습니다. 이런 재료적 선택은 브랜드가 가진 ‘청결함’이라는 키워드를 입면에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백색 이미지를 더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백색 알루미늄 루버(White AL Louver)를 입면에 적용했는데요, 이 루버가 빛을 받는 각도와 시간대에 따라 다양한 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을 만들어 줍니다. 건물이 하루 동안 변화하는 자연광에 반응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백색의 표정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는 효과를 의도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염두에 두었던 ‘난반사 문제의 해소’와 ‘브랜드 이미지를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역시 1면 프린티드 글라스의 적용 과정이었습니다. 내부에서의 투시성과 외부에서의 가시성, 그리고 교촌 1991이 가진 백색 이미지를 적정하게 표현하는 것,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프린트 패턴의 크기, 밀도, 굵기가 조금만 달라져도 투과율이 변하고, 외부에서 보이는 표정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수차례 샘플을 제작하고, 실제 채광 조건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최적의 비율을 찾기 위한 과정이 상당히 섬세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죠. 특히 주의했던 부분이 모아레 현상입니다. 패턴을 잘못 설정하면 입면 전체에 물결무늬처럼 보이는 왜곡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저희가 표현하고자 했던 순수하고 정제된 백색 이미지를 완전히 훼손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피하기 위해 패턴의 배열과 간격을 아주 세밀하게 조정했습니다. 결국 이런 치밀한 실험과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족스러운 패턴과 깊이를 구현할 수 있었고, 그 점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의미 있었던 과정이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저는 도심 속에서 건물이 단순히 하나의 구조물이 아니라, 자기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보행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늘 바라고 있습니다. 주간과 야간을 모두 포함해,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건물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건축이요. 그래서 도심에 새로운 녹지의 틈, 자연이 머무를 수 있는 작은 여백을 만들고, 그 공간을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지향점으로 두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추구하는 건축은 사람과 자연, 그리고 도시가 서로 단절되지 않고 조화롭게 이어지는 건축입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네, 저는 이번 프로젝트에 그 지향점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층부에는 스카이 가든(Sky Garden)을 계획해 주·야간 모두 보행자에게 열려 있는, 말 그대로 도시 속 작은 공원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내부 사용자들을 위해서는 건물 중앙에 파티오(Patio) 정원을 두었고, 특히 향후 들어설 인접 건물과의 시선 문제를 고려해 사이 공간에 그린월(Green Wall)을 조성했습니다. 덕분에 사무 공간 어디에서든 자연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고, 내부에서도 바람과 빛, 녹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연 친화적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회복하고, 사람들이 건물과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제 건축적 지향점을 실제 공간으로 구현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번 수상은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보다, 이 경험이 앞으로 더 겸손한 자세로 건축을 바라보고 더 열심히 작업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한 많은 분들의 노력과 협업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 상은 저 혼자가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받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이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계속 정진하라는 격려 같은 역할을 해준 것 같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요즘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건축’입니다. 인류가 태어난 이후 환경은 계속 변화해 왔고, 산업화와 더불어 최근의 디지털·AI 시대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이 지닌 본질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본질을 자연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자연이 곁에 있는 건축에서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도시는 자연의 숲이 아닌 콘크리트의 숲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의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시 속 건축에 자연을 다시 스며들게 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건축적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일상의 공간 속에 자연을 끌어들이고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건축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 2025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대상 ‘WHITE STRIPE’(인의식 건축사,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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