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㊶] 제15회 경상남도 건축상 우수상 ‘아미 드 포레’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4.05.21 15:35
양산 내원사 계곡과 어우러진 카페
‘숲의 친구’라는 이름처럼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과 어울려
설계자 이상대 건축사 “빛, 재료로 표현되는 건축 공간에 대해 다양한 시도”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당시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지금도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마흔한 번째 작품은 제15회 경상남도 건축상 우수상 ‘아미 드 포레’(이상대 건축사, 주.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이다.
‘십 년을 경영(經營)하여 초려삼간(草廬三間)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淸風)한 간 맡겨두고
강산(江山)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가사 ‘면앙정가(俛仰亭歌)’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문호 면앙 송순 선생의 시조 ‘십년을 경영하여’이다. 제15회 경상남도 건축상 우수상 수상작 ‘아미 드 포레’는 이 시조의 종장과 매우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상대 건축사(주.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아미 드 포레(Ami De Foret, 숲의 친구)’는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삼리2길 37번지에 위치한 커다란 카페다. 이 건축물은 천성산에서 시작되는 숲과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지는 경관을 담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양산(梁山)하면 보통 바닷가를 떠올린다. 그래서 양산에 있는 자연과 함께하는 카페라고 하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을 떠올리게 된다. ‘숲의 친구'라는 이름은 그래서 다시 한번 호기심을 자아낸다.
건축물은 ‘숲의 친구’라는 이름답게, 마치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설계자에게 주어진 대지는 계곡이 곡선을 그리며 돌아가는 곳에 있다. 앞쪽에는 산과 계곡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며, 뒤쪽은 마을과 접해 있다. 설계자는 어떤 건축사라도 욕심을 낼 만한 장소였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고 이야기했다.
이 건축사에게 주어진 대지는 내원사 계곡이 감아서 돌아가는 곳으로, 앞으로는 산과 계곡이 눈앞에 다가오고, 우측과 뒷면은 마을과 접하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과 자연 사이, 일상과 휴식을 이어주는 듯한 공간이었다. 이 건축사는 “어떤 건축사라도 욕심이 날 만한 공간"이라고 대지를 소개했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산과 계곡 풍경을 오래전 송순 선생처럼 둘러보며 감상하고, 일상 속에서 잠시 여유를 즐긴다.
이 건축사는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서 주변과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건축 설계 작업을 해온 전문가다. “빛과 재료로 표현되는 건축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설계자 이상대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이상대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양산 내원사 계곡을 마주 보는 대지에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의뢰를 받게 됐습니다. 부산이 고향인 저에게 이 장소는 어릴 적 친구들과 캠핑했던 기억이 담긴 곳으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부산은 바닷가를 따라서 대형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데, 오히려 산을 바라보며 계곡에 자리 잡는 카페를 디자인하는 것은 나에게 도전해 볼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대지는 계곡이 곡선을 그리며 돌아가는 위치로, 전면으로는 산과 계곡이 한 아름 다가오고, 우측과 후면은 마을과 접하고 있어 어떤 건축사라도 욕심이 날 만한 장소였습니다. 건축주는 산과 계곡을 최대한 많이 조망할 수 있는 카페를 원했는데, 이는 당연한 요청이었지만, 건축사로서 이를 어떻게 디자인으로 발전시킬지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Q.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우선, 산과 계곡을 최대한 경험하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두 가지 방법이 떠올랐는데, 첫 번째는 계곡의 휘어가는 형상을 따라 최대한 큰 곡면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자연과 접하는 표면적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톱니 모양으로 매스를 덜어내고, 곡면 형태로 감싸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연을 향해 한껏 확장된 곡선 볼륨 위에 안으로 파여 들어간 사선 형태의 볼륨을 얹어 표면적을 늘린 형태가 이 카페의 공간적 특징을 드러내게 됐습니다. 곡선은 계곡을 닮았고, 사선은 산의 형상을 닮았듯이, 자연스럽게 두 기하학적 형상은 계곡과 산이 수직적으로 중첩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Q. 설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카페를 설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어떤 환경(분위기) 속에서 구현해 내는가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산속에 온전히 묻혀서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가가 내부 공간 계획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였습니다.
계곡과 맞은편에 있는 산은 내부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2층의 실내 공간은 산(자연)과 관찰자의 관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을 향해 한껏 확장된 곡선 형태를 직설적으로 받아들이며 시각적으로 산과 개인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려 했습니다. 자연과의 일대일 대면은 관조의 행위를 자연스럽게 유발하는데, 이것이 이 카페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3층에서는 실내 공간과 실외 공간을 반복적으로 배치해 자연을 즐기는 방식을 다양화하고자 했습니다. 사선으로 파여 나간 실내 공간은 다양한 각도에서 산을 조망할 수 있게 하며, 비워진 외부 공간은 직접적으로 자연을 경험하는 공간으로서 촉각, 청각,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을과 접한 실내 벽면에 설치한 거울은 자연의 풍경을 실내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이는 장치가 돼, 실제 자연과 반사된 자연 사이에 둘러싸인 공간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이 카페 공간의 또 다른 특징이 됐습니다.
카페를 설계할 때 기능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소음 문제입니다.
자연을 즐기는 장소로서의 카페를 구현하기 위해 실내 소음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3개 층이 개방된 환경에서 반사재만으로 마감할 때의 음 환경이 얼마나 나쁜지를 알기에, 실내 마감재로 흡음재를 어떻게 사용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2층에서 4층까지 연결되는 주 계단의 벽면은 콘크리트의 물성을 상쇄시킬 자연의 소재로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했습니다. 비스듬히 합판을 세워 사이 공간을 만들고, 그 사이에 흡음재를 채움으로써 시각적으로는 자작나무의 온화한 이미지를 드러내며, 기능적으로는 흡음 벽체의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자작나무 합판의 벽면은 상부의 천창에서부터 카페 내부로 흘러드는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오랜 세월 이 장소를 지켜온 대자연 앞에서 새로이 들어서는 건축물은 낯선 풍경이 되기 쉽고, 어색한 공생 관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연환경에 접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형태와 재료를 찾아 자연과 건축의 공생 관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왔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의 공생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내원사 계곡에 만들어지는 카페의 디자인 과정은 자연에서 유추된 곡선과 사선, 마을에 대응하는 직선으로 구성된 형태로 자연과의 관계를 드러내는 것과,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해 자체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순응과 대비의 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자연과 건축이 만들어내는 영원한 모순 관계 속에서 자연과의 균형을 이루는 과정이 이 프로젝트의 건축적 지향점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이 카페의 이름이 프랑스어로 "숲의 친구"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아미 드 포레’인 이유도 이러한 건축적 고민의 결과입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새로운 시도로 어느 정도 목적은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째, 건축물의 볼륨이 한층 정도 낮았으면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더 친밀하게 이루어졌을 텐데, 지구단위계획상의 문제와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둘째, 노출 콘크리트는 저에게 새로운 시도였는데, 결국 시공의 완벽성이 따라주지 못하는 재료의 한계점을 느끼게 됐습니다. 거푸집을 뜯어낸 원형 그대로의 노출 콘크리트 분위기가 자연과 만나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힘의 조화를 기대했었는데, 노출 보수 과정을 거치면서 그 힘이 무뎌진 것을 느꼈습니다. 시공 후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다소 남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고 있지만, 지방에서도 여러 프로젝트를 해 왔습니다. 지방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자연과 접한 환경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던 프로젝트들이었습니다. 양산 내원사 계곡의 카페는 자연이 주는 감동이 훨씬 강하게 다가왔던 프로젝트로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건축주와의 첫 만남부터 설계 과정, 시공 과정을 거치면서 내원사 계곡과 천성산이 사계절 동안 변해가는 모습에 감동했고, 카페가 완성된 이후에는 나 스스로 이 카페의 이용자로 틈틈이 방문해 사계절의 변화를 관조하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기는 기쁨을 누려왔습니다. 내가 이 카페에서 경험하고자 했던 바를 나 스스로 즐겨왔듯이, 이 카페를 방문하는 많은 분이 자연을 대면하며 힐링의 공간으로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상 수상은 이러한 마음이 전달된 결과라고 믿고 싶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기하학적 원형에서 시작해 절제된 형태로 귀결됐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자연을 배경으로 곡선과 사선이 결합된 형태와 공간을 구현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앞으로 더 자유롭게 확장해 보고 싶습니다.
출처 - [수상 그 후㊶] 제15회 경상남도 건축상 우수상 ‘아미 드 포레’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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