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㊵] 2023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 ‘베리베리굿 봉산센터’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4.05.02 20:26
침체된 부산 영도 봉산마을 새로운 중심공간
내외부 이어진 커뮤니티 녹지 공간 통해 주민 간 소통 확대
최재원·권미리 건축사 “하나의 커뮤니티 건물이며 주민을 위한 광장”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마흔 번째 작품은 2023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 수상작 ‘베리베리굿 봉산센터’(최재원·권미리 건축사, 주.플로건축사사무소)이다.

‘영도다리’로 유명한 부산광역시 영도구. 1990년대 중반까지 거주인구가 20만 명을 넘었으나, 2000년대 들어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해 2010년대 중반에는 절반인 10만 명 정도로 줄어든 상황이다, 경제 침체로 인한 인구 유출과 저출산 현상이 겹쳐 나타난 결과다. 영도구는 부산에서도 재정 자립도가 낮은 자치구 중 하나로, 근대 최초 조선소가 설립된 곳이며, 산업화 시대에 다른 어떤 곳보다 활기찼던 영도의 영광은 이제 노년 시대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영도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기 위해 영도 사람들은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2023년 부산다운 건축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베리베리굿 봉산센터-영도 봉산마을 코워킹스페이스’(최재원·권미리 건축사, 주.플로건축사사무소)는 과거 영도의 활력을 되찾으려는 영도구의 노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 곳은 산업화 시대에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고 뉴타운 지역에서도 해제되면서 활력을 잃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을의 새로운 중심공간으로 자리 잡아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마을 카페,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유 주방, 다목적실 등을 갖춘 이 공간은 내외부로 확장되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녹지가 부족한 마을에 공원 같은 역할을 하며 주민들 간의 소통을 돕는 공간이 됐다. 특히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기존의 골목 기반 시설을 보존하면서 경사를 활용해 다목적홀과 외부 조망 데크 공간을 조성한 점이다.
설계자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베리베리굿’은 주변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뽐내는 건축물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에 스며들어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영도를 대표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설계자 최재원·권미리 건축사는 “의도적으로 남겨둔 2층 벽돌집, 일명 ‘성당집’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적절한 스케일로 편안한 공간감을 주는 기준이 됐다”며 “‘베리베리굿 봉산센터’는 마을의 일부로서 하나의 커뮤니티 건물이자 주민들을 위한 광장이기도 합니다”라고 ‘베리베리굿’을 평가했다. 다음은 설계자 최재원, 권미리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최재원·권미리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부산 영도 봉래산 언덕에 위치한 경사진 봉산마을은 집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으며, 과거 호황을 누리던 조선업 현장 근로자들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조선업의 불황과 뉴타운 해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한때 많은 사람이 이곳을 떠났습니다. 총 400여 채의 건물 중 87채가 빈집이었던 봉산마을은 2018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어 같은 해 7월에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베리베리굿 봉산센터는 이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생활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새로운 유동 인구를 유도하여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을의 중심 공간입니다. 좁은 골목과 밀집된 주택들이 특징인 급경사지에 위치한 이 마을에는 주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Q.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먼저, 마을 어디서든 접근이 용이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단절되어 있던 동서 마을을 일정한 레벨에서 연결하는 마당을 조성했습니다. 활동할 수 있는 수평 구간을 연장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삽입했습니다. 커뮤니티 공간은 높이 차를 극복하면서 자연스럽게 골목길을 연결합니다. 남겨진 주택과 함께 마당과 커뮤니티 공간은 부산항을 바라보는 테라스 하우스가 됩니다.
벽돌 마감의 이층집, 일명 성당집은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으로 전체 디자인과 레벨의 기준이 됩니다. 성당집은 내부 프로그램과 연계된 외부 테라스로 다양한 규모의 활동을 수용하는 공간입니다. 경사지를 따라 만들어진 개별적인 활동공간은 마을 커뮤니티 센터로서 하나의 정체성을 갖는 동시에 봉산마을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입니다.
내외부로 확장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은 녹지가 부족한 마을에서 공원 역할을 하며, 평지의 마당은 꼬불꼬불한 좁은 골목길에 여유 있는 휴게 공간을 제공합니다. 마을 행사나 이벤트 시에는 부지 전체를 활용하여 소통의 장으로 활동이 진행됩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베리베리굿 봉산센터는 폐가가 된 여러 집과 여유 부지, 36개의 필지에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한 인근 대지를 매입하지 못하였고, 이 대지는 전체 부지의 거의 중심에 위치하여 우리 건물과 간섭이 없도록 계획하며 공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기존 마을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고, 대지 경계와 건축물, 담장의 설치 위치는 대부분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대지 내 폐가의 철거가 어려워 작업이 늦어졌으며, 설계를 진행한 후에 경계 인근 건물이 우리 대지 내로 침범하고 있으며 철거가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되어 전면 수정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공사비 부족은 어느 공공건축에서나 흔한 어려움입니다. 특히 경사지에 위치하고 외부 공간이 넓은 건축물인 봉산센터와 같은 경우, 더욱 빠듯해집니다. 내부적 상황을 좀 더 개선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큰 공간적 개념을 유지하여 현재의 결과물로 완성되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이 들어서는 장소의 맥락에 관심을 둡니다. 건축은 어딘가에 세워지고 오랜 시간 그 장소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대지가 가진 특징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고자 합니다. 법규, 밀도, 경제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조건들을 수용하면서도 부분과 전체를 유연하게 오가며 주변과 잘 어울리는 그 장소만이 가지는 독특함을 만들고자 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경사지에 급속한 개발로 만들어져 무질서한 공간이지만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이 경사지에 작은 여유를 부여했고 오히려 독특한 장소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남겨둔 성당집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적절한 범위로 편안한 공간감을 주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베리베리굿 봉산센터는 마을 일부로 하나의 커뮤니티 건물이기도 하고 주민들을 위한 광장이기도 합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건축상이 있지만 ‘부산다운’ 건축상은 그 명칭에서부터 독특했습니다. 다른 상들과 차별화되는 ‘부산다움’을 잘 표현한 상을 받았다는 점은 영광스러우며 감사한 일이고, 다시 한번 작업을 돌아볼 기회였습니다. 하나의 단독 건물이 아닌 영도의 경사와 마을에 적절한 해법을 찾으려는 점, 그리고 장소의 특성을 잘 살리려는 노력이 부산다움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여러 고민을 거쳐 완성된 우리 작업의 방향이 인정받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작업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근의 작업을 돌아보면, 함께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공동주택을 진행하면서 집 앞의 작은 대화 공간부터 다양한 크기의 프로그램 공간과 외부 공간을 설계하고, 나아가 주변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사람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출처 - [수상 그 후㊵] 2023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 ‘베리베리굿 봉산센터’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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