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나를 마주하는 내 안의 숲, 사유원(思惟園)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4.11.26 15:27
사유원은 오랜 풍상을 이겨낸 수령 300년 이상의 모과나무를 중심으로 마음을 빚은 석상, 아름다운 건축물과 자연이 함께하는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다. 2021년 9월에 개장한 사유원은 SNS에서 꼭 한번 들러야 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단순한 수목원 관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내를 거닐며 자아를 돌아보고 깊이 생각하게 하는, 진정한 ‘사유’의 정원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형태의 산지 정원인 사유원은 국보 83호로 지정된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에서 따왔다.
자연과 건축의 조화
팔공산 지맥 70만㎡에 TC태창(태창철강)을 이끌었던 사야 유재성이 일본으로 팔려 가는 모과나무 네 그루를 웃돈을 주고 산 것을 계기로 조선 모과나무 108그루를 수집하며 수목원의 꿈을 키우다가 2006년 대구시 군위군 부계면에 부지를 마련하면서 지금의 사유원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한다. 평생 아꼈던 바위, 세월을 견딘 소사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 조경가, 예술가들의 원초적 공간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성인 입장료가 5만 원이라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품격 있는 사유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건축사 승효상, 알바로 시자, 최욱과 더불어 조경가 정영선과 서예가 웨이량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유원 조성에 참여하였으며 대표 공간으로는 소요헌과 명정, 풍설기천년 등이 있다.
사유원의 추천 코스는 네 가지 길로 구성이 되어 있다. 시간과 거리에 따라 목련길, 백일홍길, 모과길, 고송길로 나뉜다. 목련길이 약 한 시간 거리로 가장 짧은 거리이며, 고송길이 네 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장 긴 코스이다. 사유원에서는 고송길을 선택한 관람객들에게 오당과 와사의 호젓한 외로움을 느껴볼 것을 권한다.
사색의 공간
사유원은 ‘생각을 위한 공간’이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그 속에 자리 잡은 건축물을 위한 공간이 아닌 그 속을 찾아드는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고 고요함에 젖어 들게 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화려한 명성의 건축사들이 자연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스며들어 들뜬 마음을 한없이 고요하게 한다.
사유원의 정문인 치허문을 지나 기울어진 20.5m의 소대(알바로 시자의 요청으로 소요헌과 함께 구상한 전망대)에 오르면 사유원의 멀고 가까운 전망을 동서남북으로 모두 볼 수 있다.
소대에서 가까이 보이는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던 소요헌은 생명과 죽음의 순환이 새겨진 공간이다. 알바로 시자는 피카소의 ‘임신한 여인과 게르니카’를 전시할 마드리드 오에스테 공원의 가상 프로젝트를 사유원에 새롭게 만들었다. 피카소의 작품 대신 시자의 조각들이 소요헌에 전시되었다.
사유원의 심장부는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이다. 풍설기천년에는 사유원이 자랑하는 조선 모과나무 108그루가 자라고 있다. 사유원 탄생의 원초적 공간이다. 평균 수령 300년이 넘었다는 모과나무 한 가운데 무려 654년(1370년생)을 살았다는 할아버지 모과나무가 우람한 풍채를 뽐낸다.
사유원에서 첫 번째로 지어진 현암은 오묘하고 아름다운 집이다. 작은 집이지만 장대한 자연이 계절 따라 변하는 풍광으로 펼쳐진다. 옥상 마루는 열린 하늘을, 사랑방에서는 수평 파노라마, 그리고 안방에서는 아담한 자연을 품는다.
물의 정원인 사담은 깊은 계곡의 풍치, 수생식물과 비단잉어의 연못, 춤과 음악이 펼쳐지는 데크, 마주하는 느티나무 숲 한유시경, 이 모두에 열린 레스토랑 몽몽미방, 사담은 사람이 만든 자연의 정수이다. 사유원의 가장 높은 곳에 수평의 자태를 간직한 가가빈빈은 지세와 풍광, 편안함과 긴장됨의 균형을 이룬 쉼터이다.
사유원에는 설립자 유재성 회장이 '삼고초려'해 허락을 받았다는 알바로 시자의 작품 3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시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은 대학 캠퍼스를 제외하고는 사유원이 유일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사유원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쾌적한 관람을 위하여 하루 20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출처 : 사유원 누리집
주소 : 대구광역시 군위군 치산효령로 1150
출처 - [지역답사수첩] 나를 마주하는 내 안의 숲, 사유원(思惟園)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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