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료실 ■/스크랩 - 건축사신문(대한건축사협회)

[수상 그 후㊳]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 ‘닥밭골 한지체험관’

[수상 그 후㊳]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 ‘닥밭골 한지체험관’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4.04.09 18:08
 

산복도로 르네상스 일환으로 자리 잡은 닥밭골 새 랜드마크
주변 환경에 잘 스며드는 건축물 되도록 설계
유상훈 건축사 “기존 녹지공간 개방감 유지하도록 노력”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른여덟 번째 작품은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 수상작 닥밭골 한지체험관’(유상훈 건축사, 애드아키건축사사무소).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 ‘닥밭골 한지체험관’(설계=유상훈 건축사, 애드아키건축사사무소, 사진=윤준환)

 

닥밭골 한지체험관이 들어선 닥밭골은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 아래 위치한 마을이다. 예로부터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많았다는 이유로, 닥밭골로 불렸다. 닥나무 껍질로 만드는 닥종이가 바로 한지다. 산복도로(山腹道路)는 말 그대로 산()의 중턱()을 지나는 도로를 일컫는다. ‘닥밭골 한지체험관이 자리한 망양로를 비롯해 엄광로, 대티로 등이 대표적인 부산시 소재 산복도로다. 부산시는 지난 2011년부터 10년간 약 809억 예산을 들여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닥밭골 한지체험관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설계자 유상훈 건축사는 설계 준비 단계부터 주변과의 조화를 염두에 둬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건축물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 그리고 관할 부산 서구청 관계자들은 3층 규모의 건축물을 설계해 달라고 했다. 이에 유 건축사는 기존 녹지공간의 개방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마을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유 건축사는 그 지역 주민들과 구청 관계자에 땅속에 건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 ‘닥밭골 한지체험관’(설계=유상훈 건축사, 애드아키건축사사무소, 사진=윤준환)
 

본격 설계에 들어간 유 건축사는 지형의 높고 낮음 차이를 이용, 위쪽은 사람이 다니는 길과 이어진 마당을 확장하고, 아래쪽은 하부 고저차를 이용했다. 주변 경사진 골목길에서 건축물로 다양한 방법의 진입이 가능토록 하기도 했다. 완성된 건축물은, 마치 그곳에 오래도록 서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변 환경에 스며들어 은근한 존재감을 뽐내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설계자 유상훈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유상훈 건축사(애드아키건축사사무소), 사진=유상훈 건축사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도시재생 관련하여 이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으로 닥밭골 한지 체험관 설계를 의뢰받게 됐습니다. 그 지역 생활권의 거점시설 기능을 하게 되는 이 건축공간이 마을 주민들과 그리고 주변 환경에 얼마나 잘 스며들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경사지 사이에 잘 조성된 소규모 녹지 개방공간 안에 부지가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 건물을 지어야만 하는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개념을 도입한, 드러나지 않는 건축을 통하여 기존 녹지공간의 개방감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즉 기존 경사지형의 고저차를 활용해 상부는 보행로와 연계된 새로운 마당을 확장시키고 그 하부에, 높이에 따라 적층된 건축공간들을 주변 골목길과 수평 연계시켜 편리하게 이용토록 했습니다. 부지의 형상에서 비롯된 삼각형 평면 매스의 모서리마다 기능과 결합된 개성 있는 다양한 오픈공간을 도입해, 열려있는 소통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려했습니다. 내부 수직연결 계단 동선과 실내공간은, 기존 경사지와 타협하면서 형성된 주변 계단 골목길의 공간적 특성을 그대로 차용시켜, 자연스럽게 기존 마을 환경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고려했습니다.

Q, 설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 지역 주민들과 구청 관계자들에게 땅속에 건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차원 동영상과 회의자료를 만들어 몇 개월에 걸친 각종 설명회와 설득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공간의 설명과 더불어 기존 녹지공간의 개방성 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시키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부지가 가지고 있는 지역환경과 물리적 공간에 그 시대의 진정한 삶을 담아내는 통합적 디자인에 늘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부터 공공의 공간까지, 모든 사람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나름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구청 관계자들이 고집스러운 저의 의견을 이해해 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불확실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구현의 한계는 있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요?

늘 그렇듯이 지금까지의 경험상 공공 건축물을 시작부터 준공까지 진행하는 데에 있어 우여곡절이 없는 프로젝트는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워낙 변수가 많이 존재하니까요. 건립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비 걱정에 바들바들 떨면서 설계가 시작됐지만, 어찌 되었건 무사히 마무리되면서 지금 드는 생각은 그동안의 수많은 고생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미가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건축사가 건축행위를 함에 있어 어떤 건축적 논리를 가지고 진행시킨 결과물이 의도치 않게 다른 측면으로 공공성에 저해가 되는 경우를 가끔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다목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유연한 공간을 만들어 주변 환경과 긴밀하게 연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적으로는 꼭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주변과 관계 맺기를 자연스럽게 그리고 겸손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으며, 한국건축 기행을 통해 체감하고 설계에 반영해 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㊳] 2023 부산다운 건축상 은상 ‘닥밭골 한지체험관’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