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㊲] 2023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대상 ‘재재소소’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4.03.22 17:08
제주 자연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숙소
제주 전통마을과 현대 도시마을 특성 결합한 새로운 마을 염두에 두고 설계
강해천 건축사 “산방산 배경, 전체가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길”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른일곱 번째 작품은 2023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대상 수상작 ‘재재소소’(강해천 건축사, 주.지랩건축사사무소)다.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1977년 12월 발표된 혜은이의 노래 ‘감수광’ 첫 부분이다. 모두 다 아는 것처럼 제주는 돌과 바람의 섬이다. 돌담 안에 만들어진 집에서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제주여행을 앞둔 관광객이 가장 기대하는 모습이 아닐까. 2023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대상 수상작 ‘재재소소’(강해천 건축사, 주.지랩건축사사무소)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마치 정답과 같은 건축물이다.
보통 관광지의 숙소라 하면 당일 일정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다음 날 일정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곳을 의미하지만, 제주의 숙소는 다르다. 제주는 특정 명소(名所)만 관광지가 아니라 바람 불고 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관광지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숙소는 그래서 닫혀 있으면서도 열려있어야 한다. ‘휴식’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제주의 자연에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재소소’는 이러한 제주의 숙소가 보이는 특징을 잘 반영한 건축물이다.
재재소소가 자리 잡은 제주도 서남쪽 덕수리는 산방산(山房山)이 바라다보이는 마을이다. 설계자 강해천 건축사는 밭과 과수원 너머로 웅장한 산방산이 보이는 이 마을에 제주를 닮은 두 동의 스테이(STAY)를 만들었다. 두 동의 이름은 ‘재재’와 ‘소소’다. 두 개의 돌집과 하나의 벽돌집으로 구성된 재재는 마당 가운데 위치한 수영장을 중심으로 2개의 침실과 하나의 거실로 구성돼 있으며, 하나의 돌집과 2층 벽돌집으로 구성된 소소는 산방산을 바라볼 수 있는 수영장과 아늑한 거실, 2개의 침실로 구성돼 있다.
설계자 강해천 건축사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제주 마을의 유기적인 특성과 직선적이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대 도시 마을의 특징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새로운 마을을 만들겠다는 설계 철학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임했다고 대답했다. ‘제제소소’는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여 제주도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현대적인 편의성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다음은 설계자 강해천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설계자 강해천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주도 서남쪽에 위치한 덕수리는 산방산을 배경으로 조용히 자리 잡은 마을입니다. 이곳에 위치한 대지는 원래 귤 밭이었으며, 그 규모와 용도가 작지 않아 큰 단일 건물을 짓기보다는 제주 전통 민가처럼 여러 작은 집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산방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을 이루도록 설계했습니다.
Q. 그렇게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전통적인 제주 마을은 자연발생적으로 확장되고, 지형과 기후에 맞게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형태로 집과 필지가 조성되어 왔습니다. 반면 현대에 개발되는 마을은 법적 제약, 계약 관계, 실용성 등을 고려하여 직선적이고 인위적인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재재소소’ 프로젝트는 이러한 배경에서 제주의 전통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의 기능과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불편함이 없는 작은 마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주의 다양한 마을을 경험해 본 결과, 마을의 주요 요소는 적절한 높이의 담과 건물 높이, 그리고 적당한 거리로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여유로우면서도 너무 멀지 않은, 밀집한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제주의 전통 집들은 안거리, 밖거리, 대문채, 우사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각 건물이 자연스레 겹치며 관찰 각도에 따라 다양한 입체감을 제공합니다. 일관된 형태와 재료 사용은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며, 하나의 군집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합리적인 동선과 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건축을 배울 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분들이 조성룡, 정기용 선생님입니다. 두 분이 항상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것들이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땅에 맞는 건축’이었습니다. 이를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와 생활상을 담고 있는 공간, 기존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건축, 주변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재재소소에서는 특별히 풍경과 지역의 문화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워낙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산방산이 곁에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밖에서 재재소소를 바라보는 풍경에 대한 고민들도 있었지만, 재재소소 안에서 산방산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랩이 만든 공간들은 지역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큰 방향성을 설정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요소를 포함시키려고 노력합니다. 항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족시키기는 어렵지만, 그 결과는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평가될 거라 생각합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제주건축대상은 한 해 동안 제주에 지어진 건축물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공감을 받는 건축물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축상은 설계자 개인에게 주는 상이 아니고,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건축주, 시공자, 감리자, 그리고 프로젝트와 관련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결과를 위해 같은 마음으로 긴 시간 호흡한다는 건 정말 놀랍고 멋진 일입니다.
특히 이번 수상은 제주에서 받는 두 번째 건축 대상이라서 더 특별했습니다. 한 번은 운이었을 수 있는데, 두 번째라 더 인정받은 기분입니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지역색이 가장 강한 곳 중 하나로, 이곳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우리 맴버들에게도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 사용해 보지 않은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을 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중 요즘 가장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사람에게 무해한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동안 지랩에서는 자연재료를 사용하는데 많은 고민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내·외장에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깨끗한 물과 공기를 제공하는 것까지 스터디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출처 - [수상 그 후㊲] 2023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대상 ‘재재소소’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자료실 ■ > 스크랩 - 건축사신문(대한건축사협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역답사수첩] 하늘과 맞닿은 사찰, 대견사(大見寺) (0) | 2024.12.13 |
---|---|
[수상 그 후㊱]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대상 ‘유리트리트’ (5) | 2024.11.06 |
[수상 그 후㉟]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6) | 2024.11.01 |
<지식카페>‘실내熱 실외로 뱉는’ 에어컨이 근대건축·백화점 탄생시켰다 (9) | 2024.10.31 |
[지역답사수첩] 세월이 만든 아홉 계단의 몽돌, 완도 구계등(九階嶝) (1) | 2024.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