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일주문 <수양매>
통도사의 입구 일주문 옆
한송정이라는 식당 앞에 있는 <수양매>이다
수령 약 20년 내외로 보이는 백색의 겹꽃이 피는 어린 매화인데
수양버들같이 가지가 늘어져서 꽃이 달려
<수양매> 혹은 <능수매>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의 <수양매>를 대표했던
'호남 5매' 중 하나였던 <소록도 수양매>는 애석하지만
2009년에 태풍으로 완전히 고사했다
대가람의 입구 일주문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의 <수양매>는
마음을 내려 놓고 대중을 공경하는 하심(下心)을 수행하는
'구도자의 집'의 문지기로서도 제법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육화당 담장 - 원래 <육화당 백매>가 있었던 자리에 상록수 하나가 새로 자리 잡았다
<통도매>, <영취매>
<자장매>
027. 통도사 <오향매> (2024.03.10.)
2019년 2월에 통도사 <자장매>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오향매>를 처음 발견했었다
지리산에서 옮겨 온 300년 이상 된 연륜의 고매화인데
<자장매>가 질 무렵에야 꽃이 피기 시작하는
개화 시기를 가졌다
<자장매>가 지더라도 <오향매>를 볼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옮겨 심은 <오향매>의 가지치기는 잔인하리만치 가혹했다
마치 손발이 모두 잘린 생명을 다한 고사목 모습이었다
과연 성공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이식한지 5년만에 제대로 수세를 회복하면서
활짝 꽃을 피웠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옮겨온 통도사의 새로운 식구,
<오향매> 앞에는 이런 아름다운 안내판이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윽한 매화향이
부처님께 향 사르며 예배하는 성불을 향한 수행자의 향기,
즉
1) 수행자가 계율(戒律)을 잘 지키는 향기(戒香)
2) 수행자가 마음을 쉬게 하는 향기(定香)
3) 수행자의 마음에 걸림이 없는 향기(蕙香:혜향)
4) 마음을 뛰어 넘는 향기(解脫香)
5) 수행자의 마음에 나와 남의 구별이 없는 향기(解脫知見) 등
다섯 가지의 향기를 닮았다 하여 오향매라고
주지스님이 지었다
지리산 남녘 깊은 골짜기에서 자생한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고매이다
여러 귀한 인연으로 통도사에 뿌리 내리고
순백색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공양하고
영축총림의 일원으로
당당히 도량의 주인이 되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소개말이다
그리고 품위와 격조가 있으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주지스님의 환영사라고 할 수 있겠다
<오향매>의 등장으로 인해
영각影閣 앞의 마당은 통도사의 ‘매화 정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각 바로 앞에 통도사의 스타,
<자장매>가 턱 버티고 서 있고,
<자장매>의 맞은 편, 천자각과 영산전의 측면 모서리에
<오향매>가 새로 자리를 틀었다
그리고 <오향매> 앞뒤로 젊은 청매 4그루가 호위를 하며
울을 만든 모양새이다
영각影閣은
역대 주지 및 큰스님들의 진영을 봉안한 건물로
정면 8칸 측면 3칸의 긴 장방형 평면으로 된 팔작집이다
현재의 건물은 1704년(숙종 30)에 다시 지었고
처음에는 영자전이라 불리다가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탄 후에 다시 복원하기 위하여 건물 상량식을 마쳤더니
전각 앞에 <자장매>가 저절로 돋아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영산전靈山殿의 영산靈山은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한 영취산의 준말이다
후불탱화는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던 정경을 묘사한 영산회상도이고
그 주위에 여덟 폭의 팔상도八相圖를 배치하였다
팔상도는 석가모니 생애를 여덟으로 나누어 묘사한 불화이다
이와 같이 팔상도를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영산전靈山殿을
팔상전(八相殿, 捌相殿)이라고도 한다
천자각은
학승들을 가르치는 강원(승가대학) 겸 기숙사 건물로 쓰이며
황화각이라고도 한다
<자장매>가 지기 시작하면 <오향매>가 피기 시작한다
한반도의 봄을 연 <자장매>가 질 무렵이면 항상 아쉬움이 앞서지만
그때쯤부터 <오향매>가 피기 시작한다는 것은
또다른 희망이기도하다
<육화당 백매> (2022.0326.)
<육화당 백매>는
올해 2월달에 <자장매>를 보러 올 때까지만 해도
통도사의 입구, 일주문 우측의 육화당 도로쪽 담장 곁에 있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이곳 황화각 앞으로
옮겨 심어져 있었다
육화당은 원래 입적하신 월하스님의 유품을 전시하던
노천유물관으로 사용되었고
그 후 통도사의 종무행정 일체를 관장하는 사무기능을 지닌 종무소로
운영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불교대학과 템플스테이 등 신도교육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 육화당 담장 곁에 있었던 매화는
일주문 앞의 <수양매>로 부터 시작하여
<통도매>, <영취매>로 이어지는 '통도사 매화길'을 이어주는 중간 지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왔다
통도사 산문 입구에서 담장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미소 짓는 <육화당 백매>의 위치는 한적하고 아주 절묘했었는데
느닷없이 복잡한 황화각 앞으로 이사를 왔다
<육화당 백매>의 이식으로
황화각 앞 마당이 갑자기 여유가 없이 부산스러워졌다
채워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과유불급 - 원래 있던 그대로 비워서 얻는 아름다움이 한수 높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황화각 백매>라고 불러야 하나?
순천 승주의 선암사를 '꽃절'이라고 칭송하는데
3월 초순 매화가 피는 시절의 통도사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 할 수 있다
사찰 경내 곳곳 요소요소에 매화가 피지 않은 곳이 없고
선방 앞에도 화사한 매화 한 그루씩은 꼭 있다
통도사 <자장매>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피고나면
1~2주 후에는 <자장매>도 뒤따라 피어서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알린다
올해 <자장매>는 2월 초에 꽃을 피웠는데
이상고온으로 2월달에는 큰 추위가 없이 날씨가 포근하여
냉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그래서 10여년 이내로 가장 화사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꽃을 모두 떨구고
조용히 이미 해탈의 경지로 들어섰다
바야흐로,
통도사의 봄이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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