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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4-004. 거제 구조라초등학교 <춘당매>의 비극 (2024.02.11.)

 

 

 

 

 

 

 

 

 

 

 

004.  거제 구조라초등학교 <춘당매> (2024.02.11.)

 

 

설명절 연휴에 

거제 구조라초등학교의  <춘당매>를 찾았다

3년만에 다시 방문하는 길이라 나름 그동안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학교 교정 언덕에 우아하게 버티고 서서

학교 방문객들을 항상 하얀 미소로 맞이해주던 <춘당매> 4그루의 모습이

너무나 처참하게 망가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4번 째 나무는 옛날부터도 좀 부실했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1번 째 나무는 굵은 가지가 다 부러져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2번 째 나무는  정면을 향한 큰 줄기가 잘려나갔고

가장 충격적인 3번 째 나무는 아예 쓰러져서 뿌리가 뽑혔는데

윗부분만 잘라내고 그루터기는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

 

더 서글픈 것은 

뿌리가 뽑힌 그 그루터기에 복스럽고 귀여운 새하얀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구조라 <춘당매>는 수차례의 수난이 있었기에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없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춘당매>를 아끼는 사람들의 우려와 건의가 있었음에도

3년만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화가 치밀어

그냥 되돌아 나올까 고민하다가

이 비통한 마음을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다

 

 

 

 

 

 

 

 

 

 

 

 

 

 

 

 

 

 

 

거제도의 <춘당매>는

한반도에서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이다

우리나라에서 빨리 피는 매화의 대명사로는

금둔사의 <납월매>와 부산 UN공원의 홍매화 그리고 통도사의 <자장매> 등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데 각종 자료마다 그 순서가 차이가 많아서

3년 전에 그 개화 순서를 확정하기 위해

작정하고 10년 간의 기록을 비교 관찰해 본 적이 있었다

 

간혹 예외는 있지만

부산 UN공원의 홍매, 거제도의 <춘당매>,

금둔사의 <납월매>, 통도사의 <자장매>의 순서로 보통 꽃을 피우고 있지만

종합해서 판단하면 1등은 거제도의 <춘당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UN공원의 홍매는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너무 어려서 매화의 풍모와 품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예선 탈락이고,

금둔사 <납월매>는 간혹 한두 그루는 <춘당매>보다 개화시기가 빠르기도 하지만

전체 나무군집으로 판단하면 <춘당매>의 승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거제도의 <춘당매>가 우리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로

그 가치나 상징성은 엄청나지만

그동안 무관심과 홀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구조라초등학교는

1941년 설립되었으나 1999년 50회 졸업생 배출을 마지막으로

일운초등학교에 통합되면서 문을 닫았고

지금은 폐교가 된 상태의 학교이다

 

현재는 거제교육지원청 소유로서

구조라 마을회가 유상으로 임대해서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는데

교문 맞은 편 언덕에,

매화나무 <춘당매(春堂梅)> 4그루가

거칠고 시린 바닷바람 속에서 언제나 주인없는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3년 전의 모습 (2021.02.13.)

 

 

 

 

 

 

 

 

       구조라초등학교와 <춘당매>

현재 거제교육지원청 소유로 되어 있다

학교 운동장은 구조라 마을회가 유상으로 임대해서 게이트볼장 등

주민들의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고,

학교 부속시설인 <춘당매>  폐교가 된 후로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10년 전쯤 부터에야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시작했지만

태풍으로 부러지고 날로 쇠약해지고 있어서

해당 관리청의 배려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구조라의 <춘당매>

학교 안에 4그루,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 1그루가 있다

아직 한창인 <춘당매>가 상처 투성이로 변해가는 것은 

그만큼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바닷가의 입지적 요인이 클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환경적 이유로 인해서

<춘당매> 더 과학적인 관리와 보존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그런 조치가 없었다

 

 <춘당매>의 가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매화 애호가들은 거제의 보물일 뿐만아니라 나라의 보물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구조라초등학교 졸업생들은 학교의 산 증인이자, 역사로 여길 것이고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매화나무 단지'도 아니고 '몇 그루'에 불과한데

왜 그렇게 말이 많은 것인지 의아하게 여길 수도 있다

 

판단은 <춘당매>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교육청의 몫으로

어떤 사업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한 가성비 높은 투자와 지원인지?

그리고 미래지향적이면서 교육적인 효과가 높은

<춘당매>의 활용방안은 무엇인지?

결정해야만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그리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고

3년전에도 이 블로그에서 우려와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조 : 매화-2021-04 거제 구조라 춘당매 (2021.02.13.) (tistory.com) 

 

 

 

 

 

 

 

 

 

 

 

 

 

 

 

 

 

 

 

 

 

 



 

 

 

 

 

 

 

 

 

철새는 날아가고 

푸르고 시린 겨울바다는 말이 없다

 

옛 초등학교 교정과 마을 입구 언덕에 턱 버티고 있는 <춘당매>는

겨울을 걷어내고 한반도에 봄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봄의 전령사이자, 희망의 메신저'였다

 

초등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었고

아이들의 재롱과 웃음소리마저 끊어진 교정의 적막감과

당국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차가운 해풍 속에서도

<춘당매>는 어김없이 해마다 1월이면

새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새봄의 희망과  고혹적인 향기를

얼어 붙은 한반도의 방방곡곡으로

해풍에 실어 보냈었다

 그래서 거제도는 1월부터 봄이 시작되는

축복받은 땅이었었다!

 

 

<춘당매>가

칼바람 해풍 속에서도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가지목을 지키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꽁꽁 언 대지를 녹이고 혹독한 추위를 걷어내고서

우리 거제와 한반도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세상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역할' 때문이다

그런 뒤에 정작 자신은

상처 투성이의 시든 꽃잎을 떨구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이제 <춘당매>의 그 어려웠던 '선구자적 역할'은

마침내 끝이 났다......

이제 그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구조라 초등학교 아이들과 좋았던 추억만 간직하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

다시 매화로 환생하더라도

거제도에서는 다시 태어나지 않길 빈다

나 역시 앞으로 거제도 올 일은 없을 테니까......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5번째 <춘당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