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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4-001. 양산 통도사 홍매화 - <자장매> 피다 (2024.02.07.)

 

 

 

 

 

 

 

 

 

 

 

001. 양산 통도사 홍매화  - <자장매> 피다 (2024.02.07.)

        

 

올해, 통도사 <자장매>의 첫 개화소식은

2월 2일쯤에 있었다

‘드디어 통도사 홍매화 두 송이가 피었다!’는 <자장매> 의

 실시간 개화상황이 SNS에 떴다

 

2023년에는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휴유증으로

예년보다도 1달 이상이나 빨리 1월 8일쯤에

자장매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기상이변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통도사 <자장매>의 개화시기는 2월 중순 무렵이다

소한, 대한을 거친 뒤에, 입춘을 전후하여

그 해의 추위와 기온에 따라서 2~3주 내외의 시간 차이를 보이면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원래 계획은 이번 설날연휴에 느긋하게

<자장매>를 알현하러 갈  계획이었었는데 

그 일주일을 참지 못하고 평일 오후에 통도사를 찾았다

 

2024년 2월 7일 현재,

통도사 홍매화 <자장매>의 개화 상황은

꽃잎이 30장 정도는 이미 그 황홀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고

탱글탱글 영글은 꽃망울들은

  앞으로 날씨만 좋다면 당장이라도 터뜨릴 기세로

빠알간 보석처럼 메마른 가지에 총총히 박혀있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설날연휴에는

큰 추위 예고가 없어서, 아직 화사하지는 않지만

개화초기의 싱그럽고 청초한 매화 모습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 봄은 멀었다고 판단된다

 예년의 경험에 따르면

<자장매>가 만개하기 까지의 험난한 과정에는

반드시  '시련의 계절'이  닥친다

 

누구보다도 먼저 용감하게 세상에 봄소식을 전한

<자장매>의 장하고 여린 꽃잎들이 

뒤이어 닥친 강추위와 겨울비에 그만 꽁꽁 얼어버리고,

만개하기도 전에 꽃잎이 시들어버려서 허무하게 

떨어져버리곤 한다

 바야흐로 <자장매>의 '시련의 계절'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영남알프스의 한 축인

영축산 아래에 자리 잡은 불보사찰 통도사에

수령 370년이 넘는 홍매화가 1그루 있다

 

 스님들의 영정을 보관하는 영각 앞에 자리 잡은 이 홍매화는

‘우리나라 홍매의 표준’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고운 색과 자태가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일찍 피는 매화로도 이름이 높다

 

 해마다 초봄이면

아이돌 못지 않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 홍매화는

신라 때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서 <자장매慈臧梅>라고 불리는데

매화나무 아래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있었다

 

 “임진왜란 후 통도사 중창을 발원한 우운대사는

먼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고 인조23년(1643년) 이후

참회하는 마음으로 역대 조사의 진영을 모실 영각(影閣)을 건립했다.

상량보를 올리고 낙성을 마치니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서

해마다 섣달 납월에 연분홍 꽃이 피어 사람들은 이를

자장스님의 이심전심이라 믿었다

 

 매화는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칠 때 향이 더욱 짙어진다.

그 특성이 수행자의 구도행과 닮았고, 자장스님의 지계 정신을 표현한다 해서

이를 자장매화(慈藏梅花)라 하였다.”

 

    

 

 

 

 

 

 

 

 

 

 

 

 

 

 

 

 

 

 

 

 

 

 

 

 

 

 

 

 

      통도사 <자장매>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피고나면

1~2주 후에는 <자장매>도 뒤따라 피어서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알린다

 

 매화는 다른 꽃나무에 비해 개화시기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매화를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화괴花魁’라고도 부르고

엄동설한 속의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동매冬梅 · 설중매雪中梅 · 납월매臘月梅 등으로도 불린다

 

 매화가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가지목을 지키며

불빛 하나 없는 눈 덮인 산과 들에서 온기 없는 별빛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꽁꽁 언 대지를 녹이고 혹독한 추위를 걷어내고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세상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역할' 때문이다

그런 뒤에 초연히 시든 꽃잎을 떨구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그 옛날 선비들이

매화를 존중하고 사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매화의 여러 덕목 중에서도 이 ‘선구자적 역할’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선구자적 역할’의 대표적인 매화로는

순천 금둔사의 <납월매>, 거제 구조라의 <춘당매>,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 등이 있다

 

           ‘통도사의 <자장매>가 꽃을 피워야

한반도에 봄이 온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의 봄 전령사'로서의 <자장매>의 개화는 의미가 특히 각별하고

그 역할을 가리켜서 어느 시인은

‘대자연이 쓰는 시詩의 첫 문장’이라고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