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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1-04 거제 구조라 춘당매 (2021.02.13.)

 

 

 

 

 

 

 

 

 

 

004. 거제 구조라 춘당매 (2021.02.13.)

 

 

한려해상국립공원을 품은 거제도는

해안선이 길게 발달하여 곳곳에 좋은 해수욕장이 많이 있는데

일운면의 구조라 해수욕장은

 수심이 완만하고 호수처럼 조용한 내륙형 해안지형으로서

해수욕장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모래가 부드럽고 수온도 적당해서 많은 피서객들이 찾고 있다

주변에는 조선 중기에 축성한 구조라성지와 ‘샛바람 소리길’ 산책로가 있고,

그리고 학교 바로 앞에는 요즘 인기 높은 카페 '외도널서리'가 있다

그리고 유람선을 이용하면 내도 및 외도뿐만 아니라

 해금강까지도 관광할 수 있다.

 

올해초, 전국이 30년만의 강추위로 꽁꽁 얼어있던

1월 7일 이른 아침 거제시에 흰눈이 내리던 날,

옛 구조라초등학교의 <춘당매(春堂梅)>가 꽃망울을 터트렸다고 한다

거제도 구조라초등학교의 <춘당매>의 개화시기는

1950년대에는 2월 중순 경, 2천 년대 초반에는 1월 하순 경이었지만,

요즘은 1월 중순, 초순 경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조금씩 그 개화시기가 점점 당겨지고 있는 추세인데

거제도의 <춘당매>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빨리 피는 매화의 대명사로는

금둔사의 <납월매>와 부산 UN공원의 홍매 그리고 통도사의 <자장매> 등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데 각종 자료마다 차이가 많아서

몇 년 전에 그 개화 순서를 확정하기 위해 작정하고 관찰해 본 적이 있었다

간혹 예외는 있지만 부산 UN공원의 홍매, 거제도의 <춘당매>,

금둔사의 <납월매>, 통도사의 <자장매>의 순서로 보통 꽃을 피우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1등은 거제도의 <춘당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UN공원의 홍매는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너무 어려서 매화의 풍모와 품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예선 탈락이고,

금둔사 <납월매>는 간혹 한두 그루는 <춘당매>보다 개화시기가 빠르기도 하지만

전체 나무군집으로 판단하면 <춘당매>의 승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구조라 <춘당매>가 1등을 차지한 것은

주변 환경과 지리적인 잇점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일운면의 구조라초등학교는 거제지역에서도 따뜻한 남단에 자리를 잡았고

바다 쪽에서 몰아치는 해풍은 먼 바다의 내도와 외도가 일차적으로 걸러주고

차가운 북풍은 북병산 줄기가, 거센 동풍은 예구리의 망산이 막아주고 있어서

<춘당매>의 개화를 지원하고 있는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해수욕장 바로 위 언덕에 자리잡은 구조라초등학교는

1941년 설립되었으나 1999년 50회 졸업생 배출을 마지막으로

일운초등학교에 통합되면서 문을 닫았고 지금은 폐교가 된 상태의 학교이다

현재는 거제교육지원청 소유로서 구조라 마을회가 유상으로 임대해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는데 교문 맞은 편 언덕에,

거칠고 시린 바닷바람을 견디며 오늘도 학교를 지키고 있는

매화나무 <춘당매(春堂梅)> 4그루가 있다

 

 

 

 

 

 

 

 

 

 

 

 

 

 

 

 

 

 

한동안 <춘당매(春堂梅)>의 이름과 수령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지방신문에 “일제시대에 ‘춘당’이라 불린 일본 신사가 구조라 삼정마을에 있었고,

신사가 없어진 뒤에도 그 자리를 ‘춘당’이라 불렀고

이를 빌려와 <춘당매>라 이름 짓고 나무 앞에 팻말도 세웠다”라는

오보가 있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노력에 의하여

“일본 신사에 대해 조사해보니 신사는 일반적으로 이름에

‘당(堂)’이 아닌‘궁(宮)’이나 ‘사(社)’를 붙이기에 ‘춘당’이 일본신사의 이름이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고

구조라 마을 어귀에 ‘춘당’이라 불리는 가파른 언덕이 있었는데,

‘봄을 맞이하는 자리, 봄이 머무는 자리라는 의미’로서

이른 봄 꽃을 틔우는 매화와 잘 어울려 ‘봄을 맞는 자리에 피는 매화’라는 뜻으로

‘춘당매(春堂梅)’라 이름지었다”는 것으로 다시 정정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아울러 <춘당매>의 수령에 대한 부분도 나름 정리가 되었다

지금도 나무아래 안내판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로 알려져 있으며

...... 수령은 120~150년으로 추정되며,

현재 구조라 초등학교 교정에 4그루, 마을 입구에 1그루가 서식하고 있다“라고

적혀 있지만 이것은 앞으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밝혀졌다

‘지난 1970년 무렵에 공곶이수목원의 강명식 대표가

설중매 5그루를 구조라초등학교에 기증하였고 작고한 이봉래 교장 선생과 학교 직원이

언덕에 4그루, 마을 입구에 1그루를 심었다’라고 근래에 관계자의 증언이 나옴으로써

<춘당매>의 수령은 약 60년 내외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새로이 판명되었다

 

 

 

 

 

 

 

 

 

 

 

 

 

 

 

 

구조라초등학교와 <춘당매>는

현재 거제교육지원청 소유로 되어 있다

학교 운동장은 구조라 마을회가 유상으로 임대해서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등

주민들의 체육시설로 활용하고 있고,

학교 부속시설인 <춘당매>는  폐교가 된 후로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10년 전쯤부터에야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시작했지만

태풍에 그루터기가 부러지고 날로 쇠약해지고 있어서

해당 관리청의 배려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라의 <춘당매>는

학교 안에 4그루, 마을 입구 버스정류자에 1그루가 있다

학교 안의 담장 끝에 있는 네 번 째 매화는 10년 전쯤에 처음 봤을 때 부터

수세와 가지가 빈약했었지만, 나머지 4그루는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오늘, 3년만에 다시 찾아와보니 그 사이에 나무들이 많이 상했다

첫 번때 나무는 중심 줄기의 윗부분이 완전히 부러져버렸고

세 번째 나무는 아랫 부분 큰 가지 하나가 꺽여 버렸고, 

그리고 버스정류장 곁의 다섯 번째 매화도 큰 줄기가 부러져서

당당하던 자태를 잃고 왜소하고 볼품없는 모습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름철에 올라오는 태풍의 피해로 짐작되는데

수 백년 묵은 고매들이  태풍의 영향으로 종종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지만

아직 한창인 <춘당매>가 상처 투성이로 변해가는 것은 

그만큼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바닷가의 입지적 요인이 클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환경적 이유로 <춘당매>는 더 과학적인 관리와

보존이 필요한 셈이다

 

<춘당매>의 가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매화 애호가들은 거제의 보물일 뿐만아니라 나라의 보물이라고 여길 것이고

구조라초등학교 졸업생들은 학교의 산 증인이자, 역사로 여길 것이고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매화나무 단지'도 아니고 '몇 그루'에 불과한데

왜 그렇게 말이 많은 것인지 의아하게 여길것이다

판단은 <춘당매>의 운명을 쥐고있는 교육청의 몫이다

어떤 사업이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한 가성비 높은 투자와 지원인지?

그리고 미래지향적이면서 교육적인 효과가 높은 <춘당매>의 활용방안은 무엇인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그리 많이 남아 있지는 않은 것 같기에

우려의 심정 또한 지우기가 어렵다

 

푸르고 시린 겨울바다를 마주보고

옛 초등학교 교정과 마을 입구 언덕에 턱 버티고 있는 <춘당매> 5그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로서

어두운 겨울을 걷어내고 한반도에 봄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봄의 전령사이자, 희망의 메신저'이다

초등학교는 이미 폐교가 되었고

아이들의 재롱과 웃음소리마저 끊어진 교정의 적막함과

당국의 무관심뿐만 아니라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해풍 속에서도

구조라의 <춘당매>는 어김없이 해마다 1월이면

새하얀 꽃망울을 터뜨리고 끊어질 듯 말 듯한 고혹적인 향기를

해풍에 실어 전국으로 보낸다

 

그래서 거제도는 1월부터 봄이 시작된다.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춘당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