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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세계유산-027.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3) ㅡ 「고도(古都) 교토의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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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고도(古都) 교토의 문화재」— 천년 수도가 남긴 목조와 정원의 정수

 

서론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의 중심에 자리한 교토(京都)는 서기 794년 간무(桓武) 천황이 헤이안쿄(平安京)로 천도한 이래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도쿄로 수도가 옮겨지기까지, 무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의 정치·문화·종교의 중심지로 기능한 도시다. 가마쿠라(鎌倉)와 에도(江戶)에 무가 정권이 들어서 실질적 통치권이 이동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교토는 줄곧 천황이 거처하는 명목상의 수도였을 뿐 아니라 일본 문화가 형성되고 정제되는 용광로 구실을 했다. 이러한 역사적 위상을 배경으로 1994년, 교토시와 우지시(宇治市), 그리고 시가현 오쓰시(大津市)에 흩어져 있는 17건의 사찰·신사·성곽이 「고도 교토의 문화재(古都京都の文化財, Historic Monuments of Ancient Kyoto)」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이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린 세계유산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일본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이 유산이 흥미로운 것은 단일 건축물이나 단일 유적이 아니라, 2개 부현(府縣) 3개 시에 걸쳐 흩어진 17개소의 개별 자산이 하나의 세계유산으로 묶인 '연속유산(serial property)'이라는 점이다. 각 자산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종파, 다른 건축 양식을 대표하면서도, '헤이안쿄 이래 천 년에 걸친 일본 목조건축과 정원 예술의 발전사'라는 하나의 서사 속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등재의 역사적 배경과 구성자산의 면모, 유네스코가 인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의 내용, 그리고 오늘날 교토가 이 유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마주한 과제를 차례로 살펴본다.

 

본론

1. 헤이안쿄에서 근대까지 — 천년 수도의 형성

교토는 고대 중국 도성 제도, 특히 당나라 장안성(長安城)의 조방제(條坊制)를 모범으로 삼아 계획된 도시였다. 남북과 동서로 곧게 뻗은 격자형 도로망 위에 주작대로(朱雀大路)를 중심축으로 좌경(左京)과 우경(右京)을 배치한 구조는, 오늘날에도 교토 시가지의 바둑판식 도로 체계 속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8세기 말 천도 이후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에는 왕실과 귀족 문화가 꽃을 피우며 정토신앙에 기반한 사찰 건축과 침전조(寢殿造) 양식의 정원이 발달했고, 가마쿠라·무로마치 시대를 거치며 선종(禪宗) 사찰과 서원조(書院造) 건축, 고산수(枯山水) 정원이라는 독자적 미학이 성립되었다. 이후 아즈치모모야마 시대의 성곽 건축과 에도 시대 초기의 이궁(離宮) 건축까지, 교토는 8세기부터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일본 종교·세속 건축과 정원 설계가 진화해 온 핵심 무대였다.

 

유네스코가 이 유산의 등재 근거로 명시한 것도 바로 이 지점, 즉 교토가 "종교 및 세속 건축과 정원 설계의 발전에 있어 주요한 중심지"였으며 "특히 정원 예술에 있어 19세기 이후 세계 각지의 조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2. 17건의 구성자산 — 2부현 3시에 걸친 연속유산

「고도 교토의 문화재」를 구성하는 17건의 자산은 교토시 내에 자리한 13개 사찰과 3개 신사, 1개 성곽, 그리고 교토시 남쪽 우지시의 사찰과 신사, 시가현 오쓰시(비와호 서안)에 위치한 사찰 1건으로 이루어진다. 국보로 지정된 건조물이 있거나 정원이 국가 특별명승으로 지정된 자산만이 선정 기준을 충족했으며, 그 결과 구성자산 전체에는 국보 건조물 38동, 중요문화재 160여 건, 특별명승 정원 8곳, 명승 정원 4곳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교토시 소재

 교오고코쿠지(教王護国寺, 도지東寺) · 기요미즈데라(清水寺) · 히에이잔 엔랴쿠지(比叡山延暦寺, 오쓰시와 접경) · 다이고지(醍醐寺) · 닌나지(仁和寺) · 고잔지(高山寺) · 사이호지(西芳寺, 고케데라苔寺) · 덴류지(天龍寺) · 로쿠온지(鹿苑寺, 긴카쿠지金閣寺) · 지쇼지(慈照寺, 긴카쿠지銀閣寺) · 료안지(龍安寺) · 혼간지(本願寺, 니시혼간지西本願寺) · 니조성(二条城) · 가모와케이카즈치 신사(賀茂別雷神社, 가미가모 신사上賀茂神社) · 가모미오야 신사(賀茂御祖神社,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

 

우지시 소재

 뵤도인(平等院) · 우지가미 신사(宇治上神社)

 

이 가운데 도지의 오층탑은 높이 55미터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로 꼽히며, 8세기에 창건되어 이후 여러 차례의 화재와 재건을 거치면서도 헤이안 밀교 미술의 정수를 간직해 왔다. 기요미즈데라는 '기요미즈의 무대(清水の舞台)'로 알려진 벼랑 위 본당 건축으로 유명하며, 못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 목조 결구 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히에이잔 엔랴쿠지는 사이초(最澄)가 개창한 천태종(天台宗)의 총본산으로, 일본 불교사에서 여러 종파를 배출한 '일본 불교의 어머니 산'으로 불린다.

3. 정원 예술의 정수 — 선종 사찰과 고산수 정원

교토가 유네스코로부터 특별히 인정받은 지점 중 하나는 정원 설계, 즉 조경 예술의 발전이다. 료안지의 방장(方丈) 앞뜰에 조성된 고산수 정원은 흰 모래와 15개의 돌만으로 구성된 극도로 절제된 추상적 공간으로, 선(禪)의 정신성을 시각화한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사이호지는 130여 종의 이끼로 뒤덮인 정원 때문에 '고케데라(이끼 절)'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으며, 무소 소세키(夢窓疎石)가 설계한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정원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로쿠온지의 금각(金閣)과 지쇼지의 은각(銀閣)은 각각 무로마치 막부 3대·8대 쇼군의 별장으로 조영되었으며, 금박을 입힌 화려한 누각과 절제된 侘寂(와비사비) 미학의 누각이 대비를 이루며 무로마치 시대 건축 미학의 두 극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적 가치를 지닌다.

4. 우지의 헤이안 귀족 문화 — 뵤도인과 우지가미 신사

교토 남쪽 우지시에 위치한 뵤도인은 본래 헤이안 시대 최고 권력자였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의 별장이었던 것을, 그의 아들 후지와라노 요리미치(藤原道長)가 1052년 정토종 사찰로 개조한 것이다. 이듬해 완성된 봉황당(鳳凰堂)은 극락정토를 지상에 구현하고자 한 헤이안 귀족의 신앙과 미의식이 응축된 건축으로, 오늘날 일본 10엔 동전에 새겨진 도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인접한 우지가미 신사는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신사 건축으로 추정되며, 헤이안 후기 신사 건축의 원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5. 등재 기준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994년 제18차 회의에서 이 유산을 문화유산 등재기준 (ii)와 (iv)에 근거하여 등재하였다. 기준 (ii)는 "교토가 8세기부터 17세기에 걸쳐 종교 및 세속 건축과 정원 설계 발전의 주요 중심지였으며, 이를 통해 일본 문화 전통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기준 (iv)는 "현존하는 교토의 기념물에 나타난 건축과 정원 설계의 총체가 전근대 일본 물질문화에서 이 분야의 최고 수준의 표현"이라는 점을 각각 근거로 삼는다. 즉 교토의 세계유산적 가치는 어느 한 건축물의 독창성이 아니라, 여러 시대에 걸쳐 축적된 건축·정원 양식들이 하나의 도시 공간 안에 중층적으로 공존하며 일본 문화 전통의 형성 과정 전체를 증언한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교토고쇼(京都御所, 교토 황궁)나 가쓰라리큐(桂離宮), 슈가쿠인리큐(修学院離宮) 등 궁내청이 관리하는 시설들은 정작 이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등재 당시 소유·관리 주체의 특수성과 공개 제약 등이 고려된 결과로, 이후 지온인(知恩院)이나 다이토쿠지(大徳寺), 젠린지(禅林寺, 에이칸도永観堂), 비와코소스이(琵琶湖疏水) 등을 추가 등재하자는 논의가 교토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6. 보존관리의 과제 — 도시 개발과 경관 보호의 긴장

「고도 교토의 문화재」는 등재 이후 대체로 양호하게 보존되어 왔으나, 살아있는 대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세계유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끊임없는 개발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교토시는 고도보존법(古都保存法)에 따라 사가노·아라시야마 일대, 히가시야마 일대, 교외의 오하라·야세 지구, 구라마 지구 등을 역사적 풍토 보존 구역으로 지정해 경관을 관리하고 있으며, 세계유산 자산과 완충지대를 넘어서는 도시 전체 차원의 개발 통제가 다양한 제도와 이해관계자를 통해 중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6년경부터는 교토부·시가현·우지시·오쓰시가 공동으로 포괄적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장기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결론

「고도 교토의 문화재」는 단일 기념물이 아니라 천 년에 걸친 도시 문명 전체를 하나의 세계유산으로 승인한 드문 사례다. 도지의 오층탑에서 시작해 료안지의 고산수 정원, 금각과 은각의 대비, 뵤도인 봉황당의 정토 세계, 니조성의 무가 건축에 이르기까지, 17건의 구성자산은 각기 다른 시대의 미의식을 대표하면서도 '교토'라는 하나의 문화적 지층 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경주 역사유적지구가 신라 천년의 도읍으로서 불교미술과 왕경 문화를 총체적으로 증언하는 방식과도 본질적으로 닮아 있어, 동아시아 고대·중세 도성 문화유산의 비교 연구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심 한복판에 살아 숨 쉬는 유산을 어떻게 개발 압력으로부터 지켜내며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할 것인가라는 과제는, 교토뿐 아니라 유사한 역사도시를 가진 모든 사회가 공유하는 보편적 질문이라 할 수 있다.

 

 

 

 

 

1. 도지(東寺) — 일본에서 가장 높은 목조 오층탑

 

 

 

 

 

 

 

 

2. 기요미즈데라(清水寺) — 벼랑 위의 무대 건축

 

 

 

 

 

 

3. 히에이잔 엔랴쿠지(比叡山延暦寺) — 천태종 총본산

 

 

 

 

 

 

 

 

4. 다이고지(醍醐寺) — 헤이안 밀교 사찰

 

 

 

 

 

 

 

 

5. 닌나지(仁和寺) — 왕실 발원 사찰

 

 

 

 

 

 

6. 뵤도인(平等院) — 극락정토를 형상화한 봉황당

 

 

 

 

 

 

 

 

7. 고잔지(高山寺) — 조수인물희화의 산실

 

 

 

 

 

 

 

 

 

8. 사이호지(西芳寺, 이끼 절) — 이끼 정원의 원형

 

 

 

 

 

 

 

 

 

 

9. 덴류지(天龍寺) — 무소 소세키의 지천회유식 정원

 

 

 

 

 

10. 로쿠온지(鹿苑寺, 금각사) — 무로마치 쇼군의 금박 누각

 

 

 

 

 

 

11. 지쇼지(慈照寺, 은각사) — 절제된 와비사비 미학

 

 

 

 

 

12. 료안지(龍安寺) —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산수 정원

 

 

 

 

 

 

 

 

 

13. 니시혼간지(西本願寺) — 정토진종 총본산

 

 

 

 

 

 

14. 니조성(二条城) — 도쿠가와 막부의 상징적 성곽

 

 

 

 

 

 

15. 가미가모 신사(上賀茂神社) — 교토 최고(最古)의 신사 중 하나

 

 

 

 

 

16. 시모가모 신사(下鴨神社) — 원시림 다다스노모리 속의 신사

 

 

 

 

 

 

 

17. 우지가미 신사(宇治上神社) — 현존 최고(最古)의 신사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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