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024. 북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3) ㅡ 금강산 : 한반도 최초의 복합유산
서론
2025년 7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북한이 신청한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확정했다. 강원도 회양군·통천군·고성군에 걸쳐 자리한 이 명산은 사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풍광으로 오래전부터 그림과 문학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 왔다. 특히 이번 등재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불교문화와 유적)이 결합된 한반도 최초의 '복합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로써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에 이어 세 번째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본론
1. 4년의 심사, 그리고 등재까지
북한은 2021년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평가와 심사가 미뤄져 뒤늦게 2025년에야 심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코모스(ICOMOS)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라는 문화·자연 양측 자문기구가 함께 심사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이 유산의 복합적 성격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두 자문기구는 지난 5월 27일 금강산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를 권고하면서, 해금강 지역의 해만물상과 총석정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등재할 것을 제언했으며, 이 권고는 그대로 받아들여져 7월 13일 정식으로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2. 등재 사유 — 문화경관으로서의 금강산
세계유산위원회가 밝힌 등재 이유는 자연과 신앙, 예술이 하나로 얽힌 총체적 가치였다. 위원회는 금강산이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의 역사와 전통, 순례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자문기구는 금강산이 탁월한 아름다움으로 오랫동안 찬사를 받아온 명승지이면서, 수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 속에 그 경관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성격을 모두 지니며, 특히 등재기준 ⅵ, 곧 '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될 것'이라는 기준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다. 참고로 일본의 후지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도 이 기준 ⅵ이 활용된 바 있어, 산 자체의 신앙적·예술적 상징성을 근거로 삼는 방식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특히 국내 언론은 이번 등재를 '문화경관'이라는 개념의 확장이라는 맥락에서 조명했다. 전종한 경인교대 교수는 문화경관이 문화와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던 기존의 경직된 입장을 극복하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중간 지대, 유형 유산과 무형 유산의 결합면을 감지하도록 문화유산 개념을 갱신하고 확장하는 범주라고 설명했다. 문화경관이라는 유산 유형 자체는 1993년 뉴질랜드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등재가 첫 사례였다.
3. 산과 함께한 불교, 금강산 4대 사찰
금강산이 문화유산으로서 지니는 가치의 중심에는 신라 이래 이어져 온 불교 신앙이 있다. 예로부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금강산 곳곳에 사찰과 암자가 들어섰으며, 표훈사·장안사·석왕사·유점사가 흔히 금강산 4대 사찰로 꼽혔다. 그러나 6·25 전쟁 도중 이들 상징적 산사 다수가 소실되었고, 오늘날 북한이 관리하는 금강산 내 사찰들은 문화유적지로 건물만 복원해 둔 것이거나 남북 교류 차원에서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그 가운데 표훈사는 675년 표훈·능인·신림 등이 신림사로 창건했다가 이름을 바꾼 절로, 고려시대에는 원나라 황실의 시주를 받아 크게 중창되었다. 표훈사 인근의 정양사는 고려 태조가 이곳에 올랐을 때 법기보살이 현신했다는 설화가 전하는 곳으로, 그 신비체험이 일어난 바위를 방광대, 태조가 예를 올린 곳을 배점이라 부른다. 다만 정양사는 훗날 폭격으로 파괴되어 일부만 남은 상태다. 유점사는 인도에서 문수보살이 만들게 했다는 53불이 종에 실려 바다를 떠돌다 금강산 인근에 닿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이 설화는 금강산이 불교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번 세계유산에 포함된 문화유산 목록에는 표훈사·유점사·정양사 세 사찰과 서산대사비가 분명히 확인된다.
4. 남은 과제 — 관광 개발과 남북 협력
등재와 함께 향후 과제도 뚜렷해졌다. 등재 심사 자문기구는 관광개발계획 수립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는 유산 등재가 관광 활성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북한이 그 문을 남한에도 열지는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미지수인 상황이다. 다만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보호 신탁기금을 공여해 전 세계 세계유산 보존 관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과거 고구려 고분 보존을 지원한 사례처럼 금강산 역시 다자협력의 여지가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회기에 한국의 울산 반구천 암각화도 함께 등재 권고를 받아, 남북의 유산이 나란히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유재님께서 앞서 다루신 반구천의 암각화가 바로 이 유산으로, 2025년 등재로 이어졌다.
결론
금강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북한의 세 번째 세계유산 확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자연 경관과 불교 신앙, 그리고 그 경관을 노래한 예술적 전통이 하나로 얽혀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는 한반도 최초의 복합유산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표훈사·정양사·유점사 같은 사찰들이 전쟁으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하며 오늘에 이른 역사는, 이 산이 자연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신앙과 예술, 그리고 굴곡진 근현대사가 겹겹이 새겨진 문화경관임을 보여준다. 관광개발과 남북협력이라는 이후의 과제가 어떻게 풀려나가느냐에 따라, 금강산은 분단된 한반도의 유산이 국제 협력의 매개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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