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⑭]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종암스퀘어’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1.17 15:43
방치된 고가도로 밑, 도시 안 커뮤니티·휴식 공간으로 변신
박정환·송상헌 건축사 “지반 정보 부족 등 어려움 있었지만, 의미 큰 작업”
건축주 성북구청 “삭막했던 공간이 주민 모여드는 멋진 공간으로 변신해 기뻐”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네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수상작 ‘종암스퀘어’다.
개천 다리 밑. 어찌 보면 모두가 태어난 공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겁주기 용이든 아니면 장난이든 아이에게 “너 개천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라고 이야기하는 부모님들이 있었다. 소설가 박태원의 장편소설 천변풍경(川邊風景, 1938)에서 보듯 일제 강점기까지의 개천은 아낙네들이 빨래도 하고 개구쟁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노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서울이 급격히 개발되고 천변에는 도시민의 효율적 이동을 위한 고가도로 등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건설되다 보니 주변의 맥락이나 환경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고 결국 고가도로 밑은 특별한 쓰임새 없이 방치되거나, 쓰임을 찾았다고 해도 쓰레기 적치장과 주차장 정도로만 기능했다. 그렇다 보니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상 문제도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인구에 비해 주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이 부족함을 절감하던 서울시는, 고가도로 아래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수상작인 종암스퀘어(박정환 미국 건축사, 송상헌 건축사 / 심플렉스 건축사사무소)는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된 대표적인 공간이다.
종암스퀘어가 들어선 종암사거리 내부순환로 교각 아래(종암동 3-1288 일대)는 주위로 많은 차량이 교차해 소음이 발생하고, 악취도 발생해 다가가기 싫은 공간이었다. 성북구청은 이 공간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들러 휴식도 취하고 농구 등 운동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기획했다. 종암사거리를 경계로 갈라지는 돈암1동, 월곡1동, 종암동에는 각기 대규모 주거단지와 여러 교육시설, 상업시설이 들어섰지만 이렇게 주민들이 일상 안에서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성북구는 지역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밀 안전진단을 거쳐 2021년 대지면적 1455㎡ 지상 1층, 연면적 692.5㎡ 규모의 문화예술공간 종암스퀘어의 문을 열었다.
설계를 맡은 박정환, 송상헌 건축사는 “고가 하부공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의한 제약조건과 설계단계에서 지반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다른 여러 어려움도 있었다”며 “그렇지만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시민들에게 더 좋은 공공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삭막했던 고가도로 하부공간이 다양한 종목의 체육공간과 소규모 공연장, 주민 커뮤니티와 휴식 공간으로 멋지게 변신해 기쁘다.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찾아와 교류하고 휴식하는 등 단절된 지역생활권이 연결되고 주민 편익도 높아졌다”며 “생활 체육 공간, 축제의 장, 쉼과 치유의 공간 등으로 그때그때 목적에 맞게 현재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설계를 담당한 송상헌·박정환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송상헌·박정환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프로젝트는 버려진 고가도로의 하부공간을 활용하여 사회기반시설과 지역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고자 한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설계공모로 진행되었던 사업이었습니다. 저희는 공모 당시 고가도로 하부의 다소 어둡고 차가운 느낌의 공간이 보다 밝고 활기찬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기를 원했고, 대지의 주변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주변지역을 서로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 겸 휴게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고가 하부의 공간에 분절된 매스들을 배치하고 그 사이의 공간들을 공공보행로로 계획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외부의 휴게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전체 건물의 구조는 철골조로 구성하되, 철골프레임 양쪽에 적삼목을 덧대어 목재사이로 보이는 짙은 철골 프레임이 구조미를 드러내면서도 목재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하도록 의도했습니다.
▲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 프로젝트는 고가 하부 공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의한 제약조건과 설계단계에서 지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점, 공사를 진행하면서 조정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설계 과정과 감리 과정에서 어려움으로 작용했지만, 건축사로서 이러한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탈바꿈하여, 시민들에게 더 좋은 공공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여러 많은 고민과 탐구들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저희는 매 프로젝트를 접할 때 마다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건축적 의도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건축사로서 가장 큰 보람은 본인이 설계한 프로젝트가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잘 이용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즐기고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건축과 공간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종암스퀘어는 종암 사거리 고가 하부의 유휴부지를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시설로 조성한 프로젝트입니다. 남쪽과 북쪽, 그리고 정릉천 방향으로의 보행흐름을 서로 이어주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와 이웃들과 함께 소통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여, 저희의 건축지향점과도 부합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또한, 내부 공간에는 건물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선반, 벤치 등을 설치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유로운 공간 확장과 분리를 통해 주민들이 필요에 따라 공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이번 2022 건축문화대상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신진건축사부문의 경우, 지금 시기에만 딱 한번 수상할 수 있는 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또, 대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많이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더 좋은 건축과 공간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현재 저희는 호텔, 카페, 전시관, 클럽하우스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잘 완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또 앞으로도 더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좋은 건축과 공간을 제공해드리고 싶습니다.
출처 - [수상 그 후⑭]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대상 ‘종암스퀘어’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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