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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⑬]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남산동 주민공동시설’

[수상 그 후⑬]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남산동 주민공동시설’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1.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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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광산구 남산동 63-3번지 자리 잡은 새로운 공동시설
변화 느린 동네 노인정 있던 곳에 지어진 배경 같은 건축물
설계자 조경빈 건축사 “주변과 달리 느리게 변화하는 모습 지키고 싶었다”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세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이다.

 은평뉴타운이 들어서기 전 은평구 진관내동, 지금의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근방이 기자의 고향이다. 서울시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군(1991년 고양시로 변경)이 맞닿은 지역. 막히지 않으면 자동차로 20분 거리 안에 서울 도심과 농촌 풍경을 모두 볼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이었다.

때문인지 행정구역상 수도 서울에 속함에도 동네의 변화는 참 느렸다. 1985년 지하철 구파발역이 들어섰지만, 주변에는 익숙한 점포의 간판 정도만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가끔 그 시절 종로에서나 볼 수 있을 건축물이 들어서기도 했지만 어색함 속에 계륵(雞肋)’ 처지만 됐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어린 시절 기억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곳에서의 건축은 때론 공간의 변화 속도에 맞춰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했다.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사진=노경 작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설계자 조경빈 건축사, 필동2가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37년 전 구파발역 근방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건축물이 들어선 동네는 평림천이 평야지대를 지나 황룡강과 합류하는 작은 마을이다. 오랜 세월 바람을 맞으며 집들에도 주름살이 생기고, 어르신들과 함께 자랐을 나무는 높게 솟아 자연스럽게 어울려 마을의 배경이 됐다. 어릴 적 구파발처럼 이 마을도 느리게 변화했다. 설계자 조경빈 건축사는 이 풍경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본관과 별관 사이 마당(사진=노경 작가)
 

조 건축사는 주민공동시설이라는 이름처럼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주민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시설이 되도록 설계했다. 재료도 콘크리트 하나만을 사용해 주인공이 되기보다 마을의 배경이 되고자 했다고 조 건축사는 말한다. 도로변에 접한 단층의 부속동과 2개 층의 본동은 주변을 유연하게 받아주고 담장과 그 위에 가볍게 얹힌 콘크리트 캐노피를 통해 진·출입구의 경계임을 확실하게 했다.

1층 근린생활시설(사진=노경 작가)
뒷마당(사진=노경 작가)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마을의 노인당이 있던 자리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주민을 위한 공동시설과 정체된 마을의 활성화를 위한 수익사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계획됐는데, 마치 지난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정미면 주민다목적회관을 떠오르게 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듯 주변 공간과 잘 어울리는 이 건축물이 정겨운 시골 마을의 공동체가 함께하는 기억의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다음은 조경빈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조경빈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조경빈 건축사(사진=노경 작가)
 

 건축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시골 마을과 새로운 것을 키워드로 잡고, 콘크리트라는 단순한 재료로 마을의 배경이 되고자 했습니다. 외장의 가공은 해의 고도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소개할 것은 인접한 오래된 박공지붕의 창고 모습입니다. 저는 이 창고를 볼 때, 마치 건축물의 담장이 창고의 치맛단처럼 보일 수 있게 계획했습니다.

외부 시선이 차단될 높이로 콘크리트 치핑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 담장 안마당은 공간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줬으면 했고, 전통건축의 살림집과 같이 따스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본동 뒤 후정의 수선한 오래된 담장 뒤 낮은 처마선과 문양거푸집의 담장이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한 것 같습니다.

(
치핑 : 기존 콘크리트에 새로 타설할 콘크리트가 잘 접합되도록 기존콘크리트에 상처를 줘 접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남산동 주민공동시설은 기존에 오래된 노인당이 있던 곳에 지어졌는데. 주민의 삶과 익숙한 동선이 스며들어 있는 마을에 새롭게 지어지는 건축물이라, 건축물이 마을 사람들의 삶에 잘 스며들고 지속 가능한 건축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2016년에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충무로를 시작으로 우리는 건축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공정에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구축 과정에 같이 호흡하며 다양한 스케일과 구조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간을 도출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건축에서 결정된 계획과 재료는 다양하고 우리가 계획했던 도서대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시공의 기술적인 이해와 한계도 파악해야 합니다. 이러한 건축의 지향점을 지키기 위해 설계도서에서 의도하는 바를 시공사에 정확히 전달하여 변경의 폭을 최소화하려 했습니다.

 이번 2022 건축문화대상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요?

한국건축문화대상과 같은 큰 상을 받게 돼 저와 저희 사무소로서도 의미가 큽니다. 2016년에 사무소를 연 이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쉽게 정리되는 프로젝트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목을 받았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가 함께한 프로젝트는 모두 의미가 있고 앞으로도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하려 합니다.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맞는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설계자와 시공자의 관계는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와 연출의 관계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연출은 설계자, 배우는 시공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의 기획력은 좋지만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할 경우 그 공연의 아쉬움은 온전히 관객과 연출이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시공자 및 여러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⑬]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 ‘남산동 주민공동시설’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