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다운 감독 “영화와 건축, 사람을 향한다는 공통점…우리를 위로하는 예술로 아름다움을 전하려 합니다”
- 기자명 조아라 기자
- 입력 2024.05.03 10:34
정영선 조경사 다룬 영화 ‘땅에 쓰는 시’ 개봉
건축과 자연을 연결하는 조경과 조경사의 역할 보여줘
‘조경의 시제는 미래’…영화는 미래세대를 향한 일종의 연서
(사진=영화사 진진)
한 인물과 그의 작품세계를 다큐멘터리로 담아내기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한 인물이 쌓아온 시간성 중에서 당대의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작품세계에 담긴 철학을 오롯이 전달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는 다큐멘터리스트가 있다.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2016)’, ‘한국 현대건축의 오늘:집(2017)’, ‘이타미 준의 바다(2019)’,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2022)’ 등 건축물과 공간을 탐구해 온 정다운 감독. 그가 최근 영화 ‘땅에 쓰는 시’를 통해 정영선 조경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표현했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잖아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 위에 콘크리트, 나무, 돌 같은 다양한 물성이 들어옵니다. 건축과 자연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거죠. 오랫동안 견지해 온 생각인데 건축물과 사람 사이에 자연적 요소를 연결하는 조경가의 역할과 책임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영선 선생님은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뵈었는데 그 이후로 6년여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영화 ‘땅에 쓰는 시’는 사계절에 걸쳐 정영선 조경가의 작품을 보여준다. 선유도 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경춘선 숲길 등이다. 누구나 한 번쯤 걸었던 길 위에서 정영선 조경가의 작품과 마주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조경이 공간을 완성하는 요소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조경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대한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조경가가 마스터 아키텍트처럼 작업을 합니다. 땅을 비롯해 자연적 요소를 해석하고 전체 지형에 맞춰 설계를 해야 하는 만큼 조경가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편입니다. 일본 건축은 시퀀스를 중시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구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진짜 시퀀스는 한국 사찰이에요. 자연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는 압도적입니다. 높은 곳에 있는 사찰까지 가는 과정이 시퀀스인 셈이죠. 일본이 자기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스타일이라면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확장성이 크고 더 공공적인 면이 있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정 감독의 태도는 정영선 조경가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조경의 시제는 미래’라는 정영선 조경가의 말처럼 정 감독의 작품도 미래세대를 향해 있다. 현재 우리가 보고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단순히 전달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다큐멘터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를 통해 건축과 공간을 다루는 정다운 감독은 이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영화와 건축은 정말 많이 닮아 있어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공간, 즉 장소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장소성은 또 시간과 연결이 되죠. 시간과 공간은 우리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잖아요. 영화라는 장르가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영화, 나아가 예술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위로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름다움이라고 봐요. 저와 기린그림이 지향하는 다큐멘터리는 사회 현상을 다루더라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접근하려 해요. 나쁜 것을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쁜 것을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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