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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책 이야기-2 (사마천의 사기)

사마천의 『사기』 - 052. 평진후주보열전(平津侯主父列傳)」 : 권력 세계에서 살아남는 지혜와 오만이 부르는 파멸에 대한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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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열전 제 52편 ㅡ「평진후주보열전(平津侯主父列傳)」

 

서론

 

사마천은 『사기』 열전 곳곳에서 처지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인물들을 나란히 배치하는 서술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평진후주보열전」 역시 그러한 구성의 대표적 사례다. 이 편은 한 무제 시대에 미천한 출신에서 몸을 일으켜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공손홍(公孫弘)과, 뛰어난 재능으로 일약 권세를 얻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주보언(主父偃, 주부언이라고도 함)의 삶을 함께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늦은 나이에 학문을 닦아 조정에 나아갔다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처세의 방식과 그 결말은 극명하게 갈린다. 사마천은 이 편을 통해 관료로서 살아남는 처세의 지혜와, 재능만 믿고 오만하게 행동했을 때 닥치는 파멸을 대비시킴으로써, 권력 세계에서 처신의 중요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탐구한다. 평진후는 공손홍이 훗날 봉해진 작위이며, 이 편의 제목 자체가 이미 두 인물의 상반된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본론

공손홍은 젊어서 옥리로 일하다 죄를 지어 파면된 뒤, 바닷가에서 돼지를 기르며 생계를 이어가는 곤궁한 삶을 살았다.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야 비로소 『춘추』와 여러 학설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만학의 이력은 훗날 그가 보여주는 신중하고 겸손한 처세와 무관하지 않다. 무제가 즉위한 뒤 현량으로 천거되어 조정에 나아갔으나, 처음에는 사신으로 나갔던 흉노 관련 보고가 무제의 뜻에 맞지 않아 파직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재차 천거되어 다시 조정에 들어갔고, 이번에는 신중하고 온후한 태도로 무제의 신임을 얻어 나갔다.

 

공손홍의 처세술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겉으로는 너그럽고 관대하나 속으로는 매우 치밀하게 계산하는 성품이었다. 그는 조정에서 논의할 때 여러 신하들과 함께 의견을 정해놓고도, 막상 무제 앞에서는 다른 신하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능했다. 급암(汲黯) 같은 강직한 신하는 이러한 공손홍의 태도를 두고 겉과 속이 다르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손홍은 검소한 생활과 예우를 갖춘 처신으로 신망을 얻어 마침내 승상의 자리에 오르고 평진후에 봉해졌으니, 이는 포의(布衣) 출신으로서는 한나라 건국 이래 유례가 드문 일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승상의 자리를 지키며 천수를 누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보언은 처음에는 여러 제후국을 전전하며 유세했으나 뜻을 얻지 못하고 극심한 곤궁을 겪었다. 그는 뒤늦게 장안으로 들어가 위청 장군에게 의탁했다가, 마침내 무제에게 직접 글을 올려 하루아침에 낭중으로 발탁되는 극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이후 그는 제후왕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추은령(推恩令)'을 건의하는 등 뛰어난 책략으로 무제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일 년 사이에 네 번이나 승진하는 파격적인 출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주보언은 권세를 얻자마자 오만하고 방자한 태도로 변모했다. 그는 대신들에게 뇌물을 요구하고 원한이 있는 자들을 가차 없이 보복했으며, 심지어 제나라 왕의 음란한 행실을 고발하여 결국 제왕을 자살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조정의 여론이 들끓자 무제는 주보언을 옥에 가두었고, 공손홍을 비롯한 대신들이 그의 죄를 엄중히 다스릴 것을 주청하면서 결국 주보언은 일족이 몰살당하는 참혹한 최후를 맞이한다. 한때 그의 문하에 빈객이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권세가 대단했으나, 몰락한 뒤에는 그의 시신조차 거두어 장사지내 줄 사람이 없었다는 사마천의 기록은 그 극적인 반전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결론

「평진후주보열전」은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한 두 인물이 처세의 방식에 따라 얼마나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편이다. 공손홍은 신중함과 겸양으로 권력의 정점에서도 천수를 누렸던 반면, 주보언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오만함과 성급한 보복으로 순식간에 몰락했다. 사마천은 이 대비를 통해 능력만으로는 권력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으며, 처신과 절제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동시에 사마천은 공손홍의 겸손함 이면에 숨겨진 계산적인 면모를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는 사마천이 단순히 한쪽을 미화하고 다른 쪽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처세의 복잡성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평진후주보열전」은 표면적으로는 두 관료의 성패에 관한 기록이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 세계에서 살아남는 지혜와 오만이 부르는 파멸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통찰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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