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두바이는 어떻게 바다 한가운데 1조 원짜리 불가능한 건축물, 버즈 알 아랍을 지었나
부르즈 알 아랍 (Burj Al Arab) ㅡ 사막이 세운 돛의 신화
두바이의 해안선을 처음 마주하는 이라면 누구나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흰 삼각형의 실루엣과 마주하게 된다.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이다. 1999년 문을 연 이 건물은 주메이라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인공섬 위에 세워져 있으며, 곡선 모양의 전용 교량을 통해서만 두바이 본토와 연결된다. 건축가 톰 라이트(Tom Wright)가 설계한 이 건물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나 파리의 에펠탑처럼, 도시 하나를 즉각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 건축물이 되고자 했던 야심에서 출발했다.
돛의 형상, 무에서 유를 세운 발상
건축가 톰 라이트는 이 건물을 아랍 전통 범선 다우(dhow)의 부풀어 오른 돛 모양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V자 모양을 이루는 두 개의 "날개"가 거대한 돛대를 형성하며 뻗어 나오고, 그 사이의 공간은 테플론 코팅된 유리섬유 소재의 막으로 둘러싸여 180미터 높이의 아트리움을 이룬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형상에 대한 해석이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건물에서 범선이 아니라 사막의 뜨거운 바람에 맞서는 흰색 칼날을 발견한다고 적었다. 돛으로도, 칼날로도 읽히는 이 모호한 상징성은 오히려 이 건축물이 지닌 힘의 원천이다. 하나의 이미지로 완전히 포섭되지 않기에, 부르즈 알 아랍은 보는 이마다 각자의 두바이를 투영하는 스크린이 된다.
바다 위에 세운 불가능
이 건물의 진정한 도전은 형태가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는 기초에 있었다. 시공사는 해변에서 280미터 떨어진 바다 위에 인공섬을 조성하기 위해 230개의 40미터짜리 초장 콘크리트 파일을 모래에 박아 넣었으며, 건물의 기초는 암반이 아니라 파일과 모래 사이의 마찰력만으로 지지되고 있다. 바다 위에 육지를 만드는 데만 3년이 걸렸으나, 그 위에 56층 건물을 올리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는 자연조건이 허락하지 않는 자리에 인위적으로 대지를 창조하고 그 위에 건축을 세우는, 두바이라는 도시 자체의 개발 방식을 그대로 축약해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밤이 되면 다시 태어나는 건물
부르즈 알 아랍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얼굴을 지닌 건축물이기도 하다. 금속 외골격은 기단에서 흰색으로 조명되며, 유리섬유 파사드는 서로 다른 높이의 조명 기구를 통해 30분마다 색을 바꾸어 간다. 이 조명 설계는 2000년 국제 조명 디자인상을 수상했을 만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낮의 부르즈 알 아랍이 형태의 조각술을 보여준다면, 밤의 부르즈 알 아랍은 빛의 연출술을 통해 도시 전체의 야경을 지휘하는 하나의 등대로 다시 태어난다.
부르즈 알 아랍은 1966년 석유 발견 이전까지 진주 채취와 어업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작은 항구도시가, 단 한 세대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랜드마크를 세우기까지 이른 거리를 증언하는 건축물이다. 바다 위에 인공의 땅을 만들고 그 위에 돛을 형상화한 탑을 세운 이 무모한 발상은, 이후 부르즈 할리파와 미래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두바이 건축 야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부르즈 알 아랍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사막과 바다라는 척박한 조건 속에서도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하고자 했던 한 도시의 의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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