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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갤러리 ■/문화.미술 전시회

소멸의 초상 ㅡ 지상근 사진전 (창원성산아트홀 : 2026.07.08. ~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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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초상창원 성산아트홀에서 만난, 사라짐이 그리는 시간의 살결

 

창원 성산아트홀 제2전시실에서 열린 지상근 작가의 사진전 〈소멸의 초상〉은 제목 그대로 사라짐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전시였다. 화려하게 피어난 새것 대신, 생을 다하고 메말라가는 사물들에 렌즈를 겨눈 작가의 시선은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는 대개 아름다움을 생동감과 등치시키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그 낯섦은 어느새 깊은 공감으로 바뀐다. 작가가 붙잡으려 한 것은 사물의 마지막이 아니라, 존재가 소멸로 건너가는 그 찰나의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존재에서 흔적으로, 다시 침묵에서 소멸로 순환하는 우주의 이치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풀어낸 개념주의적 작업이다. 바스러진 나뭇잎의 표면, 붉게 녹슬어 가는 금속의 피부, 삶의 소임을 다하고 멈춰 선 작은 오브제들. 이 모든 피사체는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 조용히 자신을 비워 가는 존재들이다. 전시된 28점의 작품은 이러한 사물들이 소멸로 순환되는 순간을 포착한 초상들이며, 그 앞에 선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ㅡ 시간의 살결이라는 프레임

지상근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부식과 마모의 흔적을 '결말'이 아니라 '살결'로 읽어내는 태도다. 낙엽의 갈라진 잎맥, 금속 표면에 번진 녹의 무늬는 파괴의 흔적이라기보다 온몸으로 견뎌낸 세월이 새긴 문양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이를 액자 속에 정지시킴으로써, 부패와 소멸이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하나의 미학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 사물이 본래 지녔던 이름과 쓰임새는 이 프레임 안에서 지워지고, 오직 시간이 남긴 표정만이 남는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낡음을 낭만화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사물에 덧씌워졌던 인간적 규정,  '유용함' '새것다움'이라는 잣대를 걷어내고,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 돌려보내는 작업에 가깝다. 녹슨 철판은 더 이상 어떤 기계의 부품이 아니며, 마른 잎사귀는 더 이상 나무를 살리는 광합성의 도구가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그것들은 오직 시간의 궤적을 온몸에 새긴 하나의 존재로서 초상을 얻는다. 이 지점에서 사진은 기록의 매체를 넘어, 사물의 존엄을 회복시키는 의례에 가까워진다.

 

 

 

 

 

 

 

 

 

ㅡ 정결한 비워냄으로서의 소멸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결국 사라지지만, 그 사라짐이 허무한 끝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인간이 사물에 붙여 놓은 온갖 쓰임새와 이름을 지워내고, 가장 본질적인 침묵의 상태로 돌아가는 정결한 '비워냄'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동양적 무상관, 특히 불교에서 말하는 공()의 개념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소멸은 결핍이 아니라 본연의 상태로의 회귀이며, 사물은 사라짐을 통해 비로소 가장 순수한 자기 자신에 도달한다는 사유다.

 

특히 이러한 작업이 칠십 성상의 삶을 살아온 작가 자신의 시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전시에 깊은 울림을 더한다. 맹렬하게 살아온 세월을 탈피하고 담대히 소멸을 기다리는 사물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들은 단순한 정물 기록이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생애를 투영해 만든 자화상에 가깝다. 관람객이 낙엽 한 장, 녹슨 파편 하나에서 뭉클함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사물들에게서 언젠가 우리 자신이 도달할 어떤 고요한 상태를 미리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ㅡ 개념주의 사진으로서의 형식적 성취

지상근 작가는 개념주의 사진가로 소개되는데, 이는 그의 작업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대상을 매개로 하나의 사유 체계를 제시하려는 지향을 지녔음을 뜻한다. 〈소멸의 초상〉연작은 피사체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정물 사진으로 완결되면서도, 전시 전체로는 존재에서 흔적으로, 흔적에서 소멸로 이어지는 하나의 서사를 구축한다. 이는 사진을 순간의 포착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응축한 매체로 다루는 태도이며, 그 결과 관람객은 개별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명상적 공간으로 경험하게 된다.

 

또한 성산아트홀 제2전시실이라는 공간이 지닌 절제된 분위기는 이러한 사유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화려한 색채나 극적인 구도 대신, 사물의 질감과 표면에 집중한 사진들이 조용히 나열된 전시장은 그 자체로 침묵과 여백의 미학을 구현한다. 관람객은 서두르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게 되며, 이러한 관람의 리듬 자체가 작가가 의도한 '정숙한 소멸'의 체험과 맞닿아 있다.

 

 

 

 

 

 

 

 

 

 

 

 

ㅡ 사라짐을 통해 되비추는 존재의 의미

〈소멸의 초상〉은 소멸을 두려움이나 상실의 언어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오히려 이 전시는 사라짐을 존재가 자신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위로에 가까운 사유를 건넨다. 낙엽과 녹슨 금속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통해 작가가 길어 올린 것은 결국 모든 존재가 공유하는 유한성에 대한 성찰이며, 그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관한 물음이다.

 

전시를 나서며 새삼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낡고 스러져 가는 것들을 외면해 왔는가 하는 반성이다. 지상근 작가는 그렇게 외면당한 사물들에게 초상이라는 이름의 존엄을 되돌려 주었다. 소멸은 끝이 아니라 존재가 남기는 마지막 언어이며, 그 언어를 읽어내는 일이야말로 사진이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역할 중 하나임을 이번 전시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지상근 작가의 약력

 

지상근 사진작가는 김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이며 2021년과 2023년에 개인전을 열었고 2020년에는 4인전에도 참여했습니다

  • 2007년 스톡 포토 사진작가 등록.
  • 2013년 문화재청 헤리티지 채널 사진작가 등록.
  • 2015년 문화재청 문화유산 채널 사진작가 등록.
  • 2016년 문체부 예술인 사진작가 등록, 순천시청 톡톡 시민기자 활동.
  • 2021년 개인전 「지상근 사진전」 개최, 부제는 「꽃 속에 있는 비밀의 문을 열며」
  • 2023년 개인전 「White Dot」 개최.
  • 2020년 「빛 선 시간 그리고 느낌」 4인전 참여.

2026년에는 세 번째 개인전 「소멸의 초상」을 통해 사물의 소멸과 흔적, 그리고 그 너머의 순환성을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고
그의 작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라짐 속에 남는 이미지의 본질을 묻는 사유의 사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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