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 미디어아트전 《카본 클럭 Carbon Clock》
흙을 굽는 일과 지구를 지키는 일, 그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이 있다. 흙은 오랜 시간 쌓인 지구의 물질이고, 도자는 그것을 불로 변환하는 행위다. '흙과 건축의 만남'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2006년 개관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전혀 다른 재료—디지털 이미지와 증강현실—로 지구의 시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의 제목이 《카본 클럭 Carbon Clock》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의 협력 전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번 미디어아트 특별전은 4월 17일부터 11월 29일까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의 주제는 탄소 배출과 기후 위기—우리 시대가 회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카본 클럭》은 탄소 배출량에 따른 환경 변화를 가상의 세계 이미지로 구현한 작품으로, 현실의 50년이라는 시간을 약 5분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인간의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 환경과 그 과정에서 남겨질 흔적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50년의 시간이 5분 속에 흐른다. 녹고, 마르고, 잠기고, 불타는—지구가 견뎌온 것과 앞으로 견뎌야 할 것들이 압축된 시간 속에서 펼쳐진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감각적 체험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이 작품을 5면 실감형 영상 공간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관람객은 사방을 둘러싼 영상 속에서 변화하는 지구를 체험하며 보다 몰입감 있게 기후 위기를 인식하게 된다. 앞과 뒤, 좌와 우, 바닥까지 영상으로 가득한 공간 안에 서면, 관람객은 더 이상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다. 변화 속에 놓인 사람이 된다.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관람객의 참여가 작품 자체를 바꾼다는 점이다. 증강현실 앱을 활용한 참여형 콘텐츠로 제작된 이 작품에서, 관람객이 질문에 답하면 탄소 배출량이 가상 환경에 반영되고 변화하는 지구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펼쳐진다. '나의 선택'이 가상 지구의 미래를 달리 만든다는 구조—그 설계 안에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책임의 감각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AR 기술은 여기서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연루됨의 장치가 된다.
이 전시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클레이아크는 도자와 건축 분야의 상호 발전적 협력을 기반으로, 건축은 도자를 통해 예술적·재료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도자는 건축을 통해 활용 가능성의 범위를 넓혀 왔다. 흙은 자연에서 온 물질이고, 그 물질을 탐구해 온 미술관이 이제 기후 위기 앞에서 예술적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속이다. 2026년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는 해로, 도자와 건축을 중심으로 예술과 환경·공간의 관계를 탐구해 온 미술관의 역사 속에서 이번 전시는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호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지구에 남긴 흔적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클럭(Clock)은 시계다. 카본 클럭은 탄소로 작동하는 시계—인류가 지구에 새겨 넣고 있는 시간의 눈금이다. 그 시계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바늘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지를, 이 전시는 5분의 이미지로 묻는다.
흙에서 시작한 미술관이 디지털 지구를 품었다. 장르가 바뀌어도 질문은 같다—우리는 이 땅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전통조경 실감콘텐츠 「궁궐정원의 사계」& 「별서정원의 하루」

















































전통조경 실감콘텐츠 「궁궐정원의 사계」& 「별서정원의 하루」
국가유산청의 전통조경 실감콘텐츠인 「궁궐정원의 사계」와 「별서정원의 하루」는 전통정원을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계절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걷고 머무는 공간으로 체험하게 만든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021년부터 축적한 전통조경 정밀실측·3D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창덕궁 후원의 사계와 여러 별서정원의 정취를 디지털 환경에서 생생하게 되살린 작품군입니다.
궁궐정원의 사계
「궁궐정원의 사계」는 창덕궁 후원을 중심으로, 궁궐정원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봄의 주합루, 여름의 애련지, 가을의 옥류천, 겨울의 연경당 같은 장면이 순차적으로 전개되며, 꽃잎이 흩날리고 물과 나무,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합니다. 이 콘텐츠의 장점은 궁궐정원을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왕실의 생활과 휴식, 자연 감상이 결합된 공간으로 이해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창덕궁 후원은 원래도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전통조경의 대표 사례인데, 실감콘텐츠는 그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관람자는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는 대신, 화면 속에서 계절이 바뀌는 정원을 따라가며 조선 왕실이 누렸던 정원의 미감과 질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콘텐츠는 건축·조경·역사를 하나로 묶어 이해하게 하는 교육적 효과도 큽니다.
별서정원의 하루
「별서정원의 하루」는 조선의 선비들이 속세를 떠나 이상향을 꿈꾸며 꾸민 별서정원을 시간대별로 체험하게 하는 콘텐츠입니다. 보길도 윤선도 원림, 담양 소쇄원, 담양 명옥헌 원림, 화순 임대정 원림이 하나의 ‘하루’라는 흐름 속에서 이어지며, 새벽 안개가 걷히는 장면부터 낮의 생동감, 저녁의 고요함까지 정원의 시간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이 콘텐츠는 별서정원을 하나의 고정된 경치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호흡이 함께 변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보여줍니다.
별서정원은 궁궐정원과 달리 개인의 취향, 은거의 이상, 학문과 풍류가 더 강하게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실감콘텐츠는 이런 성격을 살려, 관람자가 정원을 ‘설명으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루를 함께 보내는 듯한 감각’으로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학술적으로는 전통조경의 미학과 지역성을 보여 주고, 대중적으로는 한국 정원의 깊이를 체험하게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조경의 디지털화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는, 전통조경을 단순한 영상 자료가 아니라 정밀 실측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문화유산으로 전환했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2021년부터 축적한 디지털 정밀실측 데이터를 활용해 실감형 전통정원을 제작해 왔고, 이를 통해 현장 방문이 어렵더라도 전통정원의 구조와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즉, 보존과 전시, 교육과 홍보를 한데 묶은 새로운 유형의 문화유산 활용 방식입니다.
또한 이 콘텐츠는 조선시대 정원의 이념을 현대적으로 번역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궁궐정원은 왕권과 질서, 별서정원은 은일과 풍류를 드러내는데, 실감콘텐츠는 이 두 성격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면서도 공통된 ‘자연 속의 미학’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관람자는 한국 전통정원이 단지 예쁜 정원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사유를 담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의미와 확장성
이 실감콘텐츠는 전통조경을 미술관과 전시장으로 옮겨 와 새로운 관람 방식을 만든 사례이기도 합니다. 세종문화회관, 일민미술관, 지역 문화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되면서, 전통정원이 특정 유적지의 현장성에만 머물지 않고 도시 속 문화체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전통정원은 과거 유산을 넘어, 오늘날에도 재해석되고 소비되는 살아 있는 문화자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궁궐정원의 사계」는 창덕궁 후원의 계절성과 왕실의 미감을, 「별서정원의 하루」는 선비들의 은거와 풍류를 각각 디지털로 체험하게 하는 콘텐츠입니다. 두 작품은 모두 전통조경을 ‘보존 대상’에서 ‘체험 대상’으로 바꾸었고, 한국 정원의 철학을 현대 감각으로 다시 읽게 만든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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