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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갤러리 ■/문화.미술 전시회

≪주름과 덧댐≫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개관 20주년 특별기획전 — 건축은 완성되지 않는다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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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완성되지 않는다 — ≪주름과 덧댐≫

 

완공의 순간, 건축은 비로소 삶을 맞이한다. 설계도 위의 선은 현실의 벽이 되고, 콘크리트는 공기와 빛과 습기를 품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드나들고, 비가 스미고, 세월이 쌓인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나면 벽에는 금이 가고, 표면은 바래고, 어딘가에는 누군가 덧댄 흔적이 남는다. 우리는 그것을 보통 '낡음'이라 부르고, 부수거나 지우려 한다. 하지만 만약 그 균열과 흔적, 퇴적된 시간의 층이 건축의 결함이 아니라 건축 그 자체라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기획전 ≪주름과 덧댐(Wrinkles and Layers: Architecture as a State)≫은 그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건축을 완공 이후 고정된 '결과물'이 아닌, 시간과 사용, 환경과 개입이 축적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의 '주름'은 시간이 육체에 새기는 흔적이자, 공간이 세월을 통과한 증거다. '덧댐'은 그 위에 인간이 가하는 개입, 수리, 보완, 변형의 행위다. 둘을 나란히 놓는 순간, 건축은 완성된 오브제가 아닌 살아 있는 과정으로 재정의된다.

전시 기간은 2026년 4월 17일부터 11월 29일까지로, 미술관 큐빅하우스 5·6 갤러리와 야외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이다.

 

 

 

 

 

 

 

 

 

 

 

 

 

 

 

 

 

 

 

흔적을 지우지 않는다는 것

건축의 역사는 오랫동안 완벽한 표면을 지향해왔다. 마감재는 균일해야 하고, 벽은 매끄러워야 하며, 노출된 배관이나 수리의 흔적은 미관을 해치는 것으로 간주됐다. 건물이 오래될수록 리모델링의 압박은 커지고, 낡은 흔적은 빠르게 지워진다. 이 관성적인 태도에 ≪주름과 덧댐≫은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건축에 나타나는 균열과 흔적, 낡음은 그동안 제거하거나 감춰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이러한 흔적을 건축의 결함이 아닌 시간의 축적으로 읽어내며, 물과 공기, 빛 등 비인간적 요소와 함께 변화하는 건축의 흐름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전환이 아니다. 균열을 통해 건물 안으로 스며드는 빛의 각도, 오래된 벽면에 침투한 습기가 만들어내는 색의 번짐, 수십 년간 무수한 손이 닿아 닳아버린 손잡이의 형태 — 이것들은 건물이 환경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며, 그곳에서 삶이 지속되었다는 증거다. 전시는 그 증거를 지우는 대신 정면으로 응시하자고 제안한다. 물질의 노화를 통해 시간이 가시화되는 방식, 인간의 거주와 사용이 공간에 각인되는 방식을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자리다.

 

 

 

 

 

 

 

 

 

 

 

여섯 작가, 여섯 개의 개입

전시에는 총 여섯 팀의 작가가 참여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건축의 시간과 물질에 개입한다. 이들의 작업은 건축 비평이나 도면이 아니라, 공간 안에 직접 몸을 들이밀고 그것의 상태를 감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김민선은 시간의 흔적이 응축된 벽의 표면을 구축하고, 서민우는 물과 소리의 흐름을 통해 건축 내부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드러낸다. 벽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것을 숨긴다. 김민선의 작업은 그 표면 자체를 하나의 사건으로 다룬다. 서민우는 건물 내부를 흐르는 물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가시화함으로써,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못하는 건축의 내부 구조—보이지 않는 배관, 숨겨진 공동(空洞)—를 청각과 시각으로 끄집어낸다.

 

비유에스건축은 빗물받이를 통해 건축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며, 김민수는 천을 활용해 공간의 경계를 재구성한다. 빗물받이는 건물이 비를 처리하는 방식, 즉 자연과 건축이 맺는 실용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요소다. 비유에스건축은 이 평범한 건축 부재를 통해 환경과 건물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김민수의 천은 벽과 바닥, 천장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가로지르며 공간의 위계와 구획에 의문을 던진다.

 

김유나는 관람자의 이동을 시각화한 움직이는 시간 지도를 설치한다. 건축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공간이 된다. 동선은 건물의 형태 못지않게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며, 그 이동의 패턴은 시간이 쌓이면서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김유나의 설치는 관람자 스스로가 건축의 '상태'를 만들어가는 행위자임을 자각하게 한다.

 

이윤석은 집과 건축이 축적해온 시간과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고, 미술관 야외 유휴공간에 설치작업 '벽돌, 자갈, 샬레(Brick, Gravel, Chalet)'를 선보인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이 작업은 건축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들 — 벽돌, 자갈 — 을 통해 인간이 거주를 상상하고 구현해온 방식 전체를 돌아보게 한다. 샬레(Chalet)라는 알프스 산간 가옥의 형태가 끌어들이는 낯선 지리적 연상은, 건축이 특정한 기후, 지형, 문화적 기억과 얼마나 깊이 결부되어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미술관 자체가 전시다

≪주름과 덧댐≫의 가장 도발적인 제스처는 전시가 펼쳐지는 공간 자체에 있다. 특히 미술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전시로 확장한 점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축적과 덧댐, 가림과 드러남이 반복되는 건축의 현재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단순한 감상이 아닌 '공간 속 경험'으로 전시를 완성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2006년 3월 24일 개관한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다. 건축(Architecture)과 흙(Clay)의 합성어인 '클레이아크'라는 이름 자체가 말해주듯, 이 미술관은 처음부터 건축과 재료 사이의 관계를 핵심 주제로 삼아왔다. 개관 이후 20년이 흐른 지금, 미술관 건물 자체도 시간의 층을 쌓아왔다. 외벽의 도자 타일들은 햇빛과 비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변해왔고, 내부 공간은 수천 번의 전시와 수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기억한다. 이번 전시는 그 20년의 시간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전면에 내세운다. 미술관은 작품을 담는 중립적 용기가 아니라, 스스로 전시의 일부가 된다.

이태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건축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상태를 읽고 재구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관람객이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건축의 시간과 흐름을 직접 체험하고, 일상적인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적 문맥

이 전시는 순수한 미학적 탐구에 머물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자원 순환의 문제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오늘날, 건축을 새로 짓고 교체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존의 상태를 읽고 재구성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최소한의 개입과 축적된 시간에 대한 인식은 건축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또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건설 산업이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새로 짓기'보다 '읽고 재구성하기'를 택하는 태도는 윤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주름진 것을 주름진 채로 두고, 덧댄 것을 덧댄 흔적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 이것이 건축이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 시간과 협상하는 방법이다. 전시는 이 관점을 철학적으로 제안하는 동시에, 감각적 체험으로 구현한다.

야외 공간에서는 식물의 개입이 더해진다. 야외 전시는 식물의 개입으로 정적이던 공간을 살아 있는 풍경으로 전환하며, 건축과 자연, 시간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환기한다. 식물은 건축의 틈새를 찾아 뿌리를 내리고, 벽을 타고 오르고, 계절마다 얼굴을 바꾼다. 그것은 가장 느리고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건축에 덧대는 생명의 층이다. 미술관 야외 공간은 그렇게 또 하나의 살아 있는 전시장이 된다.

 

 

 

 

 

 

 

 

 

 

 

 

 

 

 

시간을 읽는 법을 배우는 자리

≪주름과 덧댐≫은 관람자에게 특별한 요구를 한다. 그것은 빠르게 이동하며 개별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고, 표면을 들여다보고,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벽의 얼룩이 어디서 왔는지, 바닥의 패인 자국이 어떤 시간을 통과했는지, 저 창틀에 덧댄 흔적이 언제 누가 했던 것인지 — 그것을 추적하는 행위 자체가 이 전시의 감상이다.

건축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어지는 순간부터 건축은 변화하기 시작하고, 그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주름과 덧댐≫은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지우지 말자고, 오히려 읽어내자고 권유한다. 20년을 쌓아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스스로의 주름을 드러내며 묻는다 — 당신은 지금 서 있는 공간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전시는 2026년 11월 29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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