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위의 방주, 영도 피아크 (P.ARK) ㅡ 유휴 공업단지가 문화 랜드마크로 거듭나기까지
부산 영도구 동삼동, 태종대로 향하는 길목의 해안가에는 거대한 선박을 닮은 건축물 한 채가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복합문화공간 '피아크(P.ARK)'다. 한때 조선업의 부침과 함께 활기를 잃어가던 이 지역에, 2021년 문을 연 피아크는 카페와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전시와 팝업, 공연과 액티비티가 어우러진 대규모 문화 허브로 자리 잡으며 영도를 부산 관광의 새로운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끌어올렸다. '피아크'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하나는 '창작자를 위한 방주'라는 뜻의 영문 'Platform of Ark for Creators'의 줄임말이고, 다른 하나는 알파벳을 그대로 읽었을 때 드러나는 '파크(PARK)', 즉 모두에게 열린 공원이라는 뜻이다. 이 이중의 이름처럼 피아크는 특정 세대나 취향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피아크가 들어선 부지는 원래 조선업 관련 공장이 자리했던 유휴 공업단지였다. 조선업 관련 기업을 이끄는 제일SR그룹의 대표가 2017년 이 일대를 매입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보다 앞서 인접한 부지에 문을 연 카페 '비토닉'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이 본격적인 개발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약 3,000평에 이르는 대지 위에 약 550억 원이 투입되어 조성된 피아크는, 부지를 잘게 쪼개어 임대하는 대신 지역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형 복합공간을 만들겠다는 개발 철학 아래 지금의 규모로 완성되었다.
건물의 형태는 대형 선박, 그중에서도 '방주'의 구조를 모티브로 설계되었다. 영도라는 지역이 지닌 조선업의 역사와 바다라는 지리적 정체성을 건축적으로 은유한 것이다. 건물은 크게 저층부의 편의시설과 상층부의 카페 및 전시 공간으로 나뉘며, 3층과 4층에 걸쳐 자리한 대형 카페 앤 베이커리가 공간 전체의 핵심을 이룬다. 이 카페 공간만 해도 약 550평에서 600평에 이르는 실내 수평 면적을 자랑하며, 통유리로 마감된 벽면 너머로는 부산항과 오륙도, 크고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좌석은 중정에서부터 카페까지 이어지는 계단형 구조로 설계되어, 어느 자리에 앉든 바다 풍경을 가리는 요소 없이 각기 다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공간 중앙에서 바다를 등지고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회화처럼 보인다는 방문객들의 감상도 이러한 개방적 설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건물 1층에는 약 400대의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접근성 또한 크게 배려되었다.

















1. '피아크'라는 이름, 그리고 탄생의 배경
피아크라는 이름은 여러 겹의 뜻을 품고 있다. 알파벳 그대로 읽으면 파크(PARK), 즉 공원이 되는데 이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공간이 되고자 한 의도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동시에 '창작자들을 위한 방주의 플랫폼(Platform of Ark for Creators)'이라는 뜻도 함께 담고 있어, 이 공간이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창작과 교류가 일어나는 거점이 되기를 바라는 기획 의도가 이름 자체에 새겨져 있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이끈 것은 뜻밖에도 조선업체였다. 수리조선업체 제일엠텍 등 여러 법인을 보유한 부산의 조선 강소기업 제일그룹이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조선업 침체로 비게 된 너른 부지를 공장 여러 개로 쪼개 되파는 대신 영도와 부산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2018년 피아크 부지 옆에 그룹 사무동을 새로 지으면서 부산항 조망에 매료되어 만든 루프탑 카페 '비토닉'이 그 원형이었다. 회장은 해운대의 바다나 마린시티의 마천루도 좋지만, 오륙도와 부산항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망은 영도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부산다운 풍경이라 여겼고, 북항 개발에 따라 앞으로 더 큰 변화가 기대되는 이 위치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조선업이라는 전혀 다른 업종에서 문화공간 사업으로 뛰어드는 낯선 결단이었지만, 그 믿음은 확고했다.





2. 방주를 닮은 건축, 바다를 품은 공간 구성
피아크의 건축은 그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대형 크루즈 선박을 모티브로 삼아 필로티 구조로 건물을 띄워 조망을 확보하고, 실내에는 계단형 좌석을 넣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통유리창으로 이뤄진 3층과 4층 카페에 들어서면 배가 떠 있는 부산항과 오륙도, 그리고 부산의 여러 섬이 겹쳐 보이는 풍경이 펼쳐지며, 중정에서부터 카페까지 이어지는 계단형 좌석에 앉으면 위치에 따라 저마다 다른 시야가 파노라마처럼 열린다. 공간 한가운데서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모습마저 한 폭의 회화처럼 느껴진다는 묘사는, 이 공간이 얼마나 철저히 '보여주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가구와 마감재에도 섬의 정체성이 녹아 있다. 카페의 가구는 영도 섬의 대표 자원인 돌에서 영감을 얻어 석재, 철제, 대리석 등으로 제작되었다. 카페 공간을 설계한 정초이웍스는 벽으로 구획을 나누는 대신 비슷한 형태의 가구와 오브젝트로 클러스터를 형성해 느슨하게 구역을 나누었으며, 각 클러스터는 전시, 라운지, 매대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아내도록 구성했다. 특히 카페 내부에는 건물의 다른 산업적 공간과는 달리 영도의 자연을 표현하고자 구름을 닮은 조명, 계단 위 물방울 모양의 스툴, 태종대의 암석을 상징하는 석재 가구를 구역마다 다르게 배치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피아크가 단지 오션뷰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영도라는 장소의 지질과 풍토를 건축 언어로 번역해내려 한 시도임을 보여준다.
카페 공간의 규모 또한 압도적이다. '피아크 카페 앤 베이커리'는 건물 내 프로그램 중 가장 큰 규모로, 대략 600평에 달하는 실내 수평 면적과 바다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는 외부 데크 공간을 함께 갖춘 핵심 시설이다.









3. 콘텐츠의 확장 — 전시, 팝업, 그리고 미완성의 여백
피아크를 운영하는 도시재생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는 처음부터 과도하게 세련된 '힙'함을 지양했다. 대신 세대와 취향을 불문하고 통할 수 있는 영도의 풍경 자체에 승부를 걸었다. 개관전으로는 자사의 전시 기획 브랜드 '캐비넷클럽'과 협업해 〈텍스처 하우스(TEXTURE HOUSE)〉라는 전시를 열었는데, 이는 문화예술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영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후로도 가구 브랜드 '빌라레코드', 스니커즈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의 팝업스토어, 콘텐츠 그룹 '재주상회'와의 협업 등을 통해 공간을 계속 다채롭게 채워왔으며, 제네시스와 포르쉐 같은 자동차 브랜드의 전시도 이어졌다.
운영진 스스로도 완성형이 아님을 인정한다. 어반플레이 대표는 피아크의 콘텐츠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는 정식 개관 전부터 화제가 된 공간이었기에 피할 수 없는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소비자의 요구와 선호를 끊임없이 분석하며 콘텐츠를 유연하게 바꿔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때 대표 키워드로 삼은 것이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사람들의 취향과 수요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상설로 운영하는 콘텐츠와 상시 교체가 가능한 콘텐츠를 조합하여 다양한 모델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5층과 6층은 아직 미완성 상태로 남아 레스토랑, 펍 등의 F&B 브랜드 입점을 협의 중인데, 이 '완성되지 않음'이야말로 피아크가 스스로를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영도와 부산의 랜드마크로
피아크의 파급력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별다른 홍보도 없었고 코로나의 타격도 있었지만 하루 평균 3천 명이 방문했으며, 한 달 만에 카페 음료 구매 기준 6만 명이 다녀갔다. 운영진은 영도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나 글루텐 프리·유기농 빵을 꾸준히 개발하고, 베이커리와 원두의 온라인 판매도 준비하는 등 지속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피아크가 단순한 '핫플레이스'로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 한다는 점이다. 산업 쇠퇴로 침체됐던 영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오션뷰를 품은 대지와 대규모 주차장,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펫존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어 남녀노소, 가족 단위, 친구와 연인 모두가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반플레이 대표가 남긴 말은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임대에 용이하도록 짓는 건물보다는, 지역을 이해한 건물 기획이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앞으로 더 확산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공간은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지만, 새로 태어난 공간이라면 그만큼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철학이었다.









5. 영도 ARTE MUSEUM CIRCLE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양로에 자리한 아르떼뮤지엄 서클(ARTE MUSEUM CIRCLE)은 디지털 디자인·아트 기업 디스트릭트가 선보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제주, 여수, 강릉에 이어 국내 여덟 번째로 문을 연 이곳은 약 1,700평, 5,600제곱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르떼뮤지엄으로, 영도의 명소인 복합문화공간 '피아크' 바로 옆에 자리한다. 이는 영도를 기반으로 선박 개조·건조업을 이어온 제일그룹과 디스트릭트가 협력해, 기존 선박수리 공장 부지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결과다.
이곳을 아우르는 주제는 '순환(CIRCLE)'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대표작 〈CIRCLE〉은 영원히 순환하며 빛나는 금빛 모래를 형상화해, 빛나는 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찬란한 빛의 근원을 표현한 〈SUN〉을 비롯해 〈TORNADO〉, 〈SEED〉, 〈ICE〉 등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 펼쳐지며, 황금빛 모래와 쏟아지는 비, 휘몰아치는 바람 등 변화무쌍한 자연의 이미지를 초대형 화면과 빛, 소리, 향으로 구현한다. 관람객은 마치 작품 속을 산책하듯 걸으며 완벽한 몰입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가든(GARDEN) 존에서는 두 작품이 시기를 달리해 번갈아 전시된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제작한 〈오르세 특별전〉은 리얼리즘부터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에 이르는 명화들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하며, 부산의 도시적 매력을 다이내믹·버라이어티·드림이라는 세 키워드로 풀어낸 〈스태리 부산〉은 이 도시의 산업과 사람, 문화를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아르떼뮤지엄 서클은 조선업으로 성장했던 영도의 산업 유산 위에 최첨단 미디어아트를 얹어, 이 지역이 문화관광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자연의 순환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빛과 소리, 향기로 풀어낸 이곳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몰입감 있는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6. 산업의 흔적 위에 문화의 씨앗을 심은 피아크의 다음 항해는
피아크가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산업의 쇠퇴로 활력을 잃어가던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 있다. 조선업 경기 침체와 함께 침체를 겪던 영도에, 유휴 공업단지를 헐어내는 대신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건축적 은유로 승화시킨 대형 문화공간을 세운 것은 단순한 상업적 개발을 넘어서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방주라는 형태적 모티브는 조선업의 도시라는 영도의 산업사를 계승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이 지역에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이미지를 부여한다.
결론적으로 피아크는 유휴 산업시설을 활용한 지역재생이 상업적 성공과 공공적 가치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부산의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관광객 유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물론, 부산에서는 보기 드문 창작자들을 위한 플랫폼을 자처하며 전시와 문화 콘텐츠의 저변을 넓혀왔다는 점에서, 피아크는 단순한 대형 카페를 넘어 영도라는 지역 전체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하나의 방주로 기능하고 있다.
피아크는 쇠퇴한 조선 산업지의 빈터가 어떻게 새로운 문화적 활력의 거점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다. 조선업 기반의 기업이 낯선 유통·문화 산업에 뛰어들어, 영도의 바다와 돌이라는 지역의 자원을 건축과 콘텐츠의 언어로 번역해낸 이 시도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5층과 6층은 비어 있고, 콘텐츠는 계속해서 실험되고 수정되는 중이다. 그러나 바로 그 미완성성이야말로 피아크가 고정된 관광 상품이 아니라, 동시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계속 변모해 가는 살아있는 플랫폼임을 증명한다.
영도대교에서 시계 방향으로 섬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이 거대한 방주는, 침체된 조선공업지역이었던 자리에서 이제 영도를 넘어 부산 전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산업의 흔적 위에 문화의 씨앗을 심은 피아크의 다음 항해가 어디로 향할지, 그 행보를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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