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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시사 이야기

200년 은행나무를 테러하다 — 00미술관 담장 은행나무 제초제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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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은행나무를 테러하다 

 

2026년 5월,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골목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오월의 한창 무성해야 할 계절, 5월 한창 푸른 빛을 뽐내야 할 은행나무 절반이 노랗게 변하고, 아래에는 가을처럼 낙엽이 깔렸다. 동네 주민들은 영문을 몰라 의아해했다. 여름도 오지 않은 때에 낙엽이 지는 나무 — 그 나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진실은 CCTV가 밝혀냈다. 지난달 22일 오전 9시쯤 녹색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 2인이 은행나무에 드릴로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했다. 이들은 다름 아닌 00미술관이 고용한 조경업체 직원들이었으며, 주민들은 5월 22일 경찰과 함께 인근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장면을 확인했다.

 

문제의 이 은행나무는 평범한 가로수가 아니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지는 않지만 100년 이상, 길게는 200년 가까이 부암동 골목을 지켜온 오래된 은행나무라고 보고 있다. 57년간 부암동 인근에 살았다는 최모(77)씨는 "내가 스무살 적에도 이미 아름드리 큰 고목이었다"며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던 동네 명소였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수백 년을 한 자리에서 계절을 나고 동네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품어온 나무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나무가 00미술관의 소유지에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해당 은행나무는 00미술관 외벽 인근 공동사유지에 있는 나무로, 미술관 소유는 아니며 여러 명이 공동소유한 도로에 자리하고 있다. 즉, 자신의 땅도 아닌 곳에 서 있는 타인의 나무에 몰래 제초제를 주입한 것이다.

 

미술관 측이 내세운 이유는 담장 훼손이었다. 은행나무 뿌리가 미술관 담장 아래까지 자라면서 균열이 발생하자, 미술관 측은 구청 민원과 토지 소유주 접촉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한 끝에 결국 제초제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정현경씨에 따르면, 미술관에 항의했더니 젊은 직원이 나와 은행나무가 담장 안 소나무를 가리고 담장에 금이 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술관은 지난해 은행나무 뿌리 때문에 담장에 균열이 생겼다며 구청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당시 구청은 은행나무와 상관이 없다고 보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장의 균열이 나무 뿌리와 무관하다는 행정 판단이 이미 내려진 상황에서도, 미술관은 독단적으로 제초제 주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택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특히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것은 바로 '00미술관'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다. 주민들은 한국 자연을 주요 작품 세계로 삼았던 화가 김환기의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00미술관 측이 정작 수백 년 된 나무를 고사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점·선·면으로 우주와 자연의 서정을 노래한 화가 김환기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 그 정신과 정반대되는 방식으로 자연을 훼손한 것이다. 예술로 자연을 품겠다는 이름과, 독약으로 나무를 죽이는 행위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우려했다. 나무의사 우종영 씨는 "나무를 죽이려고 제초제를 넣었을 때 원액을 넣는다"며 약 성분이 나무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나무만의 문제가 아닌, 지역 생태계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이다.

분노한 주민들과 환경 단체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부암동 주민들과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등은 미술관 앞에서 '은행나무 독살 주범 00미술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술관 측의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복원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미술관과 종로구에 은행나무 복원 및 치료, 공식 사과 및 복원 비용 부담, 종로구 보호수로 지정해 보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의 손길은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나무는 보호수나 구청 관리 대상이 아니다"며 "등기상 공유지분 소유자만 49명이라 행정조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200년 된 나무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100년, 200년을 살아왔던 나무를 독살했는데 수사를 하거나 살릴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사유지라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 지금 도시 나무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나무 한 그루의 문제가 아니다. 수백 년의 시간을 버텨온 생명이 소유자 행세를 하는 기관의 편의에 의해 하루아침에 독살당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허술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예술과 자연을 사랑한다고 표방하는 문화 기관이 스스로 자연을 파괴하는 모순 앞에서, 우리 사회는 도시의 오래된 나무를 어떻게 지키고 대우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되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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