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2024 매화기행 (정리본)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성탄절 캐롤과 트리,

시끌벅적한 송년회 등으로 분주해야 할 대한민국의 연말 풍경이

대통령 탄핵 문제로 분노와 탄식

그리고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빠져 버렸다.

 

12월 초에,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들에게 올해의 사자성어를 물은 결과

40% 이상의 지지를 받아 1위로 뽑힌 사자성어가

도량발호’(跳梁跋扈)라고 한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전인 12월 2일까지의 조사결과였는데도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

평소에도 문제가 많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천주교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김용태 마태오 신부가 연 시국미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신부는 요한 묵시록의 성서 내용으로 강론을 펼쳤다.

머리가 일곱이고, 각 머리에 관을 쓰고 뿔이 열개 달린 용이

아이를 임신한 여인을 해치려다가 하늘에서 천사들과 싸우고 패해

땅으로 떨어지는 내용이다.

 

김 신부는 용, 즉 사탄이

바닷가 모래밭에 떨어지는 대목에서

묵시록의 이 사악한 용이 자리잡은 곳, 그곳을 우리는 용산이라 부릅니다라고

현재의 사태를 빗대어 말해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용이란 표현도 가당치 않은 용산의 이무기,

그 옛날의 뱀, 악마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온 세계를 속이던 그 자가

지난 123일 밤에...”라며

다음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지 좋을지 고민하고 사전을 찾아봤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이어 지랄발광을 하였습니다라고 말했고

지랄발광은 사전을 찾아보면

개지랄의 경북 방언이라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K-POP’

‘K-문화로 세계를 리드하던 대한민국의 자존감과 국격이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성숙된 민주주의와 높은 시민의식으로

그 위기를 막아내는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용산 이무기의 지랄발광은

열 일 제치고 달려와 국회를 둘러 싼 시민들의 용기와

계엄군 병사의 양심과

뜬눈으로 밤 지새우며 두 손 모아 기도했던 온 국민의 염원이 만나서

몇 시간 만에 끝났다라고 김용태 신부는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제2차 계엄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그 지랄발광이

무당들과 함께 호시탐탐 음모를 꾸미고 있을 뿐만아니라

아직도 그를 지지하는 내란당과 극우 추종자 국민들이 20%가 넘는다 하니

탄핵인용 순간까지는 한순간도 결코 방심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답답하고 암울한 정세가

새해 이후에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국가적 시련을 겪고 있다

용산의 지랄발광이 전대미문의 계엄을 일으켜 나라가 쑥대밭이 되면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지난 1010일, 우리에게는 국가적 큰 경사가 있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다

한국문학은 세계의 변방에서 일약 주류 문학으로 떠올랐고

K-문화의 한 장르로 K-문학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강은 노벨상 수상 소감을 통해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한다라고 밝혀

국가 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피력하여 계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자라나는 세대에게도 큰 자부심을 주었고

10대와 20대가 주를 이룬 탄핵 시위에서도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흔드는 역동적인 시위 문화가 등장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강은 201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문 제목 Human Acts)

자기의 대표작이고

“518에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됐다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이제 겨울이 깊었다

어둡고 긴 시련의 겨울 터널 속으로 깊숙이 들어섰다

지금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의 휴유증으로

갈등과 분란의 혼돈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명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을 해 왔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시련도 있었지만 항상 순리대로 흘러왔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이며 과거 없는 현재란 있을 수 없고,

우리는 역사를 배움으로써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력을 기를 수 있다는 말은

우리 고등학교 국사책에도 나오는 평범한 상식이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교훈 또한,

만고의 진리이다

 

따라서, 역사는 더디지만 진보한다는 역사의 경고와

그에 따른 준엄한 심판이 필요한 시간이다.

 

                                                       2024. 12. 31.

 

 

 

 



 

 

 

 

 

매화-2024-001. 양산 통도사 홍매화  - <자장매피다 (2024.02.07.)

        

 

 올해, 통도사 <자장매>의 첫 개화소식은

22일쯤에 있었다

드디어 통도사 홍매화 두 송이가 피었다!’<자장매>

 실시간 개화상황이 SNS에 떴다

 

  2023년에는 지구온난화의 심각한 휴유증으로

예년보다도 1달 이상이나 빨리 1 8일쯤에

자장매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기상이변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통도사 <자장매>의 개화시기는 2월 중순 무렵이다

소한대한을 거친 뒤에입춘을 전후하여

그 해의 추위와 기온에 따라서 2~3주 내외의 시간 차이를 보이면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원래 계획은 이번 설날연휴에 느긋하게

<자장매>를 알현하러 갈  계획이었었는데 

그 일주일을 참지 못하고 평일 오후에 통도사를 찾았다

 20242 7일 현재,

통도사 홍매화 <자장매>의 개화 상황은

꽃잎이 30장 정도는 이미 그 황홀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고

탱글탱글 영글은 꽃망울들은

  앞으로 날씨만 좋다면 당장이라도 터뜨릴 기세로

빠알간 보석처럼 메마른 가지에 총총히 박혀있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설날연휴에는

큰 추위 예고가 없어서, 아직 화사하지는 않지만

개화초기의 싱그럽고 청초한 매화 모습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직 봄은 멀었다고 판단된다

 

 예년의 경험에 따르면

<자장매>가 만개하기 까지의 험난한 과정에는

반드시  '시련의 계절'  닥친다

 누구보다도 먼저 용감하게 세상에 봄소식을 전한

<자장매>의 장하고 여린 꽃잎들이 

뒤이어 닥친 강추위와 겨울비에 그만 꽁꽁 얼어버리고,

만개하기도 전에 꽃잎이 시들어버려서 허무하게 

떨어져버리곤 한다

 바야흐로 <자장매>'시련의 계절'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매화-2024-002. 부산 UN기념공원 홍매화 만개하다 (2024.02.07.)

 

 

  부산 UN기념공원에는 1월 말쯤에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보다 일주일 정도 일찍 꽃을 피우는

홍매화가 있다.

거제도의 <춘당매>, 금둔사의 <납월매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올해는  120일쯤에 개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27일 현재, 만개하였고

일찍 피었던 꽃잎들은 동해를 입어서 벌써 까맣게 시든 모습도

많이 보인다

   통도사의  <자장매>가 꽃잎  5장의 홑꽃인데 반하여

UN기념공원의 홍매화는 여러 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겹꽃이고

수령은 50년 정도로 보인다

 

우리 한반도에서 <자장매>보다도 개화시기가 빠른

UN기념공원의 홍매화는 대단한 상품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명품 매화의 반열에는 끼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명품 매화로 인정 받으려면 최소한 150살 이상은 되어야 

겨우 이름을 내밀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매화계의 '미래의 희망'으로서

잘 가꾸고 보호해야 할 매화나무이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부산 UN기념공원을 2019년 이후, 5년만에 다시 들렀는데

홍매화 근처에 좀더 어린 홍매화 한 그루가 더 있었는데

웬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봄이 오면 시간을 내어서 제대로 한번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매화-2024-003. 순천 금둔사 <납월매> 피기 시작하다 (2024.02.10.)

 

        

  갑진년의 설날 아침에 산소를 찾아서 일찌감치 성묘를 드렸다 

우리 산소에도 10그루 정도의 매화가 있는데

그 중에서  5년 전에 내가 심은 <와룡백매>는 상당히 일찍 꽃을 피우는 설중매라

설날 아침에 성묘를 가면 종종 <와룡매>가 피어 있어서

뜻밖의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올해는 아직도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올해 초봄은 비교적 따뜻한 편이지만  유독 비가 적고 가물어서

매화의 개화가 좀 늦어지고 있고 

이미 핀 꽃 또한, 꽃잎이 메마르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판단이 맞지 싶다

정초의 겨울에 내리는 짖굿은 겨울비는 

한기로 잔뜩 움츠린 세상을 얼음왕국으로 바꾸고

어렵사리 피운 여린 꽃잎마저 꽁꽁 얼리고 시들게 해서 

꽃잎이 피자마자 떨어지게 만드는데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든 나무와 식물의 성장발육을 위해서는 

그 겨울비 또한 꼭 필요한 생명수라고 하니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항상 느낀다

 

성묘를 마친 후에  순천 금둔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새해 첫 날부터 탐매여행을 나선 적은 여태껏 없었지만 

명절연휴 교통정체를 무릅쓰고라도 당장 확인해 봐야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며칠전, 모 중앙 일간지에 금둔사 <납월매>에게 이상이 생겨

올해는 꽃을 피우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올라왔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순천 금둔사엔 동지섣달에 꽃 피는 매화나무가 있는데 

겨울에도 매화 100송이나 피우던 금둔사 <납월매>였다

 이를 가꾼 큰스님이 지난 가을에 입적했다

 그리고 올겨울금둔사 매화는 꽃을 감췄다......"

 

 

 

 

 

 

 

 

 

 

      매화-2024-004. 거제 구조라초등학교 <춘당매>의 비극 (2024.02.11.)

 

 

  설명절 연휴에 

거제 구조라초등학교의  <춘당매>를 찾았다

3년만에 다시 방문하는 길이라 나름 그동안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학교 교정 언덕에 우아하게 버티고 서서

학교 방문객들을 항상 하얀 미소로 맞이해주던 <춘당매> 4그루의 모습이

너무나 처참하게 망가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4번 째 나무는 옛날부터도 좀 부실했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1번 째 나무는 굵은 가지가 다 부러져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2번 째 나무는  정면을 향한 큰 줄기가 잘려나갔고

가장 충격적인 3번 째 나무는 아예 쓰러져서 뿌리가 뽑혔는데

윗부분만 잘라내고 그루터기는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

 더 서글픈 것은 

뿌리가 뽑힌 그 그루터기에 복스럽고 귀여운 새하얀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구조라 <춘당매>는 수차례의 수난이 있었기에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없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춘당매>를 아끼는 사람들의 우려와 건의가 있었음에도

3년만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화가 치밀어

그냥 되돌아 나올까 고민하다가

이 비통한 마음을 사진으로 남기기로 했다

 

 

 

 

 

 

 

 

 

 

 

매화-2024-005. 김해건설공고 <와룡매> - 이미 용트림은 시작되었다 (2024.02.17.)

 

 

  김해건설공고 교정에는

수령 약 100년 정도의 오래된 고매(古梅)들이

교문에서부터 본관까지 이어진 약 200m 남짓한  '매화로양 옆으로

80여 그루가 매화터널을 이루며 도열해 있다.

 

 이 오래된 매화나무들은

마치용이 땅을 기는 듯, 푸른 창공으로 승천하는 듯,

용트림하는 모습으로 무리를 지어  줄지어 서 있고

그 줄기가 기기묘묘하게 환상적으로 휘어지고 구부러져서

마침내  ‘자유속의 질서를 연상케 하는 고매들의 군무축제를 연출한다

그래서 <와룡매 臥龍梅>라고 불린다

 

  80여 그루의 <와룡매중에서

백매가 60여 그루홍매가 20여 그루 정도인데

대부분이 90년 이상 된 나무들이고

특히 구지호 연못 주변의 10여 그루가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20년생 내외의 어린 후계목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이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들은

1927년에 김해농고가 이 자리에서 개교할 때

당시 한 일본인 교사가 원예 실습용으로 매화나무를 심고

학생들과 함께 정성으로 가꾸었다고 한다

 그 후, 1945년 해방 뒤에 일본으로 돌아갔던 그 교사는

몇 년 전에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이 학교를 다시 찾아왔었는데

아직도 그 <와룡매>들이 잘 보호되고 있음을 보고

보람과 감사의 눈물을 지으며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김해농고의 일본인 교사가 심고 가꾸었던 그 <와룡매>

1978년에 김해농고가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김해건설공고가 들어서면서

그 이후부터는 김해건설공고에서 <와룡매>들을 관리해오고 있는데

현재 김해시 관리 보호수로도 지정되어 있다

 

   2024217일 현재, <와룡매>의 개화상태는

벌써 꽃불이 붙었다

백매 60여 그루는 대부분 개화를 시작하여 교정으로 번지고 있고

, 홍매 20여 그루만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지만

다음 주 초에 봄비가 내리고나면

홍매들도 뒤이어 축포를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매화-2024-006. 양산 통도사 홍매화(2)

- 이제 <홍매 삼총사>의 분홍빛 화엄의 세상이 시작된다 (2024.02.18.)

 

 

           2024 <자장매>의 개화상황은

2월의 네번 째 주말쯤에,

 바야흐로 만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 2 2일에 첫 개화소식을 전한 이래로 약 20일 만이다

 

  2023년에 <자장매>  개화부터 만개까지 기간이

42일쯤 걸렸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그 반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에 만개의 절정에 까지 이르는

특이한 사례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제주도의 경우

매화가 1 15일 꽃봉오리를 열어 평년보다 32일 일찍 개화했고

11일 후인 지난달 26일 만개했는데 평년보다 46일 빨랐다

1940년 이후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한다

 

 여기에,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여파가 작년보다 올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이런 이상고온 현상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엘니뇨가 생기면

우리나라 남쪽으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강수량도 많아져 이르게 핀 봄꽃이

많은 봄비에 일찍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짧아진 봄처럼 봄꽃의 수명도 짧아지게 되는 것이다

 

 

 

 

 



 

 

 

 

 

007. 대구 경상감영공원 홍매화와 납매 (2024.02.18.)

 

 

  경상감영공원은

대구광역시 중구 포정동에 있는 공원으로

조선시대 경상감영이 있었던 곳이다

 

  1970년대에 중앙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장되었다가,

1997년에 공원 내 문화재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단장 한 뒤

경상감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고

공원 내에는 선화당과 징청각 등의 역사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2017년 사적 제538'대구 경상감영지'로 지정되었고

과거 경상감영 일대를 완전히 복원하는 계획이

지금 추진 중에 있다

 

 대구 동성로 인근에 위치한 공원은

뛰어난 접근성으로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아울러 대구에서 매화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도심의 공원으로서

현재, 경상감영공원에는

50여 그루의 홍매화와 납매 1그루가

봄을 손짖하고 있다

 

 

 

 

 



 

 

 

 

 

매화-2024-008. 양산 통도사 홍매화(3) - <자장매> 봄비 속에서 지기 시작하다 (2024.02.24.)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열흘 이상 붉은 꽃이 없다'는 말처럼

벌써  봄비 속에서 <자장매>가 지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비교적 늦은

2 2일에 <자장매>가 첫 개화소식을 우리에게 전했지만

우리나라 매화의 지존(至尊),

<자장매>의 진면목과 위엄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봄비 속에서 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지난해 초에도 봄꽃이 일찍 개화하고 일찍 졌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온난화 속도가 

지구 전체의 평균 속도보다 1.6배 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심히 우려스러운 이야기도 들린다

 

 올해도 <자장매> 

 기상이변과 환경재앙으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겨울을 걷어내고

한반도의 봄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숙명'을 조용히 마치고

봄비 속에서 꽃잎을 떨구고 있다

 <자장매> 그 강인한 정신과 맑은 기품이

달콤한 향기가 되어 빗속으로 흐른다

 

 

 

 

 

 

 

 

 

 

 

 

 

매화-2024-009. 대구 남평문씨 인흥마을 매화 (2024.02.25.)

 

 

  대구 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은

목화씨를 우리나라에 전한 문익점 선생의 후손들인

남평 문씨 일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원래 '인흥사'라는 절이 있었던 폐사지에

뒷산을 등지고 마을이 자리를 잡았고 조선 후기의 전통한옥 9채와

문중 정자 2채가 잘 보존되어 있다

 180년 전 쯤에 마을이 조성된 인흥마을은

우리나라의 자연발생적인 전통마을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마을 배치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처음 이곳에 마을을 조성할 때,

이곳의 대표적인 마을 공공건물인 수백당(수봉정사터를 

중심축으로 삼아서 가로망을 짜고

그 뒤로 집터와 진입로를 바둑판형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치한 

미리 도시계획이 이루어진 문중 주거단지이다 

 인흥마을 입구

주차장 앞으로 넓은 목화밭이 있고

인수문고 우측으로 제법 넓은 매화원이 조성되어 있다

봄비가 오락가락하고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휴일을 맞아 제법 많은 상춘객들이 매화원에 나왔다

 

  인흥마을  매화원에는

수 백 그루의 2~30년 내외의 홍매, 청매와 백매가 있다

홍매는 대부분 개화를 시작하였지만

청매와 백매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마을 안쪽의 집집마다

담장 너머로 살짝 고개를 내민 홍매도 개화를 시작하였고

마을 텃밭과 뒷산의 청매와 백매도 꽃불이

번지기 시작하였다

 

 

 

 

 

 

 

 

 

 

 

매화-2024-010. 김해 상동 용당나루 매화공원 (2024.02.25.)

 

 

   경남 김해시 상동면 여차리

용당나루터가 있었던 옛 용산마을 지역에 2022년에 매화공원이

새로 조성되었다

 900 여평의 강변 부지에 산책로와 부대시설을 정비하고

옛 마을 터에 매화단지를 새로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수변공원으로 꾸몄다

  옛 용산마을은 4대강 사업으로 철거가 시작되면서

2016년 주민들이 인근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해야만 했었던

아픈 역사를 가진 전통마을이다

 

이주 과정에서

당시 마을의 자랑이었던 매화나무 군락지도 함께 사라졌고

철거 과정에서 살아남은 매화나무 중 상태가 양호한 나무는

인근 지역에 옮겨 심어 두었었는데,

김해시는 이 관리가 부실했던 매화나무들을 다시 용산마을 옛터에 옮겨 심어

매화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무리하고 일방적인

국가정책 때문에 이미 사라진 마을과 역사를

다시 되살리기는 어렵게 되었지만용당나루터를 복원하고

매화마을 군락지를 다시 회복시키게 된 것은

그래도 불행 중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김해시는 매화가 '시화'(市花)인 것을 널리 알리고자

지난해 2월부터 12천만원을 들여 낙동강변의 28면적에

매화나무 588가구를 심었다.

낙동강을 따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수령 4050년 매화나무 54그루,

배롱나무 45그루도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

 

  대부분 수령 40~50년의 기품있는 토종 매화로서

백매와 홍매가 주를 이루고 있고 청매도 3그루가 있다

옮겨 심는 과정에서 심한 가지치기로 매화의 자태가 많이 훼손되었지만

앞으로 시간이 흘러서 자리를  잡으면

낙동강변의 봄맞이 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화율은 약 60% 쯤으로서

다음주 주말쯤이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매화-2024-011. 김해건설공고 <와룡매 -2> (2024.02.25.)

 

 

    올해의  전반적인

  경남지역 매화들의 개화상황은

2월 중순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비교적 일찍 개화를 시작했지만

2월 하순이 시작되면서 뒤늦은 겨울비와 꽃샘추위로

현재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도 비슷한 추세로서

2월 초순에 통도사의 <자장매>를 따라서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백매들은

상당한 개화의  진척이 있었지만

그 뒤에 닥친 겨울비와 꽃샘추위로 인해,

일찍  핀 백매들은 벌써 시들기 시작하였는데

홍매들은 뒤늦게 이제야  용틀임을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100여 그루가 넘는 <와룡매>들 중에서

현재, 백매와 어린 매화들은 이미 만개 후에 대부분이 시들고 있지만

홍매와 청매들은 3월 첫째주 연휴에야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심해지는 기상이변의 휴유증으로

같은 장소에서도

매화의 색깔에 따라서 3주 이상 개화시기가 차이가 나는

기현상이 올해는 나타나고 있다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

100년 전인, 1927년에 김해농고가 개교할 때

당시 일본인 교사가 실습용으로 90여 그루를  심었었다

그 뒤, 40여 년 전쯤인 1978년에

김해농고가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김해건설공고가 들어서면서

그 이후부터는 김해건설공고에서 <와룡매>들을

관리해오고 있고

근래에 김해시 관리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매화-2024-012. 강진 무위사 홍매화 (2024.03.01.)

 

 

  월출산 아래 천년고찰 무위사에는

소박하고 단아한 대웅전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는

극락보전(국보 13)이 있어서 오래전에 몇 번 들렀던 절인데

오늘은 홍매화를 보기위해서 찾아왔다

2016년 이후, 8년만 이다

 

 월출산자락을 병풍으로 두르고

고즈넉하게 자리한 무위사 (無爲寺)는 소박함의 아름다움을 지닌 산사로서

무위(無爲)라는 단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상의 어지러운 일들을 잠시 잊고 사유하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수행 도량이자 휠링의 공간이다

 

 어제 내린 봄비로

추위가 다시 닥칠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있었지만

오후부터 진눈개비를 동반한 강풍과 한파가 월출산 계곡에 휘몰아쳐서

아직도 겨울이 채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무위사 홍매화는

원래 극락보전 앞마당 있었던 것을

2010년에, 주 진입공간 누각의 좌측인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수세가 좀 빈약하지만 수령은 약 100년정도 되었고

진분홍색의 겹꽃을 피운다

비교적 일찍 피는 설중매 계통의 수종으로

보통 2월 하순에 만개한다

 

 월출산 자락 무위사 계곡은

남쪽바다를 건너 불어오는 온기의 덕택으로

'빛의 마술'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으로서 그 아름다운 빛으로 세상을 일깨우듯

매화가 빨리 피는 곳이라고 한다

 

 

 

 

 

 

 

 

 

 

 

매화-2024-013. 23회 광양매화축제 청매실농원 (2024.03.01.)

 

 

         광양 매화마을

  지리산 자락을 수놓으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면

 매화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는 섬진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농가들은 산과 밭에 곡식 대신 모두 매화나무를 심어

 매년 3월이 되면 하얗게 만개한 매화꽃이 마치 백설이 내린 듯,

또는 하얀 꽃구름이 골짜기에 내려앉은 듯 장관을 이룬다

 이곳의 맑고 온화한 강바람과

알맞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매실농사에 적합해서

 수확량도 한 부락에서 연간 100톤이 넘는다.

 

올매화인 이곳의 매화는

 지리산 능선에 잔설이 희끗희끗하게 남아 있는

3월 초순 경부터 꽃망울을 터트리며,

 매실 수확은 지리산 철쭉이 한창 피어나는 6월에 시작된다.

 매실은 다른 꽃들이

겨울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꽃이 피고,

여름 벌레들이 극성을 부리기 전에 수확이 되어 농약이 필요 없는

청정과일이다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청매실농원에는

1930년경 율산 김오천선생이 심은 70년생 고목 수백 그루를 포함하여

 매화나무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으며,

 매실 식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전통옹기 2,000여기가

농원 뒷편 왕대숲과 함께 분위기를 돋운다.

, 섬진마을에서는 매화꽃 피는 3월마다 '매화축제'가 열린다

(글출처 : 한국관광공사)

 

 ‘23회 광양매화축제

오는 38~17일 청매실농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매화-2024-014. 완도군 군외초등학교 <불목매> (2024.03.01.)

 

 

  오마이뉴스 인터넷신문(2024. 2. 23.)

선비가 사랑한 야생매화, 완도 '이곳'에서 만났다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기사가 올라왔다

 

 ”전남 완도의 야생매화를 찾아봤다.

당인리와 불목리, 대야리에 그나마 진매의 특징을 지닌

토종매화가 자라고 있었다......

 군외초등학교 불목분교의 도서관 건물 뒤뜰에는

제법 큰 키를 자랑하는 야생매화 세 그루가 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불목매이다.

 

도서관을 짓고 심었는지, 학교가 설립될 때 기념해 심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분명 누군가는 학교의 시설을 기념해

오래도록 향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심었을 것이다.

 

 , 군외면 완도과수연구소 마당에는

수양매가 1그루가 있다.

50~60년 수령으로 연구소 설립 당시

영암군에 사는 개인에게서 매입해 심어져

관리하고 있다......“

 

 

 

 

 

 

 

 

 

 

매화-2024-015. 나주 도래마을 매화 (2024.03.01.)

 

 

  나주시 다도면의

전라남도 산림연구원 근처에 풍산리 도래마을이 있다

나주평야에 접해서 풍악산의 낮은 기슭에 자리 잡은 도래마을은

 풍산 홍씨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유서 깊은

전통마을이다

 

 도래마을에 가장 오래된 매화는

<홍기창 가옥> <홍기헌 가옥>에 있었다는데

아직껏 구경하지 못했고,

아마 오래전에 고사한 것으로 짐작된다

 도래마을의  안쪽

홍기응 가옥의 사랑채 안뜰에 수령 120년의 홍매화

1그루가 있다 

 

평소에는 항상 대문이 닫혀 있어서 

담장너머로만 홍매화를 볼 수 밖에 없었는데

6년 전에 운좋게  저녘무렵 대문을 닫고 있던 주인을 발견하고 

먼 곳에서 왔노라고 특별히 부탁하여

마침내 홍매화를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홍기응가옥 홍매(계은매) >

원 둥치에서 새로나온 가지가 자란 것으로

겹꽃의 매력적인 분홍색을 띤 수령 120년 정도의

키다리 홍매화이다

 

하늘을 향해 활짝 펼친 8m가 넘는 훤칠하게 큰키로 

마을 입구에서도 다 보일 정도로 도래마을의 '랜드마크 홍매' 이다

그래서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방문객들은 저 멀리 마을 입구에서부터 알아보고

탄성을 지르게 된다

 비록 쇠락한 고택의 사랑채 안뜰을 지키고 있지만

고택의 영광을 꿈꾸며

키다리 멋쟁이 <홍매> 지붕 너머로 얼굴을 쑥 내밀고

화사한 미소를 방문객에게 보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 전혀 피지 않았다

2월달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이곳의 매화도 일찍 피었을지 모른다는 기대로 찾아왔는데

마을의 어린 매화들은 제법 피었지만

<홍기응가옥 홍매(계은매) >는 전혀 피지 않았고

대문마저 굳게 닫혀 있었다

 

 

 

 



 

 

 

 

 

매화-2024-016. 밀양 <금시매> -매화 향기로 손님을 대접하다 (2024.03.08.)

 

 

  밀양의 산성산이

밀양강을 향해 흘러내리다 웅지를 튼 백곡계곡 기슭 언덕위에

금시당과 백곡재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예로부터 아름드리 잣나무들이 대규모로 숲을 이룬

깊은 골짜기로서 백곡이라고불리던 곳이었다

 

  뒤로는 산성산 일자봉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용두산龍頭山 능선이 내려가고

왼쪽으로는 호두산虎頭山 능선이 내려가는 요지로서 금시당과 백곡재는

용과 호랑이의 꼬리가 맞닿은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금시당은 조선시대 문신인 금시당 이광진 선생이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지은 건물로서

금시당今是堂이란 당호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내용 중

覺今是而昨非중에서 今是를 취한 것이라 한다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오늘은 잘한 일이요

벼슬살이에 얽매였던 지난날은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는 의미로서

산수와 전원에서 여생을 즐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명종 21(1566)에 처음 지어졌던 금시당은

임진왜란(1592)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743년에 백곡 이지운 선생이 다시 복원한 건물이고

금시당 옆의 백곡재는 백곡 이지운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서 철종 11(1860)

후손들에 의해서 세워진 건물이다.

 

 금시당과 벽곡재 앞뜰에는

수령 210년의 매화 <금시매今是梅> 있다

 3 8일 현재 <금시매>

벌써 만개하여 청아한 절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늦을 것이다

 

 

 

 

 

 

 

 

 

 

 

 

매화-2024-017. 창원시 북면 달천구천 매화 (2024.03.09.)

 

    

  창원시 북면 외감리 새터 마을의

달천정 아래에 마을의 우물인 달천구천이 있다

 달천구천은 조선 후기 유학자 허목 선생이 만든 우물로

새터 마을에 거주하던 시절에 손수 돌거북을 만들어 샘을 만들었다 한다

달천구천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하며,

근래에까지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었지만 지금은 식수 불가판정을 받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서 1쯤 떨어진 천주산 계곡에는 

허목 선생이 달천동(達川洞)’이라 직접 새긴 암석이 있어 이 계곡을

달천동 계곡이라 부르고 있다

  미수  허목(1595~1682) 선생은

조선 중기의 학자요 정치가로서 의학과 천문지리에도 밝았고

서예에도 능통해서 특히 전서를 잘 썼다

 그는 나이 예순에 이르러  관직에 진출하여 여든에 우의정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숙종 때 사색 당파싸움이 격렬하게 되자

남인의 거물이었던 허목 선생은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여

이곳 달천동에 한때 은거하게 되었는데

그때 달천구천 샘을 만들고

그 우물 곁에 매화나무 1그루를 심었다 한다

 

 현재 우물가 언덕의 매화나무는 

둥치에서 부터 세 갈래로 가지가 곧게 뻗어 모양이 범상하지 않은

수령 100년 내외로 보이는 백매이다

그런데, 허목  선생은 조선 숙종 때 사람이니 삼백년 전의 인물이다

따라서 뿌리에서 새로 움이 텄거나,

아니면 후대에 다시 심은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매화-2024-018. 김해 봉하마을 <민주매> -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매화는 핀다(2024.03.08.)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을 지냈던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퇴임 후에 낙향하여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사셨던 분이다

서거하기 전까지 생활했던 그 봉하마을 '대통령의 집' 안채 뜰에

고인이 평소에 아꼈던  아주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매화나무  1그루가 있다

 

   3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대통령의 집매화는

안방침실의 오른쪽 작은 화단, 장독대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밑둥에서 부터 뻗은 여러 가닥의 줄기가

위쪽으로 자라기 보다는 좌우 옆으로 펼쳐져서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곡선의 밥사발을 닮은 형태로

소박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대통령의 집매화는

5장의 순백색 꽃을 피우는 홑꽃의 백매화로서

생전에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과 미담이 있는 매화 이다

그래서 집의 입구,

햋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두고 아끼셨다 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계속 

매화의 수세가 빈약할 뿐만아니라

여의고 수척한 모습을 보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해 왔었는데

올해는 수세도 왕성하고 꽃잎도 풍성하게 피어서

모처림 생기있는 얼굴과 해사한 미소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매화-2024-019. 산청 <남명매> (2024.03.10.)

 

 

   '산청3중의 하나인

   산천재 마당의 매화나무, <남명매南冥梅>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이곳에

선생이 61세이던 명종 16(1561)에 산천재를 지으면서

손수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남명매>는 수령 450여 년의 연륜과 역사를 자랑하는 고매로서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 중심 줄기는 뒤틀리면서 하늘을 향해 뻗어 올랐고

연한 분홍빛이 도는 소담한 반겹꽃을 피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산청3' 중에서

<원정매><정당매>는 이미 오래전에 원목이 고사했다

그렇지만 다행히 <남명매>는 그 원목을 소중히 지켜서

 450년 동안 숱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남명매>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원목이 노쇠하여

2016년에 대대적인 외과수술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외과수술은

부패부제거 살균처리 살충처리 방부처리 방수 처리 

동공 충전매트 처리 인공나무 껍질지주목 설치 등의 순서로

치료과정의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보통 노거수나 거목의 외과수술은 동공이 크고

가지나 줄기의 상처에 부패가 심하여

부러지거나 갈라질 위험이 많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쇠조임 와이어작업도 함께 설치하게 된다

 

 복잡한 외과수술을 거친 현재 <남명매>의 몸은 성한 곳이 없지만

비교적 잘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산청3'중에서 <원정매> <정당매>는 원목을 지키지 못했지만

<남명매>는 치료와 보호의 보살핌을 받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春山底處無芳草

봄 산 어디엔들 아름다운 꽃 없겠는가

只愛天王近帝居

내가 여기에 집을 지은 이유는

다만 천왕봉이 하늘에 가까운 걸 사랑해서 라네

白手歸來何物食

빈손으로 돌아 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銀河十里喫有餘

은하수 십 리 맑은 물 먹고도 남겠네 

  남명 선생이 말년에 산천재에서 쓴 한시이다

 

 지리산 천왕봉의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려

산천재 앞을 흘러가는 은하수 강의 맑은 물만 마시고

선비의 지조를 지키고 살았던 옛주인 남명 선생은 가고 없지만

그 빈 뜰에서 <남명매>

 450년 동안이나 은하수 강을 벗 삼아

오늘도 묵묵히 꽃을 피우고 있다

 

 

 

 

 

 

 

 

 

 

 

 

020. 산청 단속사지 <정당매> (2024.03.10.)

 

 

    산청군 단성면 운리의 옛 단속사 터에는

문화재 사적 발굴 조사가 몇 년째 진행 중이었는데

이제 주변의 무질서 했던 건물들이 철거되고

조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 년 전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조선후기에 폐사된 것으로 알려진 단속사는 

승려가 100명이나 있었던 큰 사찰이었는데 지금의 옛 터에는

일부 민가가 들어서 있고

마을 앞으로 보물인 동·서 석탑과 당간 지주만

덩그러니 남아 전해지고 있다

 

  ‘속세를 떠난 절이라는 단속사斷俗寺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짚신이 다 해질 만큼 규모가 컸다는

통일신라시대 사찰이었는데

삼국사기에는 신라 때의 유명한 화공 솔거가 그린 유마거사상維摩居士象 

있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후, 단속사는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졌지만

조선 초 대사헌까지 지낸 강회백 선생이 과거에 급제하기 전에

 단속사에서 공부할 때 직접 심었다는 매화 <정당매>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훗날 그가 종 2품인 ‘정당문학이란 직위의 벼슬에 오르자

사람들은 이 매화에게 <정당매>란 이름을 붙여주었고,

두 기의 비석과 매화각이란 누각까지 세워주었다

 

 

 

 

 

 

 

 

 

 

 

매화-2024-021. 산청 남사마을 <원정매> (2024.03.10.)

 

 

    진양 하씨가 32대째 살아온

남사마을 분양고가의 <원정매>

원정공 하즙 선생이 직접 심은 수령이 680여년이나 된,

<산청3>중의 하나로서 유일한 홍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로서

분양고가인 고택 이름을 따서 <분양매>라고도 불린다

 

  원줄기는 2007년에 동사하였었는데

몇 년 후에 뿌리쪽에서 곁가지 하나가 살아나서

간신히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해마다 쑥쑥 자라서 점점 수세가 풍성해지고 있어서

상당히 반갑고 고무적이다

 

 원정공 하즙 선생은 고려 말,

충숙왕 때 문과에 급제한 후, 진천부원군에 봉해졌고

원정이란 시호를 받았다

후에, 단속사에 <정당매>를 심었던 강회백이

그의 초상화를 보고

 “도량이 존엄하며 성품이 화순하고 관대하였다

 그의 호연함은 가을 달과 같고 온화함은 봄바람과 같았다.”라고

평했다 한다

 

  <원정매> 앞에는 원정공이 쓴

영매시(詠梅詩)를 새긴 시비가 서 있다

  집 앞에 일찍 심은 한 그루 매화

한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 점 티끌도 오는 것이 없어라

 

  <원정매>는 꽃잎이 여린 분홍색의 겹꽃 홍매화인데

나무높이 5.5m, 수관폭 5m, 꽃의 지름은 2.5cm로 들매화 계통이다

남사마을 주차장 뒤쪽의 최씨고가 안에 있는 <최씨매>와 많이 닮았다

예년보다 열흘정도 일찍 피어 이제는 시들기 시작했다

 

  분양고가의 집 뒤뜰에는

원정공의 손자로 영의정을 지낸 하연 선생이 7세에 심었다는

630여년 된 감나무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로서

아직도 감이 열리고 있다 한다

원정매가 있는 분양고가는 오랜 기간동안 집이 비어 있었으나

올해는 대문이 활짝 열려있고 후손께서 거주하시며

고가 체험 숙박을 운영하고 있었다

 

 

 

 

 

 

 

 

 

 

매화-2024-022 . 산청 남사마을 <이씨매> (2024.03.10.)

 

 

             남사마을(남사예담촌) 중앙주차장 옆에

근래 들어 전통염색 체험장과 갤러리 카페로 쓰이고 있는 남호정사에

마을에서 가장 화려한 매화를 피우는 <이씨매>가 있다

 

  이씨문중을 대표하는 <이씨매>

성주 이씨 문중의 서재인 남호정사에 있는 매화로

원래 이씨고택에 있었던 400년 된 고매가 오래 전에 고사하여

지금은 <이씨매>가 이씨 문중을 대표하고 있다

 수령은 100년 정도의 키가 늘씬한 백매화로서

나무높이 8m, 수관폭 8m로서 높이 1m 지점에서 두 개의 줄기로 갈라졌는데

아주 화사하게 흰 꽃을 피워 남사마을을 환하게 밝혀준다 

 

  이씨문중의 남호정사가

전통염색 체험장으로 쓰이기 전에는

 평소에 항상 대문이 잠겨있어서 <이씨매>

흙돌담 너머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카페에서 차 한잔하면서 염색작품 관람뿐만 아니라

느긋하게 <이씨매> 감상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지난해 늦은 시간에 남사마을을 찾았을 때는

카페 마당에서 '국악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씨매>가 만개하는 시기에 맞추어

카페에서 마련한 '마을 주민을 위한 조그만 음악회'였다

 오늘도 마당에 널린 형형색색의 염색천이 만국기처럼

바람에 날리는 완연한 봄날이었다

 

 

 

 

 

 

 

 

 

 

023.  산청 남사마을 <최씨매>와 사양정사 앞 청매 (2024.03.10.)

 

 

  수령 약 230년의  <최씨매()>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의 안쪽 깊숙한

최씨고가의 사랑마당 한켠에 서 있다

 <최씨매> 아직 개화 초기의 영롱한 모습인데

옅은 분홍색의 우아한 겹꽃이 인근의 <원정매>와 아주

많이 닮았다

 

나무 높이 4.0m 수관폭 4.8m, 근원직경 32cm 홍매로서 

높이 60 cm에서 세 개의 줄기로 갈라졌는데 줄기 하나는

완전히 고사하였다

  수령 400년을 자랑하던 <최씨매> 원목이

고사한 뒤에 심은 후계목으로서 

최근 몇 년동안 수척해진 모습을 보이다가

주인 내외분의 정성으로 근래들어 제법 원기를 회복한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래쪽 큰 가지 하나가 전혀 꽃이 달리지 않았다

점점 고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 지 우려스렵다

 

 그런데 <최씨매> 오른쪽에 새로운 홍매가 하나 생겼다

수령 50년 정도의 젊은 홍매인데

옅은 분홍색 홑꽃의 건장한 매화나무이다

미래를 위한 대비이자, 외로운 <최씨매>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항상 쓸쓸하던 사랑마당에 갑자기 화기가 넘친다

주인 내외분의 지극한 매화사랑도 향기가 되어

사랑마당에 퍼진다

 

 

 



 

 

 

 

매화-2024-024. 산청 대원사 매화 (2024.03.10.)

 

 

  지리산 천왕봉 동북쪽

유평 계곡에 위치한 대원사는

수덕사의 견성암과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참선수행 도량으로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그 후 여러 차례 화재로 부분적으로 보수하였다가

여순 사건 때 빨치산 토벌로 모두 불타서 1955년 법일스님에 의해

재건되었다고 한다.

 

 대원사 계곡은 깊고 울창한 수림과

반석이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계곡인데

원래는 마을 이름을 따와서 유평 계곡이라 불렀으나

대원사 비구니 사찰의 깨끗한 이미지가 더해져 지금은

대원사 계곡으로 불리고 있다.

 

 밤밭골에서 치밭목 산장과 하봉, 중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오르는 유평리 코스는 약 5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대원사 계곡물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쑥밭재 새재 왕등재 밤머리재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자락 곳곳에서 발원하여

12km를 이르는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신밭골과 조개골 밤밭골로 모여든 계류는

새재와 외곡마을을 지나면서 수량이 많아지고,

비구니 도량인 대원사가 있는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에서부터

큰 물을 이룬다

 

 계곡에는 선녀탕, 옥녀탕 등의 용소등과

()와 세신대, 세심대가 있으며

사시사철 밤낮으로 물에 씼긴 바위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희고 깨끗하다

 

  대원사 절 입구 높은 언덕의

봉상루 계단 옆에는 수령 250여년의 백매화 1그루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서 있다

나무높이 9.5m, 수관폭 10.5m로서 

화엄사의 흑매처럼 큰 줄기 두가닥이 하늘을 향해 쭉 뻗은 훤칠한 키에

지리산 계곡을 향해 양쪽으로 흰 날개를 쫙 펼친다

우리 토종매화인 화엄사의 들매화처럼

새하얀 꽃잎이 유독 작지만 강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약 10년만에

대원사 매화를 찾아왔는데

지리산 계곡 깊고 깊은 곳 산사에 사는 매화라 개화가 늦어

꽃망울만 탐스럽게 맺혀있다

 

 

 

 

 

 

 

 

 

 

 

 

매화-2024-026. 성주 회연서원 백매원 (2024.03.16.)

 

 

  성주 회연서원은

영남 5현 가운데 1명인 한강 정구 선생이

 1583(선조 16)에 세워 제자들을 교육하던 회연초당檜淵草堂

선생의 사후, 1627(인조 5) 지방사림의 여론에 따라 서원이 되었고

1690(숙종 16) ‘회연檜淵이라 사액을 받았다

  마지막 유언으로 “저 매화에 물을 줘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남다른 매화 사랑을 보여줬던 퇴계 이황 선생처럼

그의 학맥을 이은 한강 선생도 매화를 특별히 좋아했고

그래서 한강 선생은 '회연초당'을 건립하면서 그 초당의 마당에 

100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고 '백매원百梅園'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이후, 한강 선생의 사후에

 '회연초당''백매원'이 있었던 그 자리에

후학들이 '회연서원'을 건립하여 선생을 추모하고 있다

 회연서원에는 건립할 당시에

강당 오른쪽의 명의재 앞에 홍매 1그루를 심고 

명의재 뒤쪽에는 백매 5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족히 수령 400 년을 헤아리는 이 <한강매寒岡梅>들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백매 1그루가 오래전에 고사하였고

홍매 1그루도 근래에 완전히 고사하였다  한다

나머지 백매들은 2019년에 방문했을 적에는

그 그루터기 정도는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마저도

사라지고 없었다

 

 2023년에는 그전 해의 심한 가지치기로

매화가 전혀 피지 못했다는 황당한 사고를 뉴스로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서서히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곳곳에 남아 있어 보인다

 

'회연초당의 백매원'을 복원하려는 열정은 높았지만

사랑과 관심으로 돌보려는 정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자체들은 가지지 못해서 부러워하는 

훌륭한 역사적 자산과 스토리텔링을 보유한 성주 회연서원이

실패를 교훈 삼아 명품  '백매원百梅園'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매화-2024-027. 양산 통도사의 매화들 - 오향매, 육화당 매화 (2024.03.16.)

 

 

 

  <육화당 백매>

올해 2월달에 <자장매>를 보러 올 때까지만 해도

  통도사의 입구일주문 우측의 육화당 도로쪽 담장 곁에 있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이곳 황화각 앞으로

옮겨 심어져 있었다

  육화당은 원래 입적하신 월하스님의 유품을 전시하던

노천유물관으로 사용되었고

그 후 통도사의 종무행정 일체를 관장하는 사무기능을 지닌 종무소로

운영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불교대학과 템플스테이 등 신도교육의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그 육화당 담장 곁에 있었던 매화는

일주문 앞의 <수양매>로 부터 시작하여

<통도매>, <영취매>로 이어지는 '통도사 매화길'을 이어주는 중간 지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 왔다

통도사 산문 입구에서 담장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미소 짓는 <육화당 백매>의 위치는 한적하고 아주 절묘했었는데

느닷없이 복잡한 황화각 앞으로 이사를 왔다

 

  <육화당 백매>  이식으로

황화각 앞 마당이 갑자기 여유가 없이 부산스러워졌다

채워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과유불급 - 원래 있던 그대로 비워서 얻는 아름다움이  한수 높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황화각 백매>라고 불러야 하나?

 

 

 

 

 

 

 <오향매

 

    2019 2월에 통도사 <자장매>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오향매>를 처음 발견했었다

지리산에서 옮겨 온 300년 이상 된 연륜의 고매화인데

<자장매>가 질 무렵에야 꽃이 피기 시작하는

개화 시기를 가졌다

 

 <자장매>가 지더라도 <오향매>를 볼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옮겨 심은 <오향매>의 가지치기는 잔인하리만치 가혹했다

마치 손발이 모두 잘린 생명을 다한 고사목 모습이었다

과연 성공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이식한지 5년만에 제대로 수세를 회복하면서 

활짝 꽃을 피웠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옮겨온 통도사의 새로운 식구,

 <오향매> 앞에는 이런 아름다운 안내판이 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윽한 매화향이

부처님께 향 사르며 예배하는 성불을 향한 수행자의 향기,

1) 수행자가 계율(戒律)을 잘 지키는 향기(戒香)

2) 수행자가 마음을 쉬게 하는 향기(定香)

3) 수행자의 마음에 걸림이 없는 향기(蕙香:혜향)

4) 마음을 뛰어 넘는 향기(解脫香)

5) 수행자의 마음에 나와 남의 구별이 없는 향기(解脫知見) 

다섯 가지의 향기를 닮았다 하여 오향매라고

주지스님이 지었다

  지리산 남녘 깊은 골짜기에서 자생한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고매이다

여러 귀한 인연으로 통도사에 뿌리 내리고

순백색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공양하고

영축총림의 일원으로

당당히 도량의 주인이 되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소개말이다

그리고 품위와 격조가 있으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주지스님의 환영사라고 할 수 있겠다

 

 

 

 

 

 

 

 

 

 

매화-2024-028. 화엄사 홍매화 봄비 속에 만개하다 (2024.03.23.)

 

 

 

  천년 고찰, 구례 화엄사의 홍매화(흑매)

지난 밤 내린 봄비 속에서 만개했다

 토요일 새벽 6시에, 홍매화 앞에 도착했는데

벌써 약 50명 정도의 진사님들이 대웅전 뒷산 촬영 포인트를 선점하고

진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 밤 10시에 와서 명당 자리를 미리 잡아놓고 밤을 새웠다는

존경스러운(?) 매니아 분도 있었다

 

 화엄사 홍매화는 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천연기념물 지정 명칭은 구례 화엄사 화엄매로서, 문화재청은

 “홍매화는 나무높이 8.2m, 가슴높이 둘레 1.6m

매실나무로는 규모가 큰 편이고

붉은 색의 꽃색과 줄기와 가지가 굴곡을 이루며 위아래로 자라는

독특한 수형이 화엄사 각황전과 어우러져 역사적,

경관적 가치가 높다

 따라서, 화엄사 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들매화가

전반적으로 수세가 저하되고 있어 각황전 주변 홍매화를 추가 지정하여

화엄사 사찰의 대표적인 식생 경관으로 안정적으로 보존,

관리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5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순천 선암사 선암매 2그루,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화,

그리고 강릉 오죽헌 율곡매가 여기에 해당된다

문화재청은 2007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존관리해 오고 있는데, 2024년에

구례 화엄사 화엄매가 추가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는

6그루로 늘어나게 되었다

 

 

 

 

 

 

 

 

 

 

 

 

 

매화-2024-029 순천 선암사 매화 - 무우전 매화 지기 시작하다 (2024.03.23.)

 

 

   우리나라 '매화의 보물창고'인 선암사 경내에는

최소 수령 350년이 넘는 약 50여 그루의 고매들이

전각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에서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화와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화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2007년에 지정되었다

  특히 무우전 돌담길의 20여 그루의 고매 군락은

우리나라 토종 매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준다.

 

어느 이른 봄날 그 매화터널에 들어서면

시린 겨울과 속세에서 벗어나 환상적이고 달콤한 봄을 체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이 '무우전 매화길'이다

 2024323일 현재,

선암사 경내 매화의 개화상황은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화와 백매화는 만개 후에 벌써  지기 시작하였고

원통전 담장 옆의 백매는 이미 많이 졌다

 

그리고 대웅전 뒷 편의 홍매, 그리고 요사채인 무량수전 홍매도

지기 시작하였다

 반면, 첨성각 연못 옆의 백매와 공양간인 적묵당 담장의 홍매와 백매,

해천당 담장과 마당의 고매, 그리고 뒤깐 옆과 뒷 편의 매화는

지금이 절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화-2024-030. 순천 선암사 매화 - 첨성각 매화 (2024.03.23.)

 

 

 

    선암사의 후원, 첨성각과 장경각 사이에

조그만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연못 위쪽, 담장 곁에

오래된 고매 <첨성각매>가 있다

 

  '첨성각'은 스님들이 별이 보이는 새벽에 일어나

수행을 열심히 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전각으로

지금은 원통전을 관리하는 스님이 사는 요사체로 활용하고 있는 건물이다

지붕구조가 왼쪽은 맞배지붕이고 오른쪽은 우진각지붕을 가진

특이한 건물이다

 그 맞은 편의 장경각은 각종 경전을 보관하는

서고의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첨성각매>는 수령 400년 내외의

세월의 이끼가 곱게 내려앉은 늘씬한 몸매와 자유분방한 형태를

자랑하는 멋쟁이 고매이다

일반적으로, 수령 400년이면 상당한 고매에 속하지만

수령 600년 가까운 쟁쟁한 <선암매>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선암사에서는

아직은 '젊은 피' 매화에 속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매화-2024-031. 하동 쌍계사 매화 (2024.03.23.)

 

 

  지난해 5,

‘2023하동세계차엑스포때 쌍계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절 입구에 차나무시배지가 있는 하동  쌍계사는

‘2023하동세계차엑스포와 연계하여

차문화 대축전을 열고 있었다

 

 신라시대에 김대렴공이

당나라 사신으로 갔다 돌아오면서

차나무씨를 가지고와 왕명으로 쌍계사 일대에 최초로 심었고

840년 진감혜소 선사가 쌍계사를 창건하면서

화개골 일대에 번식시켰다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고려시대에 화려했던 차 문화와 달리 조선시대에는 불교 탄압으로 쇠퇴하다

진감·초의·만허선사로 이어진 다맥(茶脈)이 복원되고

쌍계사를 중심으로 차 문화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차문화 대축전을 계기로 쌍계사를 방문한김에

나는 쌍계사의 매화들을 찾아보았다

팔영루 옆에 <쌍계 백매>가 있고

팔상전에서 금당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 좌측에

소박한 매화정원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반가운 소식은

대웅전 좌측의 요사채에 마당 가장자리에  잘 늙은 홍매화가

1그루 있다는 사실이었다

 

 

 

 

 

 

 

 

늦은 시각에 쌍계사에 도착하니

쌍계사 매화들은 거의 다 졌다

입구에서 반겨주는 팔영루 옆의 <쌍계 백매>도 많이 졌고

금당아래 매화정원의 백매화들도 대부분 졌다

그런데 대웅전 좌측의 요사채 마당의 홍매화는

아직 전혀 피지 않았다

아니면 매화가 아닐지도?

 아무튼, 4월 초에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

블로그 친구 ‘매광님이 알려주신

절 입구 ‘단야 찻집 <단야매>도 찾아보았는데

이미 졌다

 수령 100년 내외로 보이는 멋지게 휘어진 백매인데

언젠가 녹차 한잔 하면서 <단야매>를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운 봄날을 꿈꾸며

어둠이 내리는 쌍계사 계곡을 빠져나왔다

 

 

 

 

 

 

 

 

 

매화-2024-032. 순천 선암사 뒤깐 매화 (2024.03.23.)

 

 

    선암사에서 매화만큼이나 유명해서

전라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해우소 뒤깐이 있다

 

 족히 삼백년은 되었다는 이 명물 화장실은

건축 양식이 독특하고 공간의 짜임새가 뛰어날 뿐만아니라

그 화장실 고유의 기능마저 충실하고 훌륭해서

숱한 시와 문학의 소재로서 다루어지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이 뒤깐 주위로

오래 된 매화 대여섯 그루가 심겨져 있다

화장실 환경의 부정적인 인식을 순화시키고

화장실에 앉아서 근심을 털어내고 매화향도 즐길 수 있는

아주 매혹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처리공법으로 지어진

이 개방적이고 시원한 뒤깐에 앉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조그마한 단점이다

 

 

 

 

 

 

 

 

 

 

 

매화-2024-033. 순천 선암사 매화들 - 대웅전. 매화 (2024.03.23.)

 

 

 

  우리나라 '매화의 성지'인 선암사 경내에는

수령 350~650년에 이르는 오래된 매화나무 50여 그루가

천년 세월의 이끼가 내려앉은 절집 곳곳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

 

  선암사를 대표하는 '무우전 돌담길'

원통전 담장, 응진당 담장. 뒤깐 옆 그리고 대웅전 뒷편과

첨성각 연못 옆에도 고매가 살고 있다

그 중에서 2007년에 원통전 담장 뒤편의 <선암백매>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화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었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으로 불리는

'무우전 돌담길'에는

350년이 넘는 매화나무 20여 그루가

담장을 따라 도열하고 섰고

수령 550년의 천연기념물 <선암홍매>

큰 줄기 3개중에 2개가 어느 여름 태풍에 부러져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지금또 꿋꿋하게 분홍빛 꽃을 피운다

 

  원통전 뒤편의 <선암백매>는 약 600년 전에

천불전 앞의 와송과 함께 심어졌다고 전해지는데,

아직도 늠름한 기품과 수세를 자랑하고, 지금도 왕성하게 꽃을 피우는

선암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양간인 적묵당 담장의 홍매와 백매

요사채인 해천당 담장과 마당의 백매

그리고 대웅전 뒷쪽의 홍매와 요사채 무량수전 뜰 앞에도 

잘 늙은 고매들이 살고 있다

 

 

 



 

 

< 대웅전 매화>

 

  선암사 경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매화가 대웅전 바로 뒷편

계단 위의 대웅전 매화이다

 

대웅전 매화의 개화 상태를 보고서 선암사 경내의 나머지 <선암매>들의

개화 상태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는 매화로서

선암사에서 비교적 일찍 꽃을 피운다

  대웅전을 수호하는 사대천왕처럼 

수형이 아주 당당하고 기운이 왕성한 수령 450년 내외의 

옅은 홍매화이다

 

  대웅전은 선암사의 주불전으로

석가모니 부처의 좌상이 있고 그 뒤로 영산회상도가 모셔져 있다

선암사에는일반 사찰과는 달리 세가지 없는 것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로 선암사 대웅전에는 정중앙의 어간문이 없다

 다른 사찰에서는 어간문으로 사람들이 드나들 수도 있지만,

선암사에서는 부처님처럼 깨달은 분만이 이 어간문을 통과할 수 있다고 하여

중앙의 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좌측, 우측의 문으로만 대웅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한

독특한 동선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웅전 매화를 감상하고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불조전, 팔상전 마당을 지나고 삼전 전각 앞에서 좌측으로 올라서면

선암사의 선경(仙境),

무우전 돌담의 매화길 비경이 펼쳐진다

 

 

 

 

 

 

 

 

 

 034.  화엄사 의상암 들매화 (2024.03.23.)

 

 

    구례 화엄사의 매화로는

각황전 옆의 <홍매화(흑매)>가 워낙 유명하지만

천연기념물 485호로 지정된 귀한 매화가 큰절 위쪽의 암자,

의상암에 있다

 

  화엄사 의상암 < 들매화 >

산청 단속사지 들판의 <원리 야매>처럼 자연발생적으로 산속에서 자란

의상암 대나무 숲속 비탈길에 비스듬히 선 500살이 넘은

야생의 들매화이다

 

  우리가 심어 가꾸는 매화의 대부분은

보통 접붙임으로 번식을 시키지만, 의상암의 < 들매화 >

사람이나 동물이 매실을 먹고 버린 씨앗이 싹이 터서 자란

속칭 들매화(야매野梅)로 알려져 있다

이런 들매화는 꽃잎과 열매가 재배 매화보다는 작지만

꽃향기는 오히려 더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무 높이는 7.8m,  수관 폭은 동서 방향으로 7.7m이다

줄기는 지상 약 60정도 높이에서 분지한 후

1.5m 높이에서 다시 연접되어

남쪽의 대나무숲 경사지에서 거의 수직으로 자라났다

원래 4그루가 있었으나 그 중에서 3그루는 죽고

이제 한 그루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450여 년전 부용 영관대사가

화엄사 주지로 계실 때 순백의 아름다운 이 들매화에 반해서

'나와 네가 다르지 않구나!'라고 감탄한 후

이 들매화 이름을 <부용매>라고 불렀다고 한다

 

 

 

 

 

 

 

 

 

 

매화-2024-035. 구례 화엄사 <상월매> (2023.03.23.)

 

 

  화엄사 일주문 옆 분홍매는

영조 24(1748) 상월 스님이 운고각 아래 당간지주 뒤에 심은

두 그루의 매화나무 중 한 그루로

<상월매>라고 한다

 

 화엄사 경내 입구인

불이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바로 만나는 매화이다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몇 년 전에 이 곳으로 옮겨 왔다

주변에 사찰기념품을 파는 매점들이 있어서

약간 번잡스러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수령 약 100년 정도의 겹꽃 홍매화로서

약간의 춘정을 일으키는 복숭아꽃 빛이 도는

화사한 분홍색의 매화이다 

색깔이 매우 짙어 검은 빛이 도는 선홍색의 <흑매>

좋은 대조를 이룬다

 홍매화(흑매)보다는 조금 일찍 꽃을 피우는데

주변의 건물 증축 등 불사로 3번이나 옮겨 심는 설움을 겪었지만 

수세가 왕성하고 꿋꿋하게  꽃을 피운다

 

 2007년 보제루 앞 석벽 담장을 조성하면서

한 그루는 잘라버리고 한 그루는 청풍당 앞으로 옮겨 심었다가

2012년 청풍당 왼쪽으로 요사채를 증축하면서

돌항아리 옆으로 옮겨 심었다

2013년 다시 지금의 일주문 근처로 또다시

옮겨 심었다

 

 이제 제자리를 잡은 듯

일주문 뒤에서 화사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간혹, 화엄사 홍매화(흑매)를 너무 일찍 보러 왔다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을 때의 그 서운한 마음을 <상월매>가 피어서 

위로해 주기도 하는 고마운 분홍매화이다

 

 

 

 

 

 

 

 

 

 

 

매화-2024-036. 백양사 <고불매> - 봄비에 꽃이 떨어지다 (2023.03.30.)

 

   

 

   백양사 스님들은 1700년경부터

현재의 절에서 북쪽으로 100m쯤 떨어진 옛 백양사 앞뜰에다

여러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다고 한다

 

 1863년 경 백양사가 큰 홍수를 만나

 대웅전 등 주요 건물들이 피해를 입자 절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짓기로 결정하고

스님들은 아껴오던 매화나무들 중에서 모양새가 좋은

홍매와 백매 각 한 그루씩을 옮겨 심었으나 백매는 오래지 않아 죽고 

홍매만 살아남아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고불매古佛梅>라는 명칭은

부처의 원래 가르침을 기리기 위해서, 1947년에  '고불총림'이 결성되면서

홍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왜색 불교의 잔상이 선명하던 1940년대 말의 백양사는

부처의 원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백양사 고불총림을 결성했는데

고불古佛 '부처 원래의 모습',

고불총림古佛叢林은 옛 큰스님들이 모인 도량을 뜻한다

그 뒤, <고불매>는 역사성과 학술적인 가치가 인정되어

2007년 천연기념물 제 486호로 지정되었다

 

  백암산의 백학봉과 잘 어우러진 <고불매>

담홍색 꽃이 피는 매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태와 기품을 지녔고,

선암사의 <선암매>, 전남대의 <대명매>,

담양 지곡리의 <계당매溪堂梅>, 소록도의 <수양매垂楊梅>

더불어 호남5湖南五梅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우화루雨花樓 옆 담장에 기대 선 <고불매>

수령이 360높이 5.3m, 

뿌리목 줄기둘레가 1.5m 정도이고,

땅위 70cm쯤에서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단정하게 가지가 뻗고 모양도 깔끔하여

고목의 기품과 포스가 살아있다

 

 백양사에서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고불매앞에 상을 차리고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막걸리를 공양하고

독송을 해 오고 있다 

  2024330 현재,

백양사 <고불매>는 이틀전 강하게 내린 봄비로 

꽃이 대부분 떨어져버렸다

 

 

 

 

 

 

 

 

 

 

매화-2024-037. 청주 운보의 집 <운보매> (2023.03.31.)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위치한 운보의 집은

김기창(1913~2001) 화백이 71세인 1984년에 한옥으로 신축을 완료하고

 20011월 작고할 때까지 생활했던 곳이다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약 83의 대지에

운보의 집과 운보미술관, 수석공원, 조각공원, 도자기공방,

연못과 정원운보의 묘 등이 있다

 

 운보미술관에는 상설 전시되고 있는 대표작 50여 점과

도자기판화스케치유품과

부인 박래현의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한옥으로 지은  ‘운보의 집

솟을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행랑마당이 나타나고

다시 작은문을 통과하면

아주 넓은 뜰과 정자 그리고 ㄱ자 안채가 나타난다

 그 안채와 행랑채 사이의 담장을 경계로 하여

행랑마당에는 기세 좋게 활짝 핀 목련이 한 그루 있고

안채쪽에는 <운보매>가 있다

 

현재 약 40% 정도 개화한 <운보매>

블로그 친구인 매광님께서 소개를 해 주셔서 알게 된 매화로

행매계(매화+살구) 매화이다

  매실의 원산지는 중국인데

중국에서는 중국 매실을 행매(杏梅)라 하고 일본 매실을 산매(酸梅)라 하여

행매를 으뜸으로 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국 의학이 전래되던 고려 중엽에

매실나무가 함께 들어와 심어졌다고 전한다

 매실은 장밋과에 딸린 매화나무의 열매다

한자로는 목모(木母)라 쓰고,

한방에서는 풋과일을 매실(梅實),

찌거나 불에 그을려 말린 매실을 오매(烏梅)라고 하여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 쓰인다

 

 ‘운보의 집에는 <운보매> 외에도

수령 40년 내외의 홍매 2그루가 담장곁에 자라고 있고

후원에는 아주 어린 청매 1그루가 있다

 

 

 

 

 

 

 

 

 

 

 

매화-2024-038. 예산 추사고택 <추사매와 차호호공> (2023.03.31.)

 

     

  충남 예산군 신암면에 있는 추사 김정희의 고택에는

세그루의 매화가 있다.

고택은 추사가 살던 집이자 그의 묘소가 있는 곳인데,

봄이 오면 매화를 비롯해

수선화 , 살구, 앵두, 목련 등 많은 꽃들이 피어서 상춘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추사고택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 담장 울안에 매화 두그루,

왼쪽 마당 가장자리에 한그루가 있다.

수령은 100년 남짓으로 추정된다.

뒷마당에 있는 한그루는 2월부터 피는 설중매고,

두그루는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핀다.

등걸에 녹색 매화이끼가 수북히 끼어 고태미를 물씬 풍긴다.

 대문 오른쪽 매화는 연분홍빛이 감도는 백매인데,

꽃잎을 안으로 살짝 오무리는 꽃의 모양새가

살구꽃에 가까운 수종으로 보였다.

강릉 오죽헌 율곡매와 꽃이 비슷했다.

 나무도 주인과 집안 분위기를 닮아 간다는 말이 있다.

추사고택의 매화에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랜 세월 햇빛에 바래고 달빛에 물들어 가면서 등걸 속에

역사를 간직하고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걸의 기굴한 모습과 수북히 끼어있는 푸른 이끼는

추사가 사랑한 '장강만리(長江萬里)

고송일지(孤松一枝)'의 고졸한 기품을 풍기기에 충분했다

 [글출처] 추사고택 '추사매'

---매화인문학(133) |작성자 오월붓꽃

 

 

 

 

 

 

 

 

 

 

 

 

 

매화-2024-039. 안동 도산서원 매화 (2024.04.06.)

 

     

  안동의 도산서원은

조선 성리학의 체계를 구축한 최고의 학자로 존중받는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을 모신 서원이다

 영남학파의 선구자인 이언적 선생을 모신 경주 옥산서원과 함께

한국의 양대 서원으로 꼽힌다

 

  퇴계  선생은 평소에 매화를 끔직히 사랑하여

백 여편의 매화시를 남겼고

매화를 형이라 부르며 평생의 동반자이자 절친한 친구로 삼았고

 손수 매화를 가꾸는 절우사가 서원에 따로 있었다

유명한 <도산매> 서원에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오래전에 고사하여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원래 선생이 애지중지한 <도산매>

순백 색의 흰꽃이 피고 꽃받침이 청색인 청매 계통이었다는데

후학들이 심어 놓은 지금 서원의 매화들은

70년생 내외의 백매들이 대부분이고

홍매는 전혀 없다

 

 4월 첫째 주말의 도산서원의 매화들은

50% 정도는 만개 후에 이미 졌지만

나머지 50% 정도는 뒤늦게 찾아온 손님들을 위하여 

저물어 가는 '도산서원의 봄'을 끝까지 밝히고 있다

 

 

 

 

 

 

 

 

 

 

 

 

 

매화-2024-040. 안동 퇴계종택 매화와 계상서당 (2024.04.06.)

 

   

 

  퇴계종택은

조선시대의 학자 퇴계 이황 가문의 종택으로,

이황의 장손인 이안도 선생이 처음 지었다.

그러나 이안도 선생이  지은 원래의 건물은 1907년에 불에 타 소실되었고

지금의 가옥은 이황의 13대손 이충호 선생이  

1926년부터 3년에 걸쳐 새로 지은 것이다

 

 퇴계종택은 정침, 정자, 사당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영역은 담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퇴계선생구택'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린 

정자 영역에는 조선 시대의 문신 권두경 선생이

숙종 41(1715)에 이황을 추모하여 지은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이 있다

원래의 정자는 1896년 일제에 의하여 불탔는데

1926년에 안동의 400여 문중의 성금으로 다시 지었다.

현재 추월한수정은 수련생을 강의하거나 문중 모임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퇴계 선생을 모신 사당 영역은

집안의 가장 뒷쪽에 자리 잡았고 정자 마당을 통하여 접근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당 앞에서 매화 1그루를 발견했다

도산서원에 들런 길에

근처에 있는 퇴계종택을  찾았는데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사당 정문 앞을 지키고 있는 <퇴계매>

수령 100년 정도의 홑겹의 백매로서 수세가 좀 허약한 편이지만

퇴계종택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고

누구보다도 매화를 아끼고 사랑했던 퇴계 선생의

좋은 벗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매화-2024-041. 안동 병산서원 매화 (2024.04.06.)

 

 

  안동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 제향하는 곳이자

한국 전통건축의 진수로 꼽히는 명품 공간이다

그래서 2019년에 전국의 서원 8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21년 초에는 강학공간인 만대루가 보물로 지정되는

경사가 있었다

 

  서애 선생을 추모하고 인간의 도리를 공부하는 

그 선비의 공간 중심에 백매와 홍매 한 쌍의 매화나무가

강당마당에 좌우로 자리잡고 있다

  유생들이 숙식하며 공부했던

동재 앞에는 <병산 홍매>서재 앞에는 <병산 백매> 1그루씩 있어서

각각 선비의 벗이자 지표가 되었다

언제부터 그 곳에 있었는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매화만이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영광된 자리일 것이다

 

      진입하는 방향에서 보면 좌측에 있는 <병산 홍매>의 수령은

 110년생 정도로 알려져 있고 <병산 백매>와 비슷하다

나무 높이는 2.5m로서 <병산 백매>보다 <병산 홍매>가 조금 더 크고

수세도 풍성하다

꽃은 연한 분홍 빛인데 활짝 피면 백색에 가까워진다

 매화의 개화시기는

항상 <병산 백매><병산 홍매>보다 약 10일 정도 일찍 피고

홍매가 피기 시작하면 언제나 백매는 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병산 백매> <병산 홍매>의 개화를 동시에 감상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202446() 현재

<병산 홍매><병산 백매>는 만개 후에

모두 졌다

 

 

 

 

 

 

 

 

 

 

 

 

매화-2024-042. 하동 쌍계사 홍매화를 찾아서 (2024.04.10.)

 

 

   지난 323일에 매화를 찾아서 쌍계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쌍계사 홍매화를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날 쌍계사 매화들은 이미 절정이 지난 상태로

절 입구의 팔영루 옆 <쌍계 백매>

금당 아래 매화정원의 백매화들도 대부분 꽃이 지고 있었고

대웅전 좌측의 요사채의 홍매화로 블로그에 소개된 나무는 아직 전혀 미동도 없고

꽃망울조차 달리지 않았기에 그 정체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4월 초에 다시 와서 확인해 보기로

마음 먹었었다

 

 D-Day410일로 잡았다

이날은 제22대 총선투표로 공휴일이라 미리 사전투표를 해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동 칠불사로 향했다

마침 쌍계사 위쪽의 암자 칠불사에서 사월 초파일까지 아자방(亞字房)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오전에 먼저, 칠불사 아자방(亞字房)을 들러서 '천년의 구들'을 직접 체험하고

쌍계사로 천천히 내려왔다

 

 ‘쌍계사 십리벚꽃길’ 에 벚꽃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벚꽃이 대부분 져서 그 많던 상춘객들은 별로 보이지 않지만

차가 지나가면 우수수 벚꽃이 눈송이처럼 떨어진다

벌써 벚꽃이 지고 있으니 어느새  계절은 새봄의 시작을 지나서

이미 봄의 한복판으로 서서히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지금 벚꽃이 지고 있으니

매화의 계절은 이미 끝났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가 아닌가!

 

간혹, 아주 오래된 고매화들은

늦게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벚꽃이 지는데

매화가 피는 경우는 없다

겨울에 피는 매화가 봄에 피는 온갖 만화방초들과

자태를 다툴 수는 없지 않은가!

 

 

 

 

 

 

 

 

 

 멀리서 처음 봤을 때

그 현란한 색깔만으로도 매화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다

 꽃에 대한 지식이 비록 일천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복사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복사꽃은 절집에 잘 어울리지 않는 꽃이라

종무소에 가서 확인해 보았다

종무소에 근무하는 분이 자기들은 ‘쌍계사 홍매화라고 부른다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가벼운 대답에 믿음이 가질 않아서

대웅전 앞에서 지나가는 스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막상 스님을 찾으니 이 큰 절에 스님 구경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서 연륜이 지긋해 보이는 스님을 만났는데

명쾌하게 답을 내려 주었다

 ’매화나무가 아니라 복숭아나무가 맞고

쌍계사에는 괜찮은 고매화가 한 그루 있기는 하지만

스님이 수행하는 선방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볼 수가 어렵다라고  했다

 

 복숭아나무는

복사꽃이 피는 나무로 복사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오래전부터 시나 시조에 자주 등장하고 대중가요나 동요에도 많이 나오는

우리와 아주 친숙한 나무이다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武陵桃源)에 가득한 나무가 복숭아나무로서

 이상향(理想鄕)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색상이 너무 강렬하고  매혹적이라

환상적이고 요염한 여인의 이미지로 상징되기도 한다

 

   ‘쌍계사 홍매화

복숭아나무로 밝혀져서 아쉬움은 있지만 의문은 풀렸다

갑자기 옆으로 자동차가 쌩하고 지나가니

벚꽃이 회색 아스팔트에 우수수 떨어진다

화사한 봄날이지만 마침 오늘이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라

한편으로는 마음이 심란하다

 

우리나라도 정치만 선진국이 된다면

여기가 무릉도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