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삼가헌三可軒
- 중용을 지키며 산다 -
사육신기념관이 있는 묘골마을의 입구에서
왼편 지름길로 작은 고개 하나를 넘으면 파회마을이 나온다.
이 오솔길은 차량통행은 불가능하고 요즘 보기 드문 운치 있는 길로서
그 오솔길의 끝에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TV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유명했던 전통한옥,
달성 삼가헌三可軒이 있다.
묘골마을에서 낮은 산등성이 하나를 경계로
북쪽이 본동, 남쪽이 파회마을이다.
안동의 하회마을은 강물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간다고 해서
물 하河 자를 써서 하회河回이지만,
파회坡回는 언덕이 물굽이 치듯 마을 뒤를 감쌌다고 해서
언덕 파坡 자를 붙였다 한다.
파회마을의 삼가헌은 조선후기의 전통가옥으로서
지금과 비슷한 집의 틀을 갖추기에는 4대에 걸쳐
약 100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다고 한다.
박팽년 선생의 11대손인 삼가헌 박성수 선생이 파회마을로 분가하여
초가로 안채를 건립하고 자신의 호를 따라 삼가헌三可軒이라는
문패를 걸었다.
그 뒤 둘째아들 박광석 선생이 1826년 초가를 헐고
안채와 사랑채를 지었고,
1874년에는 손자 박규현 선생이 할아버지가
삼가헌을 지을 때 흙이 필요해서 팠던 곳을 연못으로 만들고
주변에 연꽃을 심고 정자를 만들어 하엽정荷葉亭이라 불렀다.
그렇게 해서 증조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이 걸려서
마침내 삼가헌의 완성을 보게 되었다.
1970년대에 이미
일본의 방송국과 잡지사에서 찾아와서
촬영을 해 갈 정도로 아름다운 연못과 정자를 가진 삼가헌의 구성은
크게 살림채와 별당채의 영역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살림채는 ㄴ자 모양의 사랑채와 ㄷ자 모양의 안채가
서로 맞물려 튼 ㅁ자형의 비교적 개방된 구조이고,
별당채는 연꽃정원과 하엽정,
그리고 뒷산 대나무 숲과 낙동강의 백사장으로 이어지는
뛰어난 풍광과 운치를 간직하고 있다.
살림채와 별당채는 담장을 가로질러 구별했고
여기에 조그만 문을 두어서 두 영역을 연결했다.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정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사랑채이며,
안채는 사랑채의 좌우 측면을 거쳐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대청이 널찍한 사랑채의 대들보 위에는
창암 이삼만 선생이 쓴 삼가헌三可軒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 집을 대표하는 당호로서 그 이름의 유래는
역시 사랑채에 걸린 삼가헌기三可軒記 현판에 잘 설명해 놓았다.
“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천하와 국가를 다스릴 수 있고, 관직과 녹봉도 사양할 수 있고,
시퍼런 칼날을 밟을 수도 있지만 중용은 잘 할 수가 없다)”가 어원으로
<중용中庸>에서 따왔다.
이는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지知이고, 벼슬을 거부하는 것은 인仁이며.
칼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은 용勇에 해당하는 것으로.
즉 선비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3가지를 모두 갖추고
중용의 도를 수련하며 은거하는 선비의 자세를
말함이라고 한다.
사랑채는 ㄴ자형 평면으로
넓은 대청과 골방이 딸린 온돌방, 마루방, 청지기방을 두었고
안채로 드나드는 중문채와 곳간으로 연결이 되어있다.
사랑채 뒤쪽으로 돌출된 날개채 중에서
한 칸은 마루, 한 칸은 작은 사랑이다.
마루 한 칸은 벽감을 만들어 위패를 모시는 공간으로 쓰고 있고,
작은 사랑으로 들어가는 문 위쪽에 유교적 윤리 강령을
여덟 글자로 압축해 놓은 글씨가 하나 걸려 있다.
禮義廉恥孝悌忠信(예의염치효제충신
- 예와 절의를 지키고 사람 간에 염치가 있어야 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어야하며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믿음이 있어야 한다)이라고 쓰여 진 이 글씨는
조선시대 전서체의 명필, 미수 허목 선생의 글씨로
그동안 알려져 있었지만 확인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근래에 알려졌다 한다.
사랑채 지붕의 구조는 좌우의 모양을 달리해서
대청 위쪽은 팔작지붕이고 중문 위쪽과 안채 쪽은 맞배지붕으로 처리했다.
이런 비대칭 지붕구조는 묘골마을의 종가집인
태고정(보물 155호)의 지붕에서도 잘 나타나고
경주 안강의 독락당 사랑채, 그리고 부석사의 범종루에서도 발견되는데,
변화와 조화를 추구한 건축적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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