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서원 은행나무
달성 도동서원 앞뜰에는
1607년 사액을 기념해 심었다는, 수령 400년의
거대한 은행나무가 기둥 같고 들보 같은 가지들을 사방으로
내뻗고 우거져 있다
높이 20여m, 지름이 약 2.5m에 이르는 큰 나무다.
가지들이 부러질 우려가 있어 시멘트 기둥들로 받쳐놓았다.
도동서원의 은행나무는 4백 년에 걸쳐 잘 자랐다.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크다.
웅장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커다란 나무이다.
이곳 사람들은 서원 입구에 서 있는 이 나무를 그냥 서원목이라고 부른다.
도동서원의 상징이라는 의미다.
이 은행나무는 키가 25미터를 훌쩍 넘는다.
줄기의 둘레도 8.7미터나 된다.
나뭇가지는 사방으로 넓게 퍼졌다.
동쪽의 가지는 무려 30미터나 되는 길이로 퍼져나갔고,
남쪽으로 난 가지도 28미터까지 펼쳤다.
남쪽으로 뻗은 가지는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나무는 누워서도 의젓하다.
누운 가지에서는 오랜 세월이 읽힌다.
길게 뻗어나가는 가지를 부러뜨리지 않으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을 낮추어간 시간이 생생하게
눈에 보인다.
이곳이라고 해서
큰 바람이 불지 않았을 리 없다.
거센 눈보라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을 게다.
그러나 간단없이 다가오는 모든 시련에도 긴 가지 하나 부러뜨리지 않고
가만히 내려앉아 이제는 편안히 누웠다.
남쪽으로 뻗은 가지는 한없이 편안해 보인다.
그러나 북쪽의 가지는 이미 30년 전에 부러졌다.
나무의 전체적인 균형은 깨졌다.
북쪽의 가지도 원래는 다른 쪽 가지들과 마찬가지로
우람했을 것이다.
당시에 부러진 북쪽 나뭇가지를 잘라냈더니 8톤 트럭에
꽉 찼다는 말이 전한다.
그만큼 큰 나무다.
1992년 12월부터 1천 2백만원 의 예산을 들여
토양소독제, 해충 방제를 실시하고
배수로 설치, 생장촉진 제 주사 등으로 치료작업을 실시했다고 한다
나무의 생김새는 불균형하지만 묘하게도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아마 나무의 크기 때문일 게다.
워낙 큰 나무라 가지가 하나 잘려나가도 도인처럼 넉넉해 보이는 것 같다.
이제 도동서원을 찾는 이들은
서원보다도 편안히 누워 있는 큰 나무를 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
서원을 지은 사람도,
또 서원에 배향된 사람도 모두 가고 없지만
이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이곳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나무는 ‘김굉필 나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대구광역시 특유의 나무 이름 호명법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도 중요하지만,
나무를 통해 기억해야 할 사람을 우선한 것이다.
답사 때마다 이처럼 사람 이름이 붙어 있는 나무를 만나는 일은
몹시 반갑다.
나무와 함께 금방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
(이상 글출처 : 티스토리 - 초암의 건강세월 https://074098.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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