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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소나무 기행

소나무 기행 -64. 경주 삼릉숲 - 7 (2024.11.03.)

 

 

 

 

 

 

 

우리가 지켜야 할 삼릉숲 소나무

 

 

새벽안개가 짙게 드리운 경북 경주의 삼릉숲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굳건한 자태로 버티고 선 노송에서 세월의 흐름을 짐작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푸른 잎을 자랑하던 소나무들이 하나둘씩 고사하며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상록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소나무가

이제는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병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봄철 고온 현상이 심화하면서

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소나무가

속절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예부터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나무였다.

불변하는 기상과 강인한 생명력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굽이굽이 뻗어나간 가지들은 조상들의 지혜와 끈기에 닿아있다.

하지만 소나무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히고 있다.

 

삼릉숲 소나무는 자연의 소중함,

생명의 연약함,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무를 심고 재선충병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을 생활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소나무가 호소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귀담아듣고 있는 걸까.

(글출처- 한국일보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