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99칸의 심부자댁, 청송 송소고택(靑松 松韶古宅)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3.09.11 11:50
우리나라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택들이 여러 곳에 존재한다. 이러한 고택들은 대부분 지금도 후손들이 거주하면서 생활하고 있고 잘 보존하고 있다.
청송 송소고택은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개항기 때의 주거 건축이다. 심호택(沈琥澤, 1862~1930)이 거주하기 위하여 1880년(고종 17년)에 건립한 가옥이다. 심호택의 본관은 청송(靑松), 자는 계오(啓五), 호는 송소(松韶)로 당대 경주 최부자와 더불어 경상도의 만석꾼으로 명성을 떨쳤다.
파천면사무소에서 국도 31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2.2㎞가량 가면 파천초등학교 방면으로 작은 도로가 나온다. 다시 이 도로를 따라 덕천교를 건너 남쪽으로 1.3㎞ 향하면 우측에 소슬교가 나타나는데, 소슬교를 건너면 바로 덕천마을이다. 소슬교 건너 135m 가량 직진한 후, 좌측 방향으로 50m 가량 이동하면 송소교가 나온다. 남쪽으로 청송 송정 고택, 북쪽으로 청송심씨 찰방공 종택과 담장을 마주하고 있다.
조선시대 만석꾼의 집
덕천마을은 마을 전체가 청송 심씨 집성촌을 이루고 있으며 현재도 심씨 일가들이 생활의 터전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역사가 깊은 마을이다. 청송 심씨는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세종대왕의 비인 소헌왕후를 비롯해 왕비 4명, 부마 4명, 정승 13명을 탄생시킨 명문대가다.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지기였던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1880년경 13년에 걸쳐 지은 99칸짜리 집으로, 송소세장(松韶世莊)이란 현판을 달고 9대 간 만석의 부를 지녔던 주택이다. 아들을 넷 두었던 선생은 인근에 또다시 30칸짜리 집 3채를 7년에 걸쳐 지었지만, 한국전쟁 때 2채가 불타버리고 지금은 송소고택과 둘째 아들의 집이었던 송정고택만이 남아 있다.
송소고택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부잣집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홍살을 올린 솟을대문은 당시의 부를 말해주는데,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심 부자의 재력은 9대 2만 석에 이르렀다고 한다. 개화기에 전답을 정리해 화폐로 바꾸니 고을 돈이란 돈은 전부 모였고, 이것을 청송으로 옮기는 행렬의 길이만 10리나 뻗쳤다고 전해진다.
송소고택은 뒷산을 배경으로 앞쪽의 넓은 들을 보며 남동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토석 담장 내에 안채 및 중문채, 대문채, 별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문은 솟을대문에 홍살을 설치하였고, 이를 지나 사랑채와 연결된 중문채에 들어서면 좌우익사와 안채가 놓여 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건 ‘ㄱ자형’ 헛담이다. 헛담은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지은 간이 담장으로 일명 ‘내외담’이라고도 한다.
헛담을 지나면 사랑채가 나온다. 집안 어른이 기거하던 큰 사랑채와 후계자인 큰아들이 기거했던 작은 사랑채로 나뉘어 있다.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는데 못을 쓰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여자들의 공간인 안채는 사랑채 뒤편에 숨어 있으며 전형적인 ‘ㅁ’자형을 이룬다. 문간을 들어서면 동쪽으로 방과 부엌이 이어져 있고 서쪽으로는 두지, 고방 등이 연결되어 있다. 안채의 대청마루에는 세살문 위에 정교한 빗살무늬의 교창을 달았다.
송소고택에서 가장 특징적인 구조물은 사랑채와 안채 사이 담장에 뚫린 구멍이다. 사랑채에서 보면 6개이지만 안채에서 보면 3개뿐이다. 사랑채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안채에서 엿보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송소고택은 모든 재료가 옛날 자연 그대로다. 기단은 돌을 사용했고, 기둥과 서까래, 대청 바닥 등은 나무로 만들었다. 벽은 볏짚과 흙을 섞은 흙벽이다. 모든 창에는 한지를 발랐다.
청송 송소고택은 1985년 12월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3호 지정되었다가, 2007년 10월에 국가민속문화재 제250호로 승격되었다. 2021년 11월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국가민속문화재로 재지정되었으며, 현재 한옥 스테이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송소고택은 경상북도 북부 민가 양식으로서 건물에 독립된 마당이 있으며, 공간이 구분되어있는 등 조선시대 상류 가옥의 특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바깥마당에 담장으로 구획한 내·외담과 대가족제도 아래에서 4대 이상의 제사를 모실 수 있는 별묘 등이 있어 민속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송소고택은 김좌진 장군과 함께 활약했던 이범석 장군,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독립운동가 조병옥 박사 등 역사 속의 많은 인물이 하룻밤 묵어간 곳이기도 하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 관광의 최고상인 ‘2011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연간 4~5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출처 : 대한민국구석구석
주소 :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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