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세월이 만든 아홉 계단의 몽돌, 완도 구계등(九階嶝)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3.10.05 13:46
구계등은 완도항에서 서쪽으로 4킬로미터쯤 떨어진 완도읍 정도리에 있는 길이 800미터, 폭 200미터 규모인 남향의 궁형(弓形) 해안선을 말하며 해안가는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갈밭은 약 800미터에 걸쳐 이어져 있으며, 해안선이 자갈밭을 양쪽에서 감싸는 모양으로 수중절벽의 경관을 이루고 있다.
자갈밭의 너비는 83미터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약 5미터의 바닷물 속까지 연장되어 있다. 이곳의 자갈은 갯돌(청환석,靑丸石)로 크기는 밤자갈 정도이며, 항상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큰 풍파가 있을 때마다 쓸려 돌밭의 전개 양상이 때때로 달라지고, 대소 5개 종의 천연석 청환석이 9계단을 이룬다.
또한, 자연적 연마에 의한 표면의 아름다움이 있는 동시에 양이 많아 양적 압도감을 주기도 한다. 해안선 등성이는 방풍림으로 남부지방 특유의 상록수가 우거져 조화를 이룬다.
파도와 자갈의 울림, 대한민국 명승 제3호
구계등 명칭의 유래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이곳을 구계등이라고 하기 이전에 이곳 주민들은 ‘구경짝지’라고 하였다. 명승지로 신청하면서 누군가에 의해 구계등이라고 신청한 것이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구계등은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9개의 계단을 이룬 비탈’이란 뜻이다.
이곳의 갯돌들은 몇만 년 동안 파도에 씻기고 깎인 탓에 표면이 아주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형태도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하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질 때마다 갯돌들이 서로 몸을 문지르면서 자그락 대는 소리가 정감있게 들린다. 파도가 닿는 곳에는 주로 굵은 갯돌만 깔려 있다 보니 파도가 거센 날에는 돌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구계등에서 남해를 바라보면 왼쪽으로부터 청산도와 소모도, 대모도, 불근도, 소안도, 보길도, 횡간도를 일렬로 바라볼 수가 있다.
구계등이 아홉 굽이 계단이라고는 하나, 실제로 그 계단을 모두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할 때 그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데 이 또한 극히 드문 일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신비로운 구계등은 완도가 자랑하는 제일의 절경이다.
일설에 따르면, 이 정도리 구계등의 가치를 알린 것은 해상왕 장보고였다 한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였을 당시에 주민들로부터 구계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후 왕실에서는 구계등 일원을 녹원지로 지정하였다. 갯돌밭의 뒤편에는 갖가지의 상록활엽수들로 울창한 방풍림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에도 좋다.
정도리 방풍림은 오래전 주민들이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 염해로부터 농작물과 생활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다. 원래는 소나무였지만 300년이란 시간은 지금의 숲을 만들었다. 참나무가 유입되고 소나무는 점점 사라졌다. 중간크기의 나무들이 큰 나무 사이를 메웠다. 이곳 방풍림에 있는 소사나무, 서어나무, 개서어나무는 이곳의 독특한 식생구조를 보여준다.
‘나는 안으로 활처럼 휘어져 있는 해안으로 내려갔다. 수박만한 청환석들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참외만하게, 주먹만하게, 작아지더니 물밑녁에 이르자 겨우 달걀만해졌다. 무릎 아래로 달빛이 부서진 파도가 은빛 거품을 물고 달겨들고 있었다. 언뜻 뒷전에서 바람이 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방풍림이 달빛 아래 떨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 만에 쳐다본 밤하늘인지도 모르지만, 사금 광주리를 엎어 놓은 듯이 그야말로 무진장한 별들이 머리 위에 가득 내려와 있었다.’
- 윤대녕의 소설 ‘천지간’ 중
‘정도리 구계등 해변’은 1972년 ‘대한민국 명승 제3호’로 지정되었고, 1981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출처 : 대한민국구석구석
주소 :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정도리 151
출처 - [지역답사수첩] 세월이 만든 아홉 계단의 몽돌, 완도 구계등(九階嶝) < 지역답사 수첩 < 연재 < 기획연재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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