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㉞] 제28회 경기도건축상 금상 ‘사리당(寺利堂)’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4.02.07 16:06
오래 머무르기 권장하는 고즈넉한 카페
주변 경관 집안으로 끌어들여 조화 만드는 멋진 차경(借耕)
조찬욱 건축사 “기존 한옥 고즈넉함과 증축 별관 조화에 특히 신경 써”
보통 카페에서, 손님이 오래 머무르는 건 주인 입장에서 손해다. 차 한 잔 시키고 오래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손님이 많으면 당연히 주인이 기분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머무를 수 있는 최대 시간을 정해 놓은 곳도 있다. ‘좌석 회전율’이라는 개념도 있지 않은가? 빠른 속도로 음료를 주문하고, 해야 할 이야기만 어서 마무리한 뒤 빠르게 일어서는 게 카페 이용자의 미덕이다.
그런데 “당신의 머무름이 이로움이 됩니다”라는 모토를 내세운 카페가 있다. 도시의 카페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게다가 카페 이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당(堂)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제28회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 금상 수상작 ‘사리당(寺利堂)’(설계 조찬욱 건축사, 제이케이엔에이건축사사무소)이다.
사리당은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사리’라는 작은 농촌 마을에 있는 한옥 카페다. 오래전 지어진 한옥을 개축해 너무나 과거와 현재가 조화되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었다. 예로부터 한옥에서 주변 경관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조화를 만들어 내는 차경(借耕)은 한국 전통 경관 기법으로서 집의 문과 창문을 액자처럼 바깥 풍경 즐기는 것을 말한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차경과 함께 한옥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자랑하는 카페 같지 않은 카페다.
평택 작은 마을에 있던 옛집은 동네의 상생과 농산물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던 한 청년 농부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가족들이 함께 지내며 추억을 만들던 사적 공간을 마을에 나눔으로써 이 공간이 모두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채워지게 했다.
기존 한옥은 전통적 배치인 ㄱ자 형태로 내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수리하면서 살아온 전형적인 옛 주택이었다. 한옥을 메인 공간으로 고유한 고즈넉한 정취를 조성하고, 별동을 추가 증축하여 고객과 관리자 공간을 분리해 배치했다.
기존에 있던 한옥은 ‘ㄱ’자 모양의 전통적 배치를 따라 지어졌다. 내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수리돼 오면서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었다. 설계자 조찬욱 건축사는 기존 한옥을 중심 공간으로, 고즈넉한 정취를 조성하고 별동을 추가 증축해 고객 그리고 관리자의 공간을 분리했다. 기존 한옥은 외부 벽체를 걷어내고 통창을 통해 안에서 보는 풍경과 밖에서 보는 풍경이 조화롭게 연결되게 했다. 별관은 본관 한옥과 연결을 위해 간결하고 담백한 형태로 존재한다.
옛집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인방 등 한옥 고유의 구조부를 다시 가공하지 않고 공간 안에 전면 노출했다. 조찬욱 건축사는 “기존 한옥이 가진 고즈넉함을 유지하면서 새로 증축되는 별관과 주변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조찬욱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처음 건축주와 상담을 시작하면서 건축주의 생각과 의견을 들으며 프로젝트 의도를 파악했고, 좋은 생각과 마인드를 가진 건축주셨기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농촌의 오랜 한옥을 건축주의 메시지를 담아 주변 풍경과의 평온한 조화를 이루며 상업 공간으로 진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Q.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현장조사를 해보니 대지 규모는 크고 기존 한옥 규모는 작았기 때문에 토지 이용에 대한 고민을 한 끝에, 건축주와의 협의 과정에서 기존 한옥은 리노베이션으로 별관 증축을 통해 고객 공간과 관리자 공간을 분리해 배치했습니다. 야외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어요. 영화로 표현하자면 기존의 리노베이션 된 한옥이 본편이 되며, 주문 공간인 별관은 예고편으로 주문 후 별관에서 한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들이 ‘머무름이 이로움으로’라는 사리당의 메시지가 느껴지기를 바랐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려웠던 점보다는 기획의도에 맞게 기존 한옥이 가진 고즈넉함을 유지하면서 새로 증축되는 별관과 주변 환경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기존 한옥은 안과 밖에서의 바라보는 풍경을 소통할 수 있게 외부 벽체를 통창으로 변경하여 설치, 별관은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극하지 않게 최대한 미니멀한 형태로 계획·증축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각 프로젝트마다 가지는 특성은 다르고 변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기본’입니다. 건축주와 건축사와의 신뢰관계, 상황과 환경에 맞게 고민하고 진심을 다하는 자세로 상호 간의 예의를 중시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며 이해를 할 때 좋은 인격을 가진 가치 있는 건축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탄생할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역할’을 고려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좋은 기회로 배울 점이 많은 건축주를 만나 소규모 건축물이지만, 기본을 바탕으로 진정성과 즐거움이라는 저희 건축사사무소의 미션을 전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음에도 수상 영광을 주신 주최 측께 감사하며 프로젝트를 의뢰해 주신 건축주와 시공사께도 감사드립니다. 2018년 건축사 자격 취득 후 5년 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저에게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진심을 다하는 건축사로 발전하며 나아가라는 의미로 전년보다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는 건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현재 건축과 도시계획 관련 기술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공공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시민들을 위한 공간 활용을 위한 역량을 키우려고 합니다.
출처 - [수상 그 후㉞] 제28회 경기도건축상 금상 ‘사리당(寺利堂)’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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