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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실 ■/스크랩 - 세계의 건축가

세계의 건축가 -055. 렌초 피아노 Renzo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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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축가 렌초 피아노

 

렌초 피아노(Renzo Piano, Cavaliere di Gran Croce OMRI1937년 9월 14일 ~ )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다. 그는 프리츠커 아키텍처 상AIA 골드 메달교토 상소닝 상을 받았다. 건축 평론가 니콜라이 오로소프(Nicolai Ouroussoff)는 "그의 최고의 건물들이 주는 평온함은 우리가 문명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말하기도 하였다.[1]

2006년에 피아노는 타임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2] 그는 2006 타임 100의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10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생애[편집]

피아노는 1937년 이탈리아 제노바의 건축가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밀라노 공과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1964년 그 대학교에서 졸업을 한 뒤 경량의 실험적인 구조물들과 기초 주거지들로 작업을 시작했다.[3]

1981년 피아노는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을 설립하였으며 오늘날 직원이 150명에 이르고 파리제노바뉴욕 시에 사무를 지속하고 있다.[4]

서훈[편집]

각주[편집]

  1.  Ouroussof, Nicolai (2009년 5월 13일). “Renzo Piano Embraces Chicago”. The New York Times. 2009년 5월 13일에 확인함.
  2.  “The 2006 Time 100”. 《Time》. 2006년 5월 8일. 2013년 8월 23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13년 6월 5일에 확인함.
  3.  “Renzo Piano: Environmentally Progressive Concept Design for Athens' Modern Urban Icon, The Stavros Niarchos Foundation Cultural Center (SNFCC)”. 2009년 1월 27일. 2009년 2월 9일에 확인함.
  4.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website”. Rpbw.com. 2012년 10월 17일에 확인함.

외부 링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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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키백과

 

 

 

 

 

 

 

 

 

 

 

2.  [Landmark] 렌조 피아노와 리차드 로저스의 조르주 퐁피두센터

한미파슨스 공동기획 ③ 세계의 건축·건축가

  • 입력 : 2011.06.10 11:11:31   수정 : 2011-10-06 17:43:17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책과 예술 그리고 근대미술품을 위해 1970년에서 1977년에 걸쳐 지어졌다. 1969년 샤를 드 골에 이어 조르주 퐁피두가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자 그는 파리에 근대미술관, 공공도서관, 디자인센터, 음악·음향학 실험연구소로 구성된 독특한 문화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심했다. 네 가지의 큰 시설은 파리 중심에 하나의 건물로 들어설 계획이었다. 보부르라고 불리던 지역은 당초 빈민가였으나 1930년 철거가 진행되면서 그 자리에는 1만8000평방미터에 달하는 광장이 남았고 1960년대까지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는데 이곳은 퐁피두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을 위해서 최적의 장소였다.

Photo by Loz Flowers

이 프로젝트를 위해 프랑스에서는 최초로 국제 설계공모가 열렸는데 저명한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 장 푸르베, 필립 존슨, 세 사람이 심사위원단을 이루어 681개에 이르는 공모작에 대한 심사작업을 진행했다. 많은 수의 공모작 중에는 온갖 종류의 설계안들이 있었는데 그 중 493번 작품만은 대상 부지 중 절반에만 건물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광장으로 남겨두는 것이었다. 그것은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 젊은 건축가, 영국의 리차드 로저스와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의 안이었다.

“처음 이 설계 공모를 보았을 때 우리는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건물이 마치 대통령을 위한 기념물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건물의 규모는 휴먼스케일을 벗어나는 것이었으며 우리는 파시즘을 위한 디자인은 하고 싶지 않았다.”(리차드 로저스)

“매번 사람들이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설계공모의 취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설계안은 마치 선생님에게 혀를 내밀고 있는 학생과 같은 것이었다.”(렌조 피아노) 프로젝트는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외관으로 인해 몇 년간 온갖 비난의 대상이 되었으며 마침내는 법정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들 젊은 건축가는 구스타브 에펠이 겪은 것과 같은 곤욕을 겪었다. 정유소, 비행기 격납고, 고철더미, 괴물 등 작품에 대한 온갖 비아냥이 쏟아졌다.

구조 시스템

Plug-in University Node, Archigram

이 밝은 색으로 칠해진 철제구조물은 글자 그대로 고풍스러운 수도의 중심부에서 불쑥 솟아 나온 것 같이 보인다.

그 모티브는 영국의 건축가 그룹인 아키그램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건축개념은 석유시추선, 로켓발사대, 공상과학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유연하고, 변형하기 쉽고, 움직일 수 있고, 가볍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이들 아키그램은 건축적인 도발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며 단지 철골 등 금속재료를 즐겨 사용하는 영국건축의 전통을 이어 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영국과는 달리 콘크리트가 대세였다. 퐁피두센터에서 콘크리트는 대지 전체에 걸친 지하 세 개 층의 주차장, 방음 처리된 콘서트홀에만 쓰였으며 그것이 사용된 콘크리트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상부에서는 거대한 철제구조물 그 자체다.

서로 다른 네 가지의 철제 부품들이 한 세트를 이루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전체 건물을 지탱하고 있다. 외부로 노출된 구조 프레임은 아키그램의 작품과도 같이 내외부가 뒤집혀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의 외곽을 이루고 있는 유리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반사하면서도 흡수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이르면 유리는 사라지며 구조 프레임을 노출시켜 마치 건설현장과 같은 느낌을 준다.

Plug-in University Node, Archigram
기능적 요소들의 배치


퐁피두센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외 건물의 기능적 요소들은 독특하게 배치되어 있다. 보통은 건물의 안쪽에 있어야 할 부분들이 모두 건물 바깥쪽에 배치되었다. 광장을 내려다보는 서쪽 입면의 외부에 복도를 마련하고 이들을 잇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다시 그 바깥쪽에 배치했는데, 이 에스컬레이터는 투명한 튜브로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이동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광장을 향하고 있는 면이 놀이동산과 같다면 거리를 향한 뒤쪽 면은 공장과 같다. 거리로 노출된 화물 엘리베이터, 공조기, 전기배관, 이들 모두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청색은 물, 녹색은 공기, 황색은 전기, 적색은 운송장비 그리고 엘리베이터 기계실은 붉은 상자에 담기고 공조에 필요한 열교환기는 하얀 버섯모양을 하고 있다.

자유로운 내부공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Photo by Hideyuki Kamon) / 장 마리 티바우 문화센터 (Photo by Fourrere)

기계와 같이 퐁피두센터는 완벽한 의미의 ‘공간’을 생산한다. 건물의 기능적 요소인 복도와 설비 등이 모두 구조체의 바깥쪽에 배치된 까닭에 구조체 안쪽의 축구장 두 배에 이르는 7500평방미터 공간을 완벽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과 소방법규에 의한 방화셔터를 제외하면 기둥, 배관, 계단, 벽, 그 어떤 것도 없다. 사무실 등을 위한 구획이 필요할 경우 천정의 철제구조물에 고정시켜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구조체가 없는 내부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퐁피두 대통령이 이루기 원했던 근대미술품의 영구보관과 전시, 디자인센터, 공공도서관 등 서로 다른 기능들이 조화롭게 한 건물 내 공존이라는 목표에 완벽하게 이룰 수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으나 결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우

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빈 공간을 만들고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지켜 볼 뿐이었다.”(렌조 피아노)

로저스와 피아노는 방문객들에게 벽이라고는 없는 완벽한 공간의 자유를 제공했으며 서로 다른 시설들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들은 필요에 의해 구획들이 설치 혹은 해체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임시 전시공간을 상상했다. 그것은 끊임없는 공간의 변화를 가능케 했다. 문화센터 내 사무실의 경우 직원들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2m 높이의 구획을 설치해 기능적으로 대응했으나 음악·음향학 실험연구소의 경우에는 완벽한 소음의 차단과 무음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음벽이 필수적이었으므로 퐁피두센터 외부에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퐁피두센터의 자유로운 공간은 도서관에 있어서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1만5000평방미터에 걸친 도서관 내부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벽체라고는 서가뿐이며 그 어떤 구획도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 1500명이 넘는 방문객은 그들이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최상층에 있는 근대미술품의 영구 보관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지난 10년 동안 완전히 열린 공간에서 작품들이 햇볕에 노출되는 등의 어려움을 겪은 후 마침내는 전시물의 보호를 위해 건축물의 일부를 다시 디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닫혀 있는 복도와 전시실들 그리고 자연광을 대신할 인공조명을 설치했다.

살아 숨쉬는 광장

이제 퐁피두센터는 문화센터로서만의 역할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도시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조르주 퐁피두의 꿈은 수십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괴물을 수도의 중심에 풀어 놓았다. 그것은 주변 건물보다 두 배나 높으며 파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정말로 기념비적인 건물이 되었다.

“물론 퐁피두센터는 기념비적인 건물이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그처럼 거대한 것을 디자인하면서 기념비적이지 않게 할 수 있겠나? 하지만 우리는 항상 광장을 건물과 같은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도시는 파리만큼 붐볐으며 대지를 모두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렌조 피아노)

퐁피두센터가 지어질 무렵 그 일대 도심의 보행자 공간은 무질서 그 자체였다. 하지만 현재 퐁피두센터의 전면광장은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의 이상적인 도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마치 시에나의 피아자 델 캄포와 같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보행자들을 건물 로비로 인도한다. 원래 광장과 건물 로비 사이에는 구분이 없었으나 기후로 인해 현재와 같은 구획이 나눠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하루 2만5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을 제치고 파리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되었다.

■ 1998년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 렌조 피아노

 
렌조 피아노, 이 천재적인 건축가는 호주 시드니의 주상복합으로부터 일본 오사카만 인공 섬 위의 간사이 국제공항,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 재건 마스터플랜, 스위스 바젤의 베일러 재단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걸쳐 왕성하게 그의 재능을 보여 주었다. 주택, 아파트, 사무실, 쇼핑센터, 박물관, 공장, 스튜디오, 공항터미널, 전시장, 극장, 교회, 다리, 선박, 도시계획, 재개발 사업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렌조 피아노는 1937년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 네 명의 아저씨 그리고 형제 모두 건설업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는 건축가의 길을 택했다. 그의 작품에는 건설업을 하던 가족들로부터의 영향으로 무언가를 실제로 짓고 만들어 낸다는 중요한 전통이 깃들어 있다.

그가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건축학교에 가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버지로부터 건축가(architect)로 그치지 말고 건설가(builder)가 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렌조 피아노 설계사무소’가 아니라 ‘렌조 피아노 건축공방(Renzo Piano Building Workshop)’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곳은 단지 건축 디자인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실험하는 곳이다. 렌조 피아노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업을 이어 가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1980년 사무실을 연 이래 현재 파리, 제노아 그리고 베를린 사무실에서 총 100여 명의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1970년 오사카 박람회 이탈리아 산업관 프로젝트는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또 플로렌스에서 태어난 영국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를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이 두 건축가는 여러 방면에서 같은 점이 많았으며 한 엔지니어링 회사의 권유로 함께 퐁피두센터 설계 공모에 도전하여 당선되었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오사카 지역을 위한 새로운 국제공항의 부지로 15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인공섬을 오사카 만에 조성하고, 국제 설계공모를 통하여 렌조 피아노가 간사이 국제공항의 설계자로 선정되었다. 오브 아럽의 엔지니어와 함께 공항건물 지붕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류의 연구를 통해 그 형상을 결정하고 연속적으로 이어진 유려한 곡선의 지붕은 덕트 없이도 실내 공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 된 지붕은 그야말로 지붕 상하부 모두의 공기흐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수학과 기술이 만난 정교한 장치라고 할 수 있으며 강한 인상을 남기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섬 위에 펼쳐져 있는 공항건물의 지붕은 마치 거대한 글라이더처럼 보이며 지상에 내려앉은 비행기와도 같다. 공항건물의 배치는 항공기의 이동과 승객의 탑승을 위해 최적화되었다.

42개의 항공기 탑승교와 1700평방미터에 이르는 승강장을 통해 하루 10만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다. 간사이 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 중 하나다.

장 마리 티바우 문화센터

뉴칼레도니아 누메아의 티바우 문화센터는 렌조 피아노의 작품 중 가장 독특한 것 중 하나다. 그는 현지 카나카 원주민들의 전통을 현대어로 표현할 방법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한다. 디자인 콘셉트는 서로 다른 크기와 기능을 가진 10개의 구조물로 이루어진 마을이었다. 이 10개의 구조물은 다시 전시를 위한 공간, 사무공간 그리고 토속무용, 회화, 조각, 음악 등을 위한 전통문화 공간 등 세 개의 작은 마을로 나뉜다. 문화센터의 건설은 원주민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다. 목재를 이용해 만들어진 오두막을 닮은 구조물은 원시적인 형태를 가졌으나 최신 기술로 가득찬 그야말로 전통의 현대적인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이창호 / 한미파슨스 엔지니어링팀 건축그룹 과장 chlee@hanmiparsons.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호(2011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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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렌조 피아노의 더 샤드(THE SHARD) 런던의 상징 유리조각 초고층 건축물

 

[한미글로벌 공동기획 | (33)] 세계의 건축·건축사…렌조 피아노의 더 샤드(THE SHARD) 런던의 상징 유리조각 초고층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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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의 은빛 미학 더 샤드(THE SHARD)는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유럽 최초이자 최고의 초고층 건축물이다. 런던 브리지 역(London Bridge Station)과 연결되어 있으며, 최고 높이는 310m, 건물 층수는 지상 72층에 지하3 층이다. 건축물 용도는 사무실, 바(bar) 및 식당, 호텔, 전망대가 있는 복합건축물(Multi-Complex Building)이다. 건축공사는 2009년 3월에 시작해 2012년 7월 준공하였고 2013년 2월 1일에 공식 개장했다. 샤드(SHARD)는 유리조각 혹은 유리 조형물의 조각 형태 건축물을 형상화했다. 더(THE)가 붙은 것은 영국에서 최초의 초고층 건축물이라는 의미다. 사람을 존중하는 합리적 사회인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대의 초고층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연면적 12만6712㎡(약 3만8330평)의 이 건물엔 엘리베이터 44대, 에스컬레이터 8대가 설치되어 있다. 외부 파사드에 사용된 유리면적은 5만6000㎡(1만1000유닛 패널). 지상72층, 지하 3층이지만 주차장 수용 규모는 48대에 불과하다. 런던 도심지 교통난을 고려한 것이다. 런던 브리지 역은 하루 20만명, 일 년에 5000만 명이 이용하는 런던의 대표적으로 복잡한 역으로 더 샤드와 지하철로 환승할 수 있다. 더 샤드의 높이는 런던의 상징인 빅벤(Big Ben, 96m) 혹은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athedral, 111m)의 약 3배이며 파리 에펠탑(Eiffel Tower, 300m, 무선안테나 높이 제외)보다 더 높다.



개발업자는 셀러 프로퍼티그룹(Sellar Property Group)의 어빈 셀러(IRVINE SELLAR), 시공사는 메이스(MACE)이며, 건축설계를 담당한 건축가는 파리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 프로젝트 예산을 관리한 PM회사는 영국의 터너앤타운젠드(Turner & Townsend)이다.



하이테크 건축에서 초고층 건축으로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는 이전까지 초고층 설계 실적이 없었지만, 건축주와의 첫 만남에서 식탁 위 냅킨에 초기 콘셉트(기획안)를 스케치해 설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한다.

렌조 피아노는 40여 년간 세계적 건축가로 활동하였으며, 1971년 영국의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와 함께 파리에 위치한 퐁피두센터 공동 현상설계 당선으로 하이테크 건축시대를 꽃피웠다. 그는 2000년에 이 건물 설계를 시작했다. 런던 브리지 인근의 지역적 특징과 사람이 살고, 일하고, 즐기는 공간을 초고층 건축물에 프로그래밍하고자 하였다. 설계 착수에서 공사착수까지는 약 9년이 소요되어 2009년 공사가 시작됐다. 설계와 인허가 행정 기간이 길었던 것은 과거와 전통을 존중하는 영국인의 습성상 새로운 발전을 꾀하더라도 기성세대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 샤드(THE SHARD)의 유리조각 이미지는 빅토리아 시대 도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범선들의 돛을 내린 마스트의 숲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초고층 복합건축물로 24개 층의 업무시설, 3개 층의 바 및 식당, 중간부분에 호텔이 있으며, 상부에 주거시설과 최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하여 런던의 랜드마크적 이미지를 표출하였다. 유리나 금속은 은빛 하이테크 건축을 표현하기 좋은 소재이나, 철골과 유리의 크리스털적 표현 속에는 대규모 구조건축물로 공사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외관(파사드)의 경우 각 층 바닥에서 천장까지 탁 트인 전망을 위하여 바닥에서 위층 바닥까지 1개 층을 하나의 유닛으로 설치하였다. 투명한 저철분 3중유리를 사용했는데 더블스킨(이중구조의 외벽면) 유리와 유리 사이에 전동 모터 블라인드를 설치하여 자동 개폐하도록 했다. 영국 특유의 햇빛, 흐림 그리고 갑작스런 비 등의 변덕스런 날씨에도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최첨단 에너지 절감기법을 도입했다. 최상부에 설치한 첨탑부분의 전망대는 조선소 드라이 도크에서 철골로 조립하여 설치하였다.

기존 업무시설을 철거하고 기초공사를 시작하였는데 기초 하부에 120개의 파일을 깊이 54m로 보강한 후 4m 높이의 콘크리트 기초를 설치하였다. 골조공사는 일주일에 1개 층이 올라가는 공정으로, 일일 최대인력 1450명을 현장에 투입해 공사를 했다고 한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총 공사기간은 40개월이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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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orgemind ArchiMedia
세계의 초고층 건축물과 국내 초고층 건축물 세계의 초고층 건축물은 그 건물을 소유한 기업과 도시 및 국가의 상징물로 역할과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은 건축공학의 기술력뿐 아니라, 그 나라의 사회여건이나 문화를 대표하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국가 역량의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고 높이를 추구하는 것도 초고층을 넘어 점차 극초고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이후 시작된 초고층 건물은 근대에 와서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에펠탑으로 전환점을 이뤘다. 300m 높이와 이를 오르기 위한 엘리베이터의 발명은 고층 건물의 발달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했다. 미국에선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재건 사업으로 고층화가 시작되었고, 연이어 뉴욕의 도시 인구 팽창으로 저층건물의 고층화를 유도하는 정책과 더불어 엘리베이터와 강재 구조의 비약적 발전으로 초고층 건물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1931년에 완공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102층, 381m)은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1971년, 110층, 417m)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뉴욕의 랜드마크 구실을 했다.

미국에서 시작한 초고층 건물 경쟁은 1990년대 들어 아시아로 이동했다. 고층 건물이 경제 발전의 상징적 존재로 여겨지면서 1998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88층, 452m), 2004년 타이페이 101(Taipei 101, 101층, 508m)이 잠시 세계 최고 높이 건축물이 되었다. 하지만 2008년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160층, 830m)가 완공되며 순위가 변하였다. 중국은 2009년 상하이에 세계금융센터(SWFC, 101층, 491m)를 완공하면서 세계 3위 높이의 건물을 갖게 되었다. 중국은 세계금융센터(SWFC) 건물 바로 인근에 상하이타워(126층, 681m)를 건설 중인데, 이 건축물이 완공되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것이다.



국내의 초고층 건축물로는 현재 공사 중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지상 123층, 최고높이 555m로 단연 두드러진다. 이 건물은 상업시설, 오피스텔, 업무시설, 7성급 호텔이 계획된 복합건축물로 최상층 10개 층은 전망대, 카페, 그리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공공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초고층 높이에서 부는 바람에 저항하기 위해 내풍 설계가 적용되었고, 진도 7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태양 전지패널, 풍력발전기, 건물 외부차양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기술과 첨단공법이 적용됐다. 건축설계는 미국 KPF(Khon Pedersen Fox Associates)가 담당하였으며 건축물 형태는 한국 전통의 유려한 곡선미를 모티브로 설계하였다. 평면과 단면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타워의 곡선은 ‘고려청자’, ‘한복’, ‘한국 건물의 처마끝’ 등 한국의 전통적 소재가 지닌 선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등 한국의 전통미를 21세기 첨단 건축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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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98년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1937년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이 모두 건설업에 종사하였고 그 영향으로 그는 건축가의 길을 택했다. 그의 작품에는 건설업을 하던 가족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무언가를 실제적으로 짓고, 만들어낸다는 중요한 전통이 있다. 렌조 피아노는 아버지로부터 건축가로 그치지 말고 건설가가 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렌조 피아노의 사무소는 ‘렌조 피아노 설계사무소(Renzo Piano Architect)’가 아니라 ‘렌조 피아노 건축공방(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RPBW)’이라고 한다. 1980년 설계사무실을 오픈하여 현재 파리, 제노아, 뉴욕 사무실을 파트너십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파리 퐁피두센터, 호주 시드니의 주상복합, 일본 오사카만 인공 섬의 간사이국제공항,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 재건 마스터플랜, 스위스 바젤의 베일러 재단 미술관, 뉴욕의 뉴욕타임스 빌딩 등이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주택, 아파트, 사무실, 쇼핑센터, 박물관, 공장, 스튜디오, 공항터미널, 전시장, 극장, 교회, 다리, 선박, 도시계획, 재개발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렌조 피아노의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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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퐁피두센터 조르주 퐁피두센터는 일 년에 700만명이 방문하는 파리의 관광 명소로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도서관, 공업디자인센터, 음악 음향 연구소로 구성된 복합문화센터이다. 1970년에서 1977년에 걸쳐 지어졌다. 1969년 샤를 드골에 이어 프랑스 대통령이 된 조르주 퐁피두는 파리에 근대미술관, 공공도서관, 디자인센터, 음악 음향학 실험연구소로 구성된 독특한 문화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심하였다.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두 명의 젊은 건축가, 영국의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공동 설계안이 채택되었다. 설계안은 대상 부지의 절반에만 건물을 배치하고 나머지는 광장으로서 남겨 두었다. 지면에서 경사진 광장 공간은 건물의 접근로와 길거리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대한 철골 트러스 속에 복합시설을 구성하면서 건축물의 설비 요소를 노출한 파격적인 설계로 대담한 이미지와 자유롭게 내부의 변경이 가능한 하이테크 설계안이란 평을 듣고 있다.

퐁피두센터는 너비 166m, 길이 60m, 높이 42m이다. 건축물이 마치 기계와 같이 ‘공간’을 생산하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건축물의 기능적 요소인 복도와 설비 등이 모두 구조체 바깥쪽에 배치되어 축구장 두 배에 이르는 7500㎡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외 건물의 기능적 요소들은 독특하게 배치되어 있다.

트러스로부터 만들어진 기둥의 메가스트럭처는 외벽면에 위치하여 외부 골격처럼 보이는 구조화된 장식으로 레이트 모던 건축 양식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은 건물 안쪽에 있어야 할 설비부분들이 모두 건물 바깥쪽에 배치됐다. 화장실과 소방법규에 의한 방화셔터를 제외하면 기둥, 배관, 계단, 벽, 그 어떤 것도 없다. 이러한 설비요소들을 색깔로 구분하여 청색은 물, 녹색은 공기, 황색은 전기, 적색은 엘리베이터 혹은 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엘리베이터 기계실은 붉은 상자로 표출하였으며, 공조에 필요한 열교환기는 하얀 버섯모양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빌딩 뉴욕타임스 빌딩은 지상 52층 건축물로 2007년 11월 19일 공식 오픈했다. 거리에서 건물 내부를 볼 수 있는 설계안으로 마치 ‘숨기는 것이 없다’라는 언론사의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다. 빛과 날씨에 의해 건물 색깔이 변화하며 건축물 전체가 빛의 일부이며, 투명성을 강조하였다. 설계자 렌조 피아노는 이를 요약하여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그것을 이 건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빌딩은 유리 및 철골구조이지만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바닥에서 천정까지 투명창 파사드로 구성했다. 일부 노출콘크리트가 사용되었지만 저녁노을의 건물외관은 붉은 황금색(marigold)의 빛을 발하고 있다. 건물의 주요 특징으로는 세라믹 로드(ceramic rods)의 더블스킨 구, 연간 에너지절감 30% (광센서 조광제어시스템, 자동 롤셰이드시스템, 재실감지센서 등 활용), 주요자재의 95% 재활용, 목적지향층 엘리베이터 사무실내 와이파이에 의한 무선접속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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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오사카 만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만든 국제공항으로 1994년 9월 개항했으며 국제 설계공모를 통하여 렌조 피아노가 설계자로 선정된 프로젝트이다. 인공섬 위에 펼쳐져 있는 공항건물의 지붕은 마치 거대한 글라이더처럼 보이며 지상에 내려앉은 비행기 같은 형태이다. 영국 오베 아룹(Ove Arup)의 엔지니어와 함께 공항건물 지붕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류를 연구해 그 형상을 결정하고, 연속적으로 이어진 유려한 곡선의 지붕은 환기설비인 덕트 없이 실내 공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터미널의 길이는 1.6km로 인공섬이 가라앉는 것에 대비해 기둥은 조정할 수 있게 설계하였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이 슬라이딩 조인트 덕분에 공항 건축물은 피해가 없었으며 유리창도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4.  렌조 피아노 뉴욕 휘트니 뮤지엄

2020. 1. 31.

 

10 전에 뉴욕을   가까이 여행했다. 마땅한 계획 없이 떠났던 터라 어느 정도 여행한 뒤로 몹시 무료했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여기저기 도시를 배회했다. 그러던 한날, 지하철역에서 에드워드 호퍼 전시가 열리는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 포스터를 보았다. 당시 즐겨 읽던 알랭  보통의 책에서 소개된 작가라 더욱 눈에 띄었다. 아마도  책은 <여행의 기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발길을 돌려 휘트니 미술관으로 향했다. 당시 휘트니 미술관의 건축에 대해 모른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이끌려 갔던 터라, 외부 건축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다. 여행에 다녀온  마르셸 브로이어가 설계한 건축물임을 알고 충분히 건축을 즐기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실내 건축에서 느낀 감상은 뚜렷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곧장 미술 작품이 수평으로 펼쳐지는 전시장의 구성이 여느 미술관에서의 경험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휘트니 미술관은 맨해튼의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었다. 2000년대 들어, 휘트니 미술관의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계획으로  콜하스의 파격적인 증축 설계안이 있었는데, 911테러 사건이 일어나고 증축 계획 자체가 무산된다. 아마도 기존의 건물을 덮치는 듯한 디자인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탓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증축이 아닌 신축으로 계획이 변경되었고, 하이라인의 남쪽  지점인 미트패킹 지역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건축물로, 2015 휘트니 뮤지엄이 완전히 새롭게 문을 연다. 건축 뿐만 아니라 뮤지엄 브랜드도 새롭게 디자인되었는데, 건축물과 함께 뮤지엄 브랜드 디자인이 공개될 당시 건축과 브랜드 디자인이 훌륭하게 통합된 모습에 크게 매료되었고, 당장이라도 뉴욕으로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뉴욕 여행에 대한 계획을 가졌다.    4년이 지나고 떠난 뉴욕 여행의  목적지가 휘트니 뮤지엄인 이유다.

 

렌조 피아노 건축 휘트니 뮤지엄, 시티에서 바라본 입면. 건물 앞쪽에 하이라인의 끝자락이 보인다.
하이라인 아래로 보이는 휘트니 뮤지엄의 캐노피 구조.
휘트니 뮤지엄 캐노피 구조 아래, 렌조 피아노 건축의 광장 개념이 두드러진 공간.
하이라인에 올라서 본 휘트니 뮤지엄
하이라인에 올라서 본 휘트니 뮤지엄
휘트니 뮤지엄, 보행로를 향해 점차 높아지는 캐노피 디자인.
허드슨 강 방면으로 난 계단 역시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작은 광장을 이룬다.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휘트니 뮤지엄의 매스감.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휘트니 뮤지엄. 확실히 지상부가 가볍고 개방적이다.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휘트니 뮤지엄 입면.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휘트니 뮤지엄 입면의 디테일.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휘트니 뮤지엄 지상부.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휘트니 뮤지엄 로비. 사진 왼쪽에 살짝 보이는 공간이 뮤지엄숍이다.

 

렌조 피아노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현대 건축가이다. 이탈리아는 광장의 나라. 기억을 더듬어 휘트니 뮤지엄이 오픈할 당시 렌조 피아노의 인터뷰를 보면 광장(piazza) 개념을 강조했었다. (그가 설계한 파리의 퐁피두 센터도 엄청난 광장을 끼고 있고, 서울의 KT 광화문 신사옥 역시 협소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광장의 개념을 적극 활용했다.) 휘트니 뮤지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좁아지도록 디자인된 입면 캐노피 디자인.  층별로 마련된 외부 테라스 공간과 외부 테라스 공간에서 다른 층으로 오갈  있는 외부 계단. 1층에 마련된 레스토랑과 최고층의 뮤지엄 카페테리아. 광장처럼 대중에게 아주 개방적이고 열려 있는 구조의 친근한 건축물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이 걸으며 이용하는 하이라인의 끝자락과 맞닿아 있어서, 이러한 건축적 매력이 배가 된다. 마치 휘트니 뮤지엄을 위해 하이라인이 계획된 것처럼(실제론 반대겠지만), 둘의 시너지가 대단했다.

 

시간을 두고 휘트니 뮤지엄을 둘러보니, 마르셸 브로이어가 설계했던 과거 휘트니 미술관 건축물에 대한 오마주도 인상적이었다. 과거 휘트니 미술관은 계단을 뒤집어 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과 무게감 있는 입면, 특히  입면에 작게  비대칭 형태의 작은 창문이 특징이었다. 허드슨강에서 보는 현재 휘트니 뮤지엄의 매스감은 과거 휘트니 미술관의 비대칭 창문과, 시티 방향에서 보는 현재 휘트니 뮤지엄의 입면은 과거 휘트니 미술관의 계단을 뒤집어 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과 형태적 유사성을 가졌다. 외관 계획만이 아니라 평면 계획에서도 과거와의 연결성을 찾을  있었다. 유난히 컸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정면에서 미술 작품들이 쏟아질  마주 보이던 과거 휘트니 미술관의 평면적 특성이, 현재의 휘트니 뮤지엄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미술 작품이 곧장 펼쳐진다.

 

무겁고 과묵했던 과거 건축과 정반대로 가볍고 개방적인 건축인데도,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새삼스럽게 렌조 피아노가 좋아졌다. 역사적, 사회문화적, 건축적 맥락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도시, 뉴욕 또한 새삼스럽게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휘트니 뮤지엄 전시 공간. 사진 왼쪽이 엘리베이터이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바로 작품을 마주한다.
휘트니 뮤지엄 전시 공간. 전시 중인 지역 레스토랑의 식재료는 저녁 시간에 쿠킹 퍼포먼스로 활용되고, 요리는 관객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오전에는 먹지 못한다. 전시와 상관 없지만 뉴욕에 와서 사과의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음.
휘트니 뮤지엄 전시 공간.
휘트니 뮤지엄 전시 공간 곳곳에 난 창을 통해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에서 본 미드타운. 멀리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보인다.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 카페테리어 너머로 보이는 허드슨강.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에서 본 로어맨해튼.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보인다.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 야외에 조각품을 전시한다.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를 잇는 외부 계단. 어느 뮤지엄에서 야외 계단을 통해 층을 이동할 수 있었는가. 아무리 떠올려봐도 첫 경험. (그만큼 열린 구조)
휘트니 뮤지엄 테라스에서 본 로어 맨해튼.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보인다.
휘트니 뮤지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컬렉션된 방.
휘트니 뮤지엄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는 전시 공간.
휘트니 뮤지엄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는 전시 공간.
휘트니 뮤지엄 뮤지엄숍에 판매 중인 렌조 피아노 건축 도서들.

출처 - 렌조 피아노 뉴욕 휘트니 뮤지엄 (bosim.kr)

 

 

 

 

 

 

 

 

 

 

5.  새롭게 문을 연 디자인 스폿 여행지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문을 연 유니크한 디자인 스폿 여섯 곳을 소개한다.

Atlantis The Royal © 쌍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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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럭셔리 리조트  Atlantis The Royal 
지난 3월에 열린 사전 오픈 행사에 팝 스타 비욘세가 공연을 펼쳐 화제를 모은 초호화 럭셔리 리조트 ‘아틀란티스 더 로얄’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인공 섬에 세운 두바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기 때문. 블록을 띄엄띄엄 쌓아 올린 듯 남다른 위용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유려한 곡선미를 드러내는 반전을 지녔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벽 마감용으로 붙인 3만3000개의 패널이 모두 유선형일 만큼 복잡한 구조다. 호텔과 레지던스로 나뉜 좌우 독립 건물이 중앙에서 80m 상공의 스카이 브리지로 연결되며, 스카이 브리지 옥상에는 90m 길이의 스카이 풀이 자리해 인피니티 풀을 넘어서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초호화 리조트인 만큼 프라이빗 수영장과 테라스가 딸린 스위트룸과 시그너처 펜트하우스 등 객실을 포함해 미식, 어드벤처, 웰니스 등을 두루 갖춘 이곳에 당도한 것만으로도 풍성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ADD Palm Jumeirah Crescent Rd., The Palm Jumeirah, Dubai, UAE
WEB www.atlantis.com/atlantis-the-royal
INQUIRY +971 4 426 3000







Depot Boijmans van Beuni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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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의 새로운 가능성  Depot Boijmans van Beuningen 
도시 건축 투어가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을 만큼 개성 넘치는 현대건축 각축장이 된 로테르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보이만스 판뵈닝언(Boijmans Van Beuningen) 미술관에 속한 ‘디팟 보이만스 판뵈닝언'은 세계 최초의 공공 수장고로, 글로벌 건축·도시 설계 사무소 MVRDV가 설계를 맡았다. 1664개의 유리 거울 패널이 부착된, 우묵한 볼 형태 외관이 도시 경관을 비추며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에 반응한다. 1849년부터 수집해온 15만 점 이상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로비부터 옥상 정원까지 계단이 지그재그로 이어지며 전면에 전시된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트리움과 실제 작품 복원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복원 스튜디오, 다섯 가지 기후 조건에 따라 구분한 14개 스토리지로 내부를 구성했다. 미리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스토리지에 직접 들어가 미술관의 방대한 컬렉션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ADD Museumpark 24, 3015 CX Rotterdam, Netherlands
WEB www.boijmans.nl/depot
INQUIRY +31 10 441 9400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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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 컬렉션의 정점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케링 그룹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회장이 안도 다다오에게 의뢰해 파리 옛 증권거래소 건물을 레노베이션한 현대미술관. 피노 회장이 40년간 수집한 컬렉션을 전시하는 이곳은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에 이어 럭셔리 패션 하우스가 투자한 파리의 예술 공간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8세기 네오클래식 양식의 건축 구조물과 장식은 그대로 남겨야 하는 상황에서 안도 다다오는 내부 중앙의 넓은 원형 광장에 그의 대표적 건축 재료인 노출 콘크리트 실린더를 세워 현대적 건축미와 압도적 분위기를 더했다. 이와 함께 공간은 커다란 유리 돔 천장으로 쏟아지는 빛의 방향이 바뀌면서 파리 특유의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래된 건축물은 그대로 남기고, 그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며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안도 다다오의 레노베이션 철학이 담긴 셈. 덕분에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이 한데 모인 파리 1구의 건축과 문화, 예술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ADD 2 Rue de Viarmes, 75001 Paris, France
WEB www.pinaultcollection.com/boursedecommerce
INQUIRY +33 1 55 04 60 60







terres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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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몰입 공간  terrestre 
스페인어로 ‘숨은 항구’를 뜻하는 멕시코 해변 도시 푸에르토에스콘디도. 비교적 알려지지 않아 호젓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이곳에 문을 연 ‘테레스트레’ 호텔은 자연 속 웰빙을 추구하는 이를 위한 힐링 스폿이다. 기하학적으로 세운 벽돌·콘크리트와 함께 점토·모래·목재 등 자연 재료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대지·빛·바람·물 등 자연 요소를 오감으로 즐기도록 연출한 모습이 인상 깊다. 해변이 지척인 데다 열대우림으로 둘러싸여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인 곳. 안도 다다오를 포함해 멕시코·포르투갈·파라과이 건축가 등이 설계에 참여하고, 멕시코 현대미술가 보스코 소디(Bosco Sodi)가 운영하는 아트 센터 ‘카사 와비(Casa Wabi)’가 도보 15분 거리에 있으니 한 번쯤 방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ADD Carretera Salina Cruz - Pinotepa, 71983 Puerto Escondido, Oaxaca, Mexico
WEB www.terrestrehotel.com
INQUIRY +52 55 5282 2199







영화가 쏘아 올린 공  The 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 

LA 여행에서 할리우드 사인 외에도 볼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그 주인공은 영화 산업을 둘러싼 역사·과학·문화적 영향을 복합적으로 다루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미국 최초 대규모 영화 박물관으로 갤러리를 비롯해 영화관, 교육용 스튜디오와 공공시설 등이 한데 마련된 이곳은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지휘 아래 LA 역사·문화 기념물인 사반 빌딩을 재탄생시킨 결과물이다. 1000석의 데이비드 게펀 극장과 돌비 패밀리 테라스를 갖춘 웅장한 구형 건물을 증축하고 기존 건물 외관은 새로운 석회석과 금박 타일로 꾸몄다. 렌초 피아노는 이곳을 두고 말했다. “사반 빌딩은 지을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 모습을 간직한, 유선형 디자인의 대표적 예입니다. 새롭게 더해진 원형 구조물 역시 영화의 시공간이 응축돼 상상력의 세계로 솟아오르는 듯한 모습이죠. 결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우리로 하여금 영화로운 과거의 순간을 기릴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는, 많은 가능성으로 향하는 건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ADD 6067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USA
WEB www.academymuseum.org
INQUIRY +1 323 930 3000





Art Gallery of N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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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이 된 미술관  Art Gallery of NSW 
시드니 주립 미술관으로도 일컫는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은 지난해 12월 새로 지은 북관을 개관하며 시드니 모던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도시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이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프로젝트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듀오 SANAA가 주도한 만큼 풍경이 되는 건축, 단순한 듯 보이나 그 속에 복합성을 간직한 건축을 추구하는 그들의 주된 미학이 담겼다.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자리해 인근 시드니 항구를 향해 서로 다른 레이어가 깔리듯 완만하게 펼쳐내는 모습에서 그 특성이 두드러진다. 건물 벽을 통유리창으로 만들어 실내·외 경계를 모호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결국 건축을 매개로 예술과 자연을 하나로 결합한 것. 공공 미술 정원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는 르네상스 양식의 구관(남관)을 보완한 현대적 시설로,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한국어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니 참고하자.
ADD Art Gallery Rd., Sydney NSW 2000, Australia
WEB www.artgallery.nsw.gov.au
INQUIRY +61 2 9225 1700

 

 

 

 

 

 

 

 

6. 이탈리아 레전드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작품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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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é Foundation 프랑스 파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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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Courthouse 2017년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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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15>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

 
입력 :2014-11-12 
 

미술관 속으로 자연이 걸어왔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미술관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스위스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유럽 전체 면적의 1%도 채 안 되는 스위스 전역에 980여개의 미술관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로 통하는 국경지대에 위치한 바젤은 스위스의 도시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히는 미술관·박물관 도시, 예술의 도시다.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바젤에 미술관이 27개나 된다. 1만명당 하나꼴로 미술관·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니 그 명성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더구나 미술관들은 대부분이 세계적 건축거장의 작품인 까닭에 바젤은 건축과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성지처럼 여겨진다. 바젤의 명성에 획을 긋는 보석 같은 미술관이 바로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 미술관이다. 바이엘러 재단의 설립자이자 세계적 권위의 국제미술박람회인 아트바젤의 창시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와 힐디 바이엘러 부부가 평생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들과 아프리카, 알래스카 등 비유럽권 민속예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지어진 미술관은 1997년 개관 이래 스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인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 에른스트 바이엘러는 아트딜러이기 전에 진정한 예술 애호가였다. 건축 거장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바이엘러재단 미술관은 건물 자체의 개성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단순한 우아함으로 바이엘러가 아내와 함께 평생 모은 소장품의 가치를 한껏 빛나게 한다. 지붕의 이중 구조를 통해 부드러운 자연광을 끌어들인 미술관 내부는 밝고 넓직해서 작품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쾌적하다.



바젤시의 외곽 리헨(Riehen)에 자리 잡고 있는 미술관은 저명한 이탈리아인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작품이다. 리처드 로저스와 공동으로 디자인한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파격적인 거대 구조물을 선보였던 그는 미국 휴스턴의 메닐컬렉션미술관에서는 깔끔한 디자인과 스마트한 공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건축개념을 구사했다. 전통적인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으로 자기만의 건축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건축 주문자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그는 문화계와 학술계, 기업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로 꼽힌다.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었던 바이엘러는 경사지대의 자연을 미술관의 일부로 흡수하면서 미술관 기능을 충분히 살린 메닐컬렉션미술관을 방문하고 피아노에게 건축설계를 의뢰했다. 바이엘러는 충격적인 외형을 지닌 건축물보다는 ‘소장품에 대한 최대한의 배려를 우선으로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미술관’을 원했다. 피아노는 최첨단 공법을 사용해 미술관의 기능을 극대화하면서 단순한 우아함이 풍기는 미술관으로 화답했다.

 
도로변으로 길게 뻗은 붉은 벽돌 담장은 기대를 품고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단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담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초록색 잔디와 잎이 우거진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고 맑은 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가운데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조각 등 조형물이 설치된 정원이 일상생활에 지친 영혼을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정원을 지나 오른편으로 약간 내리막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나지막하고 길게 가로로 뻗은 미술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외형은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연과 다투지 않고 풍경 속에 들어앉은 미술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게 다가온다.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미술관은 자연친화적 미술관의 전형인 덴마크의 루이지애나미술관과 맥이 닿아 있지만 훨씬 더 현대적인 디자인을 구사했다.

미술관은 피아노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지만 과장되지 않고 최대한 주변 경치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건축 자체를 목소리로 표현하자면 절제되고 부드럽게 내려앉은 톤이다. 유리와 하얀 철재로 된 지붕은 건물 위에 가볍게 떠 있는 듯하다. 길이가 120m나 되는 길고 납작한 건물은 언덕 경사에 맞춰 일렬로 늘어선 3개의 건물 벽이 자연스럽게 층을 이뤄 테라스 효과를 지니도록 설계했다. 미술관 외벽은 커다란 유리를 주로 사용해 전체적으로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다. 유리로 된 부분 이외에는 돌로 마감하고 있지만 세로로 길게 뻗어 있어 실제보다 가벼워 보인다. 벽돌 색깔은 바젤 성당과 시청건물에 사용된 검붉은 사암의 색에 가깝다. 가까이 붙어 있지 않는 건물에까지 바젤의 전통과 조화를 맞춘 점은 놀랍기만 하다. 기둥의 간격은 일정하지만 내부의 전시장 크기는 다양해서 전시 작품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건물의 서쪽 벽면을 유리로 처리해 미술관이 자리 잡은 전원 풍경을 들여놓았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 건물 남쪽 정면에는 아담한 연못을 만들어 수련을 심었다. 모네의 작품 ‘수련’을 감상하다가 바깥의 연못에 핀 수련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미술관 남쪽으로는 아담한 연못을 두고 수련을 심어 놓았다. 재단의 홍보책임자인 엘레나 델카를로는 “연못이 보이는 전시실에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 ‘수련’과 실제 연못의 수련을 동시에 감상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밝은 빛의 바다에 들어간 느낌이다. 델카를로는 “렌초 피아노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소재·구조·공법·디테일을 적용하면서 현대의 미술관건축 발전을 주도했다. 그가 미술관에 도입한 혁신적인 조명시스템은 건축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미술관 건축의 완성도를 월등하게 높였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피아노는 지붕의 빗면 사이로 자연광이 부드럽게 걸러져서 들어오도록 채광여과장치를 둔 다층지붕기법을 도입했다. 휴스턴의 메닐컬렉션미술관에서 시도한 공법이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서는 한 단계 더 진보한 모양새다. 2중으로 처리된 유리천장을 통해 여과되어 들어오는 자연광과 작품에 배려된 공간분위기는 방문객이 긴장하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는 쾌적한 전시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전시실은 지하의 상설전시실과 1층의 기획전시실 등 16개의 전시실이 중앙 전시실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나열된 구조다. 전시실의 크기는 각기 다르고 방과 방 사이의 출입구를 달리하여 전시실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전시실에는 모네 이후 세잔, 반 고흐, 자코메티, 피카소, 몬드리안, 리히텐슈타인, 베이컨 등 등 20세기 다양한 미술사조의 대표작품 2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델카를로는 “보통의 뮤지엄들이 일반적으로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을 엄격히 구분시키고 있는 것에 반해 이 뮤지엄은 기획전시실을 고정시키지 않고 필요에 따라 상설전시실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이다. 미술관의 3분의1가량은 항상 특별 기획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300여 회의 기획 전시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을 방문했던 지난여름에는 독일의 대표적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 자연 속에 들어앉은 미술관의 정원에 설치된 모빌아트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나무’(1966). 푸른 정원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바이엘러재단 미술관은 도로와 면해 있지만 담 안으로 들어가면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예술을 감상하며 멋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층은 전면을 유리로 만들어 윈터가든(winter garden)과 연계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자연도 하나의 작품이 된다. 유리를 통해 밖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최고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다가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미술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서울신문  2014-11-12 16면

 

 

 

 

 

 

 

 

 

8.  원더풀, 컬러풀!... 렌조 피아노의 ‘Auditorium del Parco’

강진희 기자  / 기사승인 : 2023-05-20 
 
우든 큐브 건축
기울기 30°의 계단식 객석
산화 처리 목재
 
 

 

‘오디토리엄 델 파르코(Auditorium del Parco)’는 2012년 이탈리아 라퀼라(l'aquila)에 건축된 공연장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설계했다.

세 개의 우든 큐브로 이루어진 공연장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경사도가 크며 중앙에 있는 가장 큰 큐브는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은 불안함을 조성한다. 이런 설계를 한 데는 실내 계단식 객석의 각도와 기울기를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기울기 30°의 계단식 객석엔 총 238명이 앉을 수 있다.

 

 

 


큐브의 외부는 목재로 마감되었는데, 설계를 맡은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샵’은 나무를 가식이 없는 영구한 재료라고 보았다. 목재는 공연장에 어쿠스틱한 감성을 더하며 하나의 큰 악기와도 같은 인상을 준다.

목재를 사용한 것은 2009년 라퀼라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지책이기도 하다. 외장으로 쓰인 목재는 폭 25cm, 두께 4cm의 산화 처리를 한 낙엽송 판재. 거기에 다양한 색을 입혀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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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안정원의 디자인 칼럼〕 도시를 빛내는 오피스 건축물의 매력에 빠지다 1.

 

 

 
● 멋진 세상 속 건축디자인(오피스 건축의 수작 읽기 ‘kt 광화문빌딩 East’ 1.)

도시를 은은히 빛내는 크리스털의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는 110m 높이의 고층오피스건축 kt 광화문빌딩 East

kt광화문빌딩 East의 준공으로 16년 만에 광화문시대를 열게 된 kt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피아노가 설계한 투명하고 상징적인 크리스털 건물로 광화문일대의 대표적인 좋은 건물로 각인돼


“높이 110m의 커다랗고 투명한 크리스털 매스가 흡사 가볍게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그 규모만도 연면적 51,171㎡에 지상 25층, 지하 6층 규모의 높다란 건물이지만 고층빌딩 특유의 육중함을 말끔히 벗어던지고 그 특유의 경쾌한 멋스러움을 세종로 일대에 듬뿍 선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초 청진구역 일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kt광화문빌딩 East의 건축적인 면을 묘사한 것이다. kt 광화문빌딩 East는 기존 kt사옥의 동쪽에 자리한다는 점에서 ‘이스트(East)’라는 명칭을 얻었으며 애초 부지가 1885년 대한민국 통신 역사의 시작을 알린 한성전보총국이 개국한 자리로 그 역사적,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후 kt는 1999년 공기업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분당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kt광화문빌딩과 서울 서초사옥(올레캠퍼스)으로 업무공간이 나눠져 있었다.


총 5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을 거쳐 새롭게 준공한 kt 광화문빌딩 East는 kt 회장 집무실과 비서실을 포함하여 경영기획·재무·인사·사업기획 등의 핵심부서가 옮겨옴으로써 kt는 16년 만에 새로이 광화문 시대를 열게 되었다.


종로 청진구역 제1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들어선 kt 광화문빌딩 East는 대림산업의 광화문 D타워, GS건설의 그랑서울 등과 함께 광화문 일대에 세련된 도시적 흐름을 이끌고 있다. kt 광화문빌딩 East가 건축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두루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피아노(Renzo Piano)의 국내 첫 작품인 동시에 지상 1층을 필로티로 마련함으로써 공공성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피아노는 프리츠커아키텍처상과 AIA골드메달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이며, 2006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전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이 인물로 꼽힌 바 있다. 1981년 렌조피아노빌딩 워크숍을 설립하면서부터 출발한 렌조피아노는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비롯하여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뉴욕 타임스빌딩, 베를린 포츠담플라자, 런던 더 샤드 등의 굵직한 건물을 설계하였으며 파리, 제노바, 뉴욕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렌조피아노와 그가 이끄는 RPBW의 명성 때문에 건물은 일찌감치 각계에 관심을 자아내고 있었다. 2010년 5월 기본설계사로 RPBW가 선정되고 콘셉트 디자인을 시작한 이래 2010년 8월 실시설계사로 설계사가 삼우종합건축이 선정되었다.




건설 과정은 GS건설이 시공사로, 한미글로벌 주식회사와 kt networks가 CM사로 선정되면서 2010년 9월부터 1차 공사와 2011년 2차 공사로 나누어 착공되었다. 이후 정비계획 변경과 교통영향평가를 거치고 2012년 4월 부분굴착공사 완료, 2013년 1월 현장타설 말뚝공사(R.C.D, P.R.D)를 완료하였고, 골조공사와 파사드공사, 인테리어공사 등의 공정을 거쳐 올 2015년 1월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약 2년 6개월간의 설계기간과 3년간의 시공기간을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였고 총 5년 만에 건물의 시공이 완료된 것이다.


설계는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RPBW)+(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아 진행했다. 건축주는 주식회사 케이티(kt), 시공은 GS건설(주), PM은 주식회사 케이티에스테이트, CM은 한미글로벌 주식회사, kt networks에서 진행했다. kt 광화문빌딩 East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235-1에 위치하며 지하 6층, 지상 25층, 건물 높이 110m의 오피스빌딩이다. 사진_ 에이앤뉴스/ W.S Yang, W.C Jeong 제공

안정원(비비안안) 에이앤뉴스 발행인 겸 대표이사 annews@naver.com
제공_ 에이앤뉴스 건축디자인 대표 네트워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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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하면?

 

창조를 재창조하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일은 모든 창작자들이 추구하는 목표이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건축가 렌초 피아노는 ‘휘트니 백’으로 그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BY BAZAAR 2020.05.11

 

 

Florine Stettheimer(1871-1944), 〈Sun〉, 1931.

1930년, 조각가이자 예술 후원가인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는 자신의 이름을 딴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을 개관했다. 85년이 흐른 2015년, 하이라인 파크를 마주보고 있는 갠즈보트가 99번지에 미래적인 건물이 섰고, 휘트니 미술관 신관은 뉴욕 다운타운의 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 상징적인 건물의 탄생에는 패션 하우스인 막스마라의 후원이 뒷받침되었다. 이탈리아의 건축 거장인 렌초 피아노가 설립한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RPBW,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과의 협업으로 건물과 함께 ‘휘트니 백(Whitney Bag)’도 세상에 나왔다. 휘트니 미술관 외관의 강철 타이 빔을 상기시키는 견고한 모양의 가방은 예술품에 가까운 어딘가쯤에 독특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신관 오픈 5주년을 기념하며 휘트니 미술관에서 중요한 존재감을 지닌 화가 플로린 스테트하이머(Florine Stettheimer)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휘트니 백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이 새로운 영역을 보여줄 기념작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MAXMARA

막스마라는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과의 협업을 펼친다. 휘트니 백은 손에 잡히는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가 막스마라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 같다.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각 설립자의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현대미술 커뮤니티를 지지하기 위해 휘트니 미술관을 설립하였고, 막스마라의 창립자인 아킬레 마라모티 역시 이와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콜레치오네 마라모티를 조성하였으며 항상 신진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 신관 오프닝 이벤트는 이 둘 사이의 연결성을 기념하기 위한 최상의 기회로 보였기에 막스마라는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막스마라의 디자인 철학이 종종 건축학적 요소에 견주어 묘사되는 사실에 영감을 얻어 휘트니 미술관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탁월한 퀄리티와 특징을 지닌 렌초 피아노의 건물을 기념하는 제품을 제작하고자 하였다. 건물 형태의 재현을 위해서는 가방처럼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피스가 제격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 휘트니 백이 탄생하게 되었다.
패션 하우스 막스마라와 미술관인 휘트니의 유사성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 막스마라가 가진 철학이 어떤 식으로 후원되는지도. 
휘트니 미술관은 신진 아티스트의 작품에 주력하기 때문에 어느 시대에서든 그 시대의 전위적인 예술 장면의 청사진을 컬렉션에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도 아직 개인전 경험이 없는 신진 여성 아티스트에게 집중하고 있으며 ‘막스마라 우먼 인 필름 페이스 오브 더 퓨처 어워드’ 역시 신예 여배우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 모든 활동은 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인재를 지원하기 위함이며 이는 막스마라의 디자인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성공하고자 마음먹은 여성들에게 신선하면서 동시에 클래식한 것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전제로 삼고 있다.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은 어떤 기획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나? 완성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무엇인가? 
휘트니 백은 휘트니 미술관 건축에 사용된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 디자인의 형태와 세부사항을 재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가방의 두드러지는 특징인 늑골 형태의 디자인은 전체적인 형태를 감싸안는 곡선의 셸을 연상시킨다. 이번 5주년 기념 에디션을 위하여 미술관 소장품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 개인적으로 예술가이자 한 여성으로서의 플로린 스테트하이머를 항상 존경해왔다. 그녀는 단호하고 용기가 넘치며 관습에 저항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여성 예술가가 등한시되던 시절 그녀는 미국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현시대를 살고 있었다면 막스마라의 여성상에 완벽히 부합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휘트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녀의 작품을 하나하나 검토하였고, 그중 하나인 〈Sun〉을 발견한 순간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동감과 에너지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낙관적인 인상에 전율을 느꼈다. 작품 속 5가지의 꽃의 음영을 그대로 가져와 가방 안감에 플라워 프린팅 작업을 하였고 이를 통해 스테트하이머의 작품을 담고자 하였다. 이 결과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이 추구하는 합리적인 구조와 스테트하이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풍부하면서 거의 폭발적인 개인화의 대비를 보여주는 것이다.
매번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에서 휘트니 백은 어떻게 본연의 자리를 지키나? 또한 어떻게 발맞추어 나아가나? 
막스마라의 코트나 렌초 피아노 건축 워크숍의 마스터 피스인 휘트니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휘트니 백은 훌륭한 디자인의 전형이며 변치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아이콘이다. 휘트니 미술관 건물이나 막스마라 코트와 같은 디자인은 시간을 초월한다. 패션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막스마라는 변치 않는 가치와 원칙을 추구한다.
휘트니 백이 구매자들에게 작은 예술 소장품을 갖는 경험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휘트니 백은 세계 최고의 건축가, 현존했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예술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의류 브랜드의 합작으로 탄생한 보물과도 같다. 이 특별한 조합만으로도 휘트니 백의 소장 가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안 그리피스(막스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왼쪽부터) 휘트니 뮤지엄 외관. 다섯 가지 컬러의 ‘휘트니 백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먼저 렌초 피아노가 휘트니 미술관을 지을 때의 정수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건축가에게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작업하고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건물을 완성해서 그 안에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을 보는 것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가장 흥분되는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휘트니 미술관은 방문객뿐만 아니라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 커뮤니티까지 관찰할 기회가 주어져 더욱 특별했다. 휘트니 미술관은 준공 직후 바로 인근 지역에 통합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휘트니 미술관의 유전자를 어떻게 휘트니 백 디자인에 접목시켰나? 
시작부터 우리는 건물의 외관 디테일을 강조한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막스마라와의 환상적인 협업을 통해 이 브랜드가 지닌 이탤리언 DNA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하고 시대를 초월한, 피스를 완성하고자 했다.
5년 전 처음 휘트니 백을 제작했을 때 “이것은 우리의 최초의 경험이고, 앞으로도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휘트니 백을 탄생시킨 경험은 지금까지도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에게 특별함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휘트니 백의 실현은 다양한 단계의 많은 경험을 통해 이뤄졌다. 처음 미술관이 우리에게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우리는 이탈리아 장인정신에 대한 조예가 깊고 정확한 지식을 가진 막스마라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휘트니 백은 마치 건축과도 같은 견고함이 돋보인다. 제작 공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프로젝트의 원동력은 완벽한 협업에서 비롯됐다. 첫날부터 우리는 한 팀이 되어 일하였고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즉각 반영하여 결과물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는 상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막스마라의 소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는 능력은 매번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에 충분했다.
여러 가지를 기념하는 휘트니 백이 나오고 있다. 이번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서 가장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건물의 색감을 그대로 반영한 가장 초반에 선보였던 휘트닉 백을 좋아하지만 예술품 그 자체가 가방에 담겨 있는 새로운 버전의 디자인도 저마다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엘리자베스 트레차니(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 파트너)
 

 

렌초 피아노 빌딩 워크숍의 휘트니 백 제작 공정.

WHITNEY MUSEUM

미술관의 이름을 가진 백 라인이 있다는 건 드문 일이다. 거리에서 휘트니 백을 마주칠 때 재미있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휘트니 미술관과 막스마라 휘트니 백의 핵심에는 플로린 스테트하이머와 같은 중요한 미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실험정신을 담고 있다. 막스마라는 10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휘트니 미술관의 훌륭한 파트너로서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를 후원해왔으며 2015년에는 미술관 신관 오프닝을 기념하며 이 가방을 선보였다. 휘트니 백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런 피스를 사람들이 애용하는 것이다.
작가 플로린 스테트하이머는 어떤 기질의 예술가인가? 이번 프로젝트의 작가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스테트하이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미국 현대주의에 대한 그의 고유한 비전을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미국 현대주의는 그의 작품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당시 벌어지던 추상적 개념과 초현실주의에 관한 논의 또한 담고 있다. 스테트하이머는 화가이며 시인이자 무대 의상과 세트 디자이너로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남긴 가장 오래된 유산 중 하나가 바로 협업 정신인데 당시에 그녀는 이미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비주얼 아트, 공연, 문학과 연결 지은, 오늘날 보여지는 현대적인 방식의 협업을 이뤄냈다.
가장 화려한 컬러 플레이를 보여준다. 〈Sun〉의 작품 세계가 이번 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궁금하다. 
〈Sun〉은 작품에 담긴 색채 팔레트뿐만 아니라 주로 전통적인 정물화에서 보이는 현실적인 표현으로 이목을 끄는 작품이며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학적 요소까지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의 작품에 직접 만든 화려한 프레임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작품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로 그의 연극 무대에서의 경력을 설명해준다 이를 통해 그가 그림을 하나의 무대 세트로 여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이 그림의 열렬한 팬이다. 1931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고 진취적인 색채 팔레트에 매번 감동한다.
이런 협업들이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가? 
전반적으로 현대미술과 패션계의 협업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막스마라와의 작업은 이후 유사한 개념의 활동을 늘려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18년 패션 디자이너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의 전시처럼 예술가와 디자이너 사이의 긴밀한 만남을 좀 더 명확하게 다뤄나가고 있다.   
제인 파네타(휘트니 미술관 컬렉션 디렉터 겸 큐레이터)
 
 
박의령은 〈바자〉의 피처 디렉터이다. 패션과 예술의 열렬한 팬이며, 이 둘의 만남에 두 손으로 야광봉을 흔드는 편. 

출처 - 막스마라와 휘트니 미술관이 협업하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harpersbazaar.co.kr)

 

 

 

 

 

 

 

 

 

 

 

11.  The Secret Garden

 

미술품을 보고 나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연을 만나는 일.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쉼표 같은 공간, 미술관 속 정원으로 떠나는 여행.

1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블루리본 가든의 장미 분수.   2 올리브나무가 쉼터를 만들어주는 더 브로드 옆 작은 공원

도심 속 아름다운 안식처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는 예술적 감성이 넘쳐흐른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노키아 극장, 그래미 박물관 그리고 지난해에 오픈한 현대미술관 더 브로드(The Broad)가 모여 있으니 말이다. 더 브로드의 상징적인 벌집 모양 외관을 완성한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 건축 사무소는 조경을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월터 후드(Walter Hood)에게 맡겼다. 그는 잘 가꾼 정원 대신 곳곳에 흥미로운 요소를 더한 조경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잔디가 콘크리트를 뚫고 봉긋하게 올라온 것처럼 예술적 화단을 만들고, 건물 옆쪽 빌딩 숲 사이에 작은 공원을 두었다. 100년 된 올리브나무 아래 통으로 자른 나무 기둥을 무심하게 배치해 벤치처럼 이용하게 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커다란 나무는 그늘을 드리워 쉼터를 마련하고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느끼게 해준다. 더 브로드에서 길만 건너면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 있다. 여기 2층에는 꼭 들러야 할 빼어난 정원이 있다. 블루 리본 가든(Blue Ribbon Garden)이라고 이름 붙인 옥상정원은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 릴리언 디즈니가 남편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곳.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공동 설계한 동료 그레이그 웹의 부인인 멜린다 테일러에게 조경을 맡겼다. 그녀는 사계절 꽃을 피우도록 6개 대륙의 열대 나무를 심었고, 계절별로 색상이 달라지는 풀을 심었다. 나비, 새, 벌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꽃향기를 맡으며 걷다 보면 대형 장미를 만나게 된다. 프랭크 게리가 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한 릴리언 부인에게 바친 장미 분수다. 그녀가 평소 좋아한 흰색과 푸른색이 섞인 도자기로 모자이크 처리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www.thebroad.org, http://wdch10.laphil.com






3 바이엘러 미술관 내부, 클레드 모네의 ‘수련’이 걸린 방.   4 드넓은 잔디밭과 크고 작은 수목을 심어 미술관 자체가 정원이자 공원 같다.

시골 풍경을 담은 정원
아트바젤이 막을 내린 후 스위스 바젤을 다시 찾는 이유를 꼽으라면 바이엘러 미술관(Beyeler Foundation Museum)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바젤 시 외곽의 리헨(Riehen)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널리 알려진 대로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작품이다. 바이엘러 재단의 설립자 에른스트 바이엘러는 1991년 렌초 피아노에게 미술관 설계를 의뢰할 때 미국 휴스턴에 있는 메닐 컬렉션 미술관 같은 고요함 그리고 기쁨을 느끼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일까. 미술관은 주변에 펼쳐진 자연환경을 담은 점잖은 그릇처럼 보인다. 드넓은 잔디밭 크고 작은 수목, 갖가지 색을 뽐내며 피고 지는 꽃. 미술관 자체가 아름다운 정원이자 공원 같다. 이곳의 백미는 클레드 모네의 ‘수련’이 걸린 방이다. 이 방은 거대한 통유리 너머에 작은 연못이 있다.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다 바깥의 연못에 핀 수련을 보며 휴식을 취한 시간은 잊지 못할 감동이다. 미술관 북서쪽으로 가면 ‘윈터 가든’이라 이름 붙인 회랑이 있다. 전면을 유리로 만들어 미술관 주변의 목가적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창밖으로 열대식물과 콜더의 모빌 조각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고, 그 뒤로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와 초록빛으로 우거진 포도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푸른 밭을 어디에나 있는 시골 풍경으로 생각했다면 렌초 피아노는 이 넓은 유리창을 내지 않았을 터. 편안한 소파에 앉아 유리창 너머 바라보는 정원이 너무 아름다워 폐관 시간이 다 되도록 발길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www.fondationbeyeler.ch






5 구마 겐고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네즈 미술관.   6 조각배를 띄운 낭만적인 연못.

소담한 일본식 정원
도쿄 오모테산도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비밀스러운 쉼터가 있다. 도부 철도회사 사장 네즈 가이치로가 수집한 동양의 고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는 네즈 미술관(Nezu Museum). 일본식 가옥을 연상시키는 큰 지붕이 인상적인 이 건물은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건축가 구마 겐고의 손을 거쳤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다. 건물은 직선적이고 다소 엄숙한 느낌을 주는 사선 구조지만, 화려한 색상을 배제하고 대나무, 돌 같은 천연 소재를 사용해 구마 겐고의 건축임을 드러낸다. 미술관 뒤쪽에는 1만7000m²에 달하는 일본 최고의 정원을 가꿔놓았다. 정원 사이에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곳곳에 숨어 있는 석등과 불상, 일본식 티하우스를 지나치고, 조각배 위에 작은 집을 올려 둥둥 띄운 낭만적인 연못도 만나게 된다. 밖은 화려한 도심인데 고요한 자연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바이엘러 미술관의 수련처럼, 네즈 미술관은 국보로 지정된 오가타 고린의 아이리스 작품을 매해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전시한다. 이 시기에 정원에는 푸른 이파리 끝에 보랏빛 꽃망울이 맺힌 아이리스가 활짝 핀다. 전시관에 들어가 커다란 병풍에 그린 아이리스를 보면 정원에서 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정원에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여느 미술관과 달리 이곳은 입장권을 산 방문객만 이용할 수 있다.
www.nezu-muse.or.jp






식물 벽이라 불리는 케 브랑리 박물관의 수직 정원.

식물과 건축의 만남
에펠탑 근처에 위치한 케 브랑리 박물관(Le Musee du Quai Branly)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가 장 누벨과 조경 디자이너 질 클레망, 식물학자 파트리크 블랑의 긴밀한 협조로 탄생했다. 건축과 식물이 조화로운 이곳 정원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예술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센 강변을 향해 서 있는 5층 규모의 행정동을 장식한 ‘식물벽’이다. 파트리크 블랑은 건물 벽을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땅으로 완벽히 탈바꿈시켰다. 관수와 식물 이탈 등의 문제로 초기의 푸릇함을 잃은 건 조금 아쉽다. 꼭 수직 정원이 아니더라도 케 브랑리 박물관의 정원은 주변의 주민이 즐겨 찾는 쉼터다. 질 클레망이 정성 들여 가꾼 169그루의 성목과 키 큰 풀 사이로 얕은 언덕과 작은 공연장이 자리한다. 1999년 완성 당시에는 평평한 잔디 형태였으나 지금은 다양한 식물이 높낮이를 달리하며 현대적 생태 설계를 보여준다. 사실 정원은 센 강의 범람에서 지하 수장고의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한다. 다양한 실험을 거쳐 식물의 성장에 알맞은 수분을 유지하고 적절한 배수 능력을 갖춘 지금의 정원이 완성되었다. 북쪽은 단풍나무와 참나무, 남쪽은 목련과 벚나무로 구성해 사계절 내내 나무에 꽃이 피고 지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www.quaibranly.fr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강의숙(조경 디자이너, 클럽지 대표)

출처 - The Secret Garden - 노블레스닷컴 (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