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3-002. 김해건설공고 <와룡매> (2023.01.23.)

 

 

 

 

 

 

 

 

 

 

 

02. 김해건설공고 와룡매 (2023.01.23.)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 교정에는

수령 100년 정도의 오래된 고매(古梅)들이

교문에서부터 본관까지 이어진 약 200m의 '매화로' 양 옆으로

80여 그루가 매화터널을 이루며 도열해 있다.

 

이 오래된 매화나무들은

마치, 용이 땅을 기는 듯, 높은 창공으로 승천하는 듯,

마침내 무리를 지어 용트림하는 모습으로 줄지어 서 있다

그 줄기가 기기묘묘하게 휘어지고 구부러져서

마침내  ‘자유속의 질서’를 연상케 하는 고매들의 군무를 연출한다

그래서 <와룡매>라고 불린다

 

그 80여 그루의 <와룡매> 중에서

백매가 60여 그루, 홍매가 20여 그루 정도인데

대부분이 90년 이상 된 나무들이고

특히 구지호 연못 주변의 10여 그루가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20년생 내외의 어린 후계목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이 김해건설공고의 <와룡매>들은

1927년에 김해농고가 이 자리에서 개교할 때

당시 한 일본인 교사가 실습용으로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었다고 한다

 

그 후, 해방 뒤에 일본으로 돌아갔던 그 교사는

몇 년 전에, 이제는 백발이 된 모습으로 학교를 다시 찾아왔었는데

아직도 그 <와룡매>들이 잘 보호되고 있음에

눈물을 지으며 감사해하면서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김해농고의 일본인 교사가 심고 가꾸었던 <와룡매>는

40여 년 전쯤인 1978년에 김해농고가 시 외곽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김해건설공고가 들어서면서 그 이후부터는 김해건설공고에서

<와룡매>들을 관리해오고 있는데 현재 김해시 관리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2023년 1월 23일 현재, <와룡매>의 개화상태는

아직 많이 이르다

1월 15일에 인터넷에 올라온 개화 사진만 보고 섣불리 찾아갔었는데

비록 요즘 날씨가 포근해도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단지, 교문 근처의 비교적 젊은 백매 9그루만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토종 매화로서

매화의 연륜과 품격을 갖춘 고매화는 현재, 약 200여 그루 정도가

전국 각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중에서 약 70%가 전남과 광주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특별히 호남지역의 토종 매화 다섯을 엄선하여

‘호남 5매梅’라고 부른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선암사의 선암매仙巖梅>,

담양 지실마을의 <계당매溪堂梅>, 전남대의 <대명매大明梅>,

고흥 소록도의 <수양매垂楊梅>가 여기에 해당된다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매화로는 '산청 3매梅'와 '안동 2매梅‘가 유명한데,

남사예담촌의 <원정매元正梅>, 단속사지의 <정당매政堂梅>,

산천재의 <남명매南冥梅>가 ’산청 3매'이고

안동 도산서원의 <도산매陶山梅>와 하회마을의 <서애매西厓梅>가

'안동 2매‘에 속한다

 

그리고 2007년 문화재청은 오랜 세월 우리 생활·문화와 함께해온

매화 4그루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바 있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천연기념물 제486호)>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484호)>,

구례 화엄사 <길상전 앞 백매(485호)>, 순천 선암사 <선암매(488호)>등이

국가문화재로서 나라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밖에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 화엄사의 <흑매>, 전주 경기전의 <녹약매> 등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매의 반열에 올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고매들 중에서

도산서원의 <도산매>와 산청의 <정당매> 그리고 소록도의 <수양매>는

애석하게도 근래에 완전히 고사하고 말았다

나머지 고매들도 수령 350살에서 700살까지 워낙 나이가 많은 고목들이라서

항상 동해凍害나 태풍의 위협과 피해 앞에 놓여있고

해마다 힘겹게 꽃을 피우고 있다.

 

경남지역에 '산청 3매',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 외에

김해건설공고 교정에 100년 연륜의  <와룡매> 군락지가 있다

대부분의 매화들이 전통 깊은 사찰이나 산 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김해의 <와룡매>는 김해 구산동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뛰어난 것이 큰 장점이다

 

<와룡매> 군락지가 있는 김해건설공고 주변으로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 국립김해박물관, 구지봉, 대성동고분, 봉황대공원 등

가야의 천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 두루 산재해 있고

부산∼김해 경전철의 박물관역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져 있다

교통뿐만 아니라 가야역사문화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경남 유일의 도심 매화 군락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