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양산 통도사 홍매화 <자장매> (2023.01.20.)
새해 벽두부터 남녘의 양산 통도사로부터
매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주초에(1월 16일) 지인으로부터
벌써 <자장매>가 꽃방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는 뜻밖의 정보를 들었다
깜작놀라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통도사에는 벌써 꽃불이 붙었다
예년보다도 1달 이상이나 개화가 빨라진 기상이변으로
보통 설 앞, 동짓달에 <자장매>의 꽃잎 몇 장이 열린 적은 가끔 있었지만
올해처럼 본격적인 개화가 진행된 것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경우이다
말로만 듣던 지구온난화의 그 심각한 휴유증이
점점 우리곁으로 다가오고 있음이다
2023 계묘년, <자장매>의 첫 개화소식을
뒤늦게 조사해보니 1월 8일쯤에 있었다
종무소 앞의 <통도매>가
꽃잎 1장을 피웠다는 사진이 인테넷에 올라오기 시작하여
이윽고 <자장매>로 꽃불이 옮겨 붙었다
일반적으로 통도사 <자장매>의 개화시기는 2월 중순 무렵이다
소한, 대한을 거친 뒤에, 입춘을 전후하여
그 해의 추위와 기온에 따라서 2~3주 내외의 시간 차이를 보이면서
꽃망울이 터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올겨울은 새해 연초에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이상고온 현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어
그만 <자장매>의 본격적인 개화가 진행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 다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상기후 현상때문에 더 혹독한 추위가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설날연휴에도
눈과 비바람을 동반한 한파가 전국에 예고되어 있기에
아직 봄은 멀었다고 판단된다
예년의 경험에 따르면
계절을 착각하여 일찍 꽃잎을 펼쳤던 용감한 <자장매>들은
뒤이어 닥친 강추위와 겨울비에 그만 꽁꽁 얼어버리고,
이내 꽃잎이 시들어버려서 허무하게
꽃이 떨어져버리곤 한다
바야흐로 <자장매>의 '시련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영남알프스의 한 축인
영축산 아래에 자리 잡은 불보사찰 통도사에
수령 370년이 넘는 홍매화가 1그루 있다.
스님들의 영정을 보관하는 영각 앞에 자리 잡은 이 홍매화는
‘우리나라 홍매의 표준’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고운 색과 자태가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일찍 피는 매화로도 이름이 높다
해마다 초봄이면
아이돌 못지 않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이 홍매화는
신라 때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서 <자장매慈臧梅>라고 불리는데
매화나무 아래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있었다
“임진왜란 후 통도사 중창을 발원한 우운대사는
먼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고 인조23년(1643년) 이후
참회하는 마음으로 역대 조사의 진영을 모실 영각(影閣)을 건립했다.
상량보를 올리고 낙성을 마치니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서
해마다 섣달 납월에 연분홍 꽃이 피어 사람들은 이를
자장스님의 이심전심이라 믿었다.
매화는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칠 때 향이 더욱 짙어진다.
그 특성이 수행자의 구도행과 닮았고, 자장스님의 지계 정신을 표현한다 해서
이를 자장매화(慈藏梅花)라 하였다.”
통도사 <자장매>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피고나면
1~2주 후에는 <자장매>도 뒤따라 피어서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알린다
매화는 다른 꽃나무에 비해 개화시기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매화를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화괴花魁’라고도 부르고
엄동설한 속의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동매冬梅 · 설중매雪中梅 · 납월매臘月梅 등으로도 불린다
매화가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가지목을 지키며
불빛 하나 없는 눈 덮인 산과 들에서 온기 없는 별빛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꽁꽁 언 대지를 녹이고 혹독한 추위를 걷어내고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세상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역할' 때문이다
그런 뒤에 초연히 시든 꽃잎을 떨구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그 옛날 선비들이
매화를 존중하고 사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매화의 여러 덕목 중에서도 이 ‘선구자적 역할’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선구자적 역할’의 대표적인 매화로는
순천 금둔사의 <납월매>, 거제 구조라의 <춘당매>,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 등이 있다
‘통도사의 <자장매>가 꽃을 피워야
한반도에 봄이 온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의 봄 전령사'로서의 <자장매>의 개화는 의미가 특히 각별하고
그 역할을 가리켜서 어느 시인은
‘대자연이 쓰는 시詩의 첫 문장’이라고 노래했다
<자장매>가 겨울을 몰아내고
새봄의 문을 열어서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기존의 세계를 깨부숴야 하는 용기뿐만아니라
역경을 헤쳐나가는 노력과 인고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어둡고 긴 겨울의 터널 속에서도
소중히 키워 낸 불씨와 온기로 이 겨울을 녹여내고
온누리에 꽃불을 지펴야 하는 '한반도 봄 전도사'로서의 역할은
<자장매>의 타고난 운명이다
그래서 이 마지막 고비과 시련을 감내하고
반드시 찬란한 새봄을 열어야 하는 <자장매>의 용기와 희생 또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역경과 시련을 감내하고 이겨내어
한반도에 새 희망을 전달하는 <자장매>의 그 ‘선구자적 역할’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할 것이다
'■ 사는 이야기 ■ > 매화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2023-003. 통도사 <자장매-2> 시련의 계절 (2023.02.04.) (0) | 2023.02.05 |
---|---|
매화-2023-002. 김해건설공고 <와룡매> (2023.01.23.) (0) | 2023.01.24 |
'2022 - 매화향기, 이태원의 구천으로 스미기를...... (1) | 2022.11.29 |
매화-2022-035. 문경 윤필암 매화 (2022.04.09.) (0) | 2022.04.15 |
매화 -2022-034. 문경 <화장암 홍매> (2022.04.09.) (0) | 2022.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