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안갯벌
멸종위기종 철새를 비롯해 생물 2천150종이 살아가는
진귀한 생물종의 보고인 신안의 '한국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2021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4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으로 5개 지자체에 걸쳐 있으며,
모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새우 양식장
소악교회
소악교회 정원에는
약 50년 전 ‘문준경 전도사’가 섬마을마다 다니며
사랑을 실천하고 전도하기 위해 신고 다녔다던 고무신과 보따리가
교회 입구 표지 석 위에 상징적으로 놓여 있다
문 전도사는 신안 암태도 출신으로 1927년부터 인근 다도해의 섬들을 돌면서
전도를 시작했다
사실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섬사람들은
토속 신앙을 믿으며 살아온 전통 때문에 섬은 기독교 신앙이 전파되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로 꼽힌다
1년에 아홉 켤레의 고무신을 갈아 신을 정도로 섬과 섬 사이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눈물겨운 사랑과 헌신적인 삶으로 봉사했다
그러다 한국전쟁 당시 증도까지 밀고 들어온 공산당으로부터 교회를 보호하려다
증동리 앞바다 갯벌에서 순교했다고 한다
섬에 떨어진 밀알은 가시덤불이 아니었고
질펀한 갯벌에서 칠면초처럼 더디지만 튼실하게 자라났다
<기점소악도 12사도 순례길>은
문준경 전도사가 걸었던 섬과 섬사이 노두길이 모티브가 되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악교회’의 임병진 목사는 인터뷰에서
“증도면에 있는 열한 개 교회 중 여덟 개는 증도에 있고 세 개는 병풍도에 있다
증도에 있는 교회들은 문 전도사가 직접 개척했거나 기도처로 만들었던 곳이
나중에 교회로 세워졌다
병풍도에 있는 교회들은 문 전도사가 6·25전쟁 때 순교한 후 세워졌다
병풍도의 어머니 교회인 병풍교회를 통해 1986년 소악교회가 개척됐다
문 전도사의 영성이 담긴 교회”라고 말했다
그리고 “교회는 이곳을 찾은 크리스천에게는
영적 의미와 목적을 찾도록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며
일반 순례객도 주님을 섬기듯 환대해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9번 <작은 야고보의 집 (소원의 집)>
문준경 전도사의 하얀 고무신이 전시되어 있는 소악교회를 지나면
진섬 건너가는 노두길 앞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그 우측으로 둑방길의 끝에 자리 잡은 ‘작은 야고보’의 집은 프로방스풍의
동화 속의 오두막을 연상케 하는 예배당이다
서양의 어부들이 거친 바다로 나가기 전에 안전과 풍어를 기도하는
‘어부들의 기도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파도와 물고기를 상징화한 스텐인드글라스 창으로 들어오는
푸른 빛은 예배당 내부를 은은하게 감싸고
높게 휘어진 천정과 자유분방하게 휘어진 나무의 곡선은
방문객의 마음을 여유롭고 편하게 만든다
예배당 내부에는 100년이 넘은 한옥에서 가져온
오래된 목재로 기둥과 문틀을 세웠고,
바닥에는 방문객들이 편안히 앉아서 휴식하며 사유할 수 있게
우리나라 전통의 대청마루를 깔았다
10번 <유다 다대오 집 (칭찬의 집)>
‘유다 타대오의 집’은 소악도 노두길을 건너면 바로 나오는
진섬 입구에 있다
뾰족 지붕의 특이한 형태와 작고 푸른 창문이 많이 있는
흰색의 예배당이다
바닥 타일이 독특한 ‘유다 타대오의 집’은
길이 갈라지고 모이는 교차로를 상징화 하여 여러 개의 길과 삶,
그리고 마음이 하나로 모여 서로 칭찬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한다
디자이너는 건물 주변에 작은 숲과 정원을 조성하여
순례길 여정의 그늘막이 되고
소악도의 갯벌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11번 <시몬의 집 (사랑의 집)>
조가비 형태의 ‘시몬의 집’은 문이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건물을 관통하여 신안의 다도해와 김 양식장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부드러운 바람 소리도 모두 건물을 막힘없이 통과하여
방문객의 가슴에 여유와 자유로움으로 안긴다
건물 꼭대기에는 강영민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조는 하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잠이 들기 직전의 상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서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상징하고,
작품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는 조개껍데기 모양의 부조는
진주를 품은 조개의 아픔처럼 사랑도 아름과 인내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울창한 해송을 배경으로 한가로운 바닷가에 자리 잡은 ‘시몬의 집’은
앞뒤가 거침없이 열린 개방형 구조의 예배당으로서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12번 <가롯 유다의 집 (지혜의 집)>
마지막 12사도 ‘가롯 유다의 집’은
기점·소악도에 딸린 딴섬에 홀로 자리 잡고 있다
딴섬 건너가는 길은 노두길이 아닌 자연상태의 모래갯벌로서
‘시몬의 집’에서 한적하고 조용한 조릿대나무와 소나무 숲길을 통과하면
고운 모래사장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낸다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매력적인
고딕양식의 예배당이다
예배당 왼 쪽에 나선형으로 꼬아서 쌓아올린 벽돌종루에 종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땡 땡 땡” 열두 번 종을 울리며
기점·소악도 <12사도 순례길>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가롯 유다는 예수를 배반한 사람이다
그런데 작가가 이 예배당을 <지혜의 집>이라 이름지은 이유가 뭘까?
손민아 작가는
‘유다는 배신을 했지만 이후 잘못을 뉘우치는 제자이고
배신의 아이콘이 아니라 반성의 아이콘이다
비틀어져 있는 종탑을 보면서 뒤틀리고 꼬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일상으로 지혜롭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혜의 집’이라 했다’고 한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용서와 사랑’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가장 필요한 빛과 소금인 것은
변함없는 만고의 진리일 것이다
대기점도에서 병풍도로 넘어가는 노두길이 물에 잠길 때의 모습
소악도 선착장
2017년에 전라남도에서 ‘가고 싶은 섬’사업으로
5년에 걸쳐 40억 원을 지원하는 9번째 공모사업으로 기점·소악도를 선정함으로서
‘12사도 순례길’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후 기점·소악도는 ‘순례자의 섬’으로 거듭나게 되었고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기점도에서 진섬과 끝섬 까지를 잇는 12㎞의 길에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예배당을 짓는 제안은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였다는 생각이 든다
여느 섬들처럼 손쉬운 마을환경개선사업의 용도로 전라남도의 지원금을 받았다면
오늘날 기점·소악도가 ‘천사섬 신안’을 대표하고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순례의 성지’로 결코 변신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또한 예배당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까지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섬주민들의 노력과 희생도
사업실행에 빼놓을 수 없는 큰 힘과 추진력이 되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 없는 섬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하여
효율적으로 콘텐츠화시켜서 대단한 부가가치를 창출한
성공 신화라고도 할 수 있다
기점·소악도의 ‘12사도 순례길’은
때론 섬을 관통하고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두길을 따라서
천천히 걷는 사색과 순례의 길이다
그리고 마을길을 따라 난 길에 있는 언덕이나 갯벌, 호수 등에
12개의 작은 ‘12사도 예배당’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 12개의 예배당은 종교적인 건물로 국한되기보다는
섬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명상과 기도처, 쉼터가 되는 자유롭고 열린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며
마을주민들은 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기독교나 천주교인에게는 예배당이고, 불교 신자에게는 작은 암자로서,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겐 이곳이 명상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구나 편안하게 들럴 수 있는 공공 건축미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11명의 국내·외 건축예술가들이
협동해 만들어낸 개성 넘치는 예배당 건물의 디자인 감상은
순례길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두 평이 채 안 되는 작은 예배당들은 야트막한 산과 바다, 갯벌과 노두길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섬 속의 풍경이 된다
아울러, 건물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과 표정을 지니고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작가의 디자인 의도를 파악하고 상상해보는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다음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여행길이 풍성해진다
반면에, 기점·소악도 노두길에 물이 들면
순례자의 일상은 잠시 멈춘다
노두길에는 자연의 시간에 따라 건너고 쉬어 가기를 반복하며 여행하는,
섬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빠름과 편리함이 익숙한 우리들에게 섬은 '멈춤과 느림의 미학'을 일깨워 주고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와 겸손’도 배워준다
아울러 자신을 내려놓고, 과거의 시간을 돌이켜 보고 미래를 설계해 보는
성찰과 사유의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불편한 섬!
그리고 그 불편함을 즐기는 순례자의 섬!”
신안군에서 내걸었던 그 캐치프레이즈를 새삼 음미해보면서
떠나오는 배 위에서
점점 멀어지고 점점 작아지는 기점·소악도의 ‘12사도 집’들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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