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기점·소악도 <12사도 순례길> - <섬티아고 길>
섬 부자 전라남도에는 우리나라의 3300여 개 섬 중에서
2165개가 자리하고 있다
그 대부분이 신안군에 1004개가 모여 있어 이른바 ‘천사섬’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증도면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의 섬을 흔히 '순례자의 섬'으로 이름 짓고,
섬과 섬을 연결하는 12km의 길과 노두길을 '순례자의 길'이라고 부른다
이 '순례자의 섬'은 노두길로 한 섬처럼 이어져 있어
밀물 때 섬과 섬을 잇는 노두길이 바다에 잠겨 다시 5개의 섬으로 변하는 곳이다
오래전 섬과 섬 사이 갯벌에 돌을 쌓아 만든 징검다리 길이 노두길이다
지금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차량 통행도 가능하지만,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져야만 사람이 다닐 수 있어 ‘기적의 순례길’로도 불린다
기점·소악도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섬이 대기점도이며,
그 아래의 남쪽이 소기점도, 다음이 소악도이다
처음에는 노두길이 바닷물에 잠겨 다시 열리는 것에서 착안해 ‘기적의 섬’으로 불렸으며,
이후 섬 곳곳에 예수님의 12사도를 연관시키는 ‘교회 기념물’들이 들어서면서
‘순례자의 섬과 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송공항 선착장
기점·소악도로 가는 길은
신안군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06:50부터 하루 4회 출항한다
‘섬티아고 길’의 출발점인 대기점도까지 소요시간은 약 1시간 걸린다
지도 송도선착장, 증도 버지선착장 및 무안 신월선착장에서도 여객선이 있지만
대기점도가 아닌 병풍도로 간다
병풍도에 내리면 ‘순례자의 길’ 출발 섬인 대기점도까지
수 킬로미터 건너가야 한다
신안 송공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천사대교 밑을 통과한다
2019년 4월에 개통된 천사대교는
총 길이 10.8km (교량길이 7.22km, 폭 11.5m)의 자동차 전용도로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긴 연륙교이다
기점·소악도는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존지역이다
섬 모양이 기묘한 점 모양의 섬이어서 기점도,
섬 사이를 지나는 물소리가 크다고 해서 예로부터 소악도라 불린다
이 작은 섬들을 잇는 노두길을 연결하면 한국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 된다
모섬인 병풍도에서 대기점도까지 노두길은 975m, 대기점도에서 소기점도까지는 217m,
소기점도에서 소악도까지는 373m, 두 개의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두길은 241m로
총 길이 1770m이다.
여기에 병풍도와 연결된 작은섬 신추도까지 놓인 노두길(210m)까지 합치면
이곳 노둣길의 합은 1980m에 이른다
전라남도는 기점·소악도를 2017년 ‘가고 싶은 섬’으로 정했다
2017년 전남도가 5년에 걸쳐 40억 원을 지원하는 아홉 번째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을 잇는 12㎞의 길에
예수의 12사도를 상징하는 예배당을 짓는 아이디어였다
모티브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져왔다
주민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이고
증도면이 여성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와 관련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순례자의 섬’으로 주제를 정했다
노두길로 연결된 5개의 섬에 위치한 12개의 예배당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모티브가 되었다
그래서 이곳을 ‘순례자의 섬’ 또는 ‘한국의 섬티아고’라고 부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의 국경마을 생장피에드 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무려 800㎞를 걷는 순례길이다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빠지는 극한의 고통을 견디며 산티아고까지 걷고 또 걷는데,
순례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으려는 세계 각지의 순례객들이
끊임없이 산티아고로 모여든다
규모는 그기보다 훨씬 작지만 국내에도 아름다운 순례길이 생겼는데,
일명 ‘섬티아고 길’이라고 불리는
신안 증도의 기점·소악도 ‘12사도 순례길’이다
가고 싶은 섬 ‘기점·소악도 순례길’의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짓는 프로젝트에는 한국 작가 6명과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5명의 외국인 설치미술 작가가 참여했다
강영민, 김강, 김윤환, 박영균, 손민아, 이원석 등의 한국 작가와
장 미셀 후비오(프랑스), 파코(스페인), 브루노 프루네(프랑스), 아르민딕스(포르투갈), 에스피 38(독일) 등의
외국 작가들이 공동으로 작품에 참여했다
첫 번째 예배당인 베드로의 집에서 열두 번째 예배당인 가롯 유다의 집까지는
약 12㎞로 걸어서 3~4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여정에는 여유롭고 한가로운 농촌의 풍광과, 광활한 바다와 갯벌도 두루 나타나는데
기점·소악도의 12개 예배당을 모두 둘러보기 위해선
네 개의 노두길과 하나의 바닷길을 건너야 한다
바닷물이 들고남에 따라 노두길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해서 ‘기적의 순례길’로도 불린다
12개 예배당을 모두 방문하는 순례길은
대기점도 선착장에 내려 1번 베드로의 집에서부터 12번 가롯 유다의 집까지,
번호가 매겨진 순서대로 걷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물때와 일정에 따라서 소악도 선착장에 내려서
순례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오는 여정도 가능하다
(사진 출처 : 기점·소악도 홈페이지)
1번 <베드로의 집 (건강의 집)>
'12사도 순례길'의 출발지는
대기점도 방파제 맨 앞에 서 있는 ‘베드로의 집’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주택을 연상시키는 지중해풍의 작은 이 예배당은
푸른색 둥근 돔 형태의 지붕 아래 흰 회벽으로 마감되어 있다
예배당은 눈부시게 밝고
예배당 내부 또한 특별한 장식 없이 깨끗하고 간결하다
코발트블루의 바다와 잘 어울리는
하얀 옷에 푸른 모자로 싱그럽고 산뜻하게 단장을 한 ‘베드로의 집’은
제일 먼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세 개의 작은 작품으로 이루어진 베드로의 집은
종탑, 명상처, 기도소 및 등대, 선박 대기소, 화장실 등 여러 기능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재치있는 구성의 다용도 기능 예배당이다
키가 작은 종탑은 몸을 숙여 종을 치도록 디자인하여
몸을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순례길을 떠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담겨 있다
이곳 출발점에서는 종을 한 번 치고,
마지막 ‘가롯 유다의 집’에서는 종을 열 두 번 쳐서 순례가 무사히 끝났음을 알리도록
전체 여정이 설계되어 있다
'베드로의 집'은 방파제에서 약 300m 정도 돌출되어서
물이 차 오르면 바다 위의 아주 작은 점처럼 홀로 뜨 있게 된다
오고 가는 방문객들의 훌륭한 이정표이자 안식처이다
대기점도의 관문 및 '12사도 순례길'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300m 길이의 곡선 방파제 끝에
순례객의 편의를 위해 전기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대여료는 반나절 5,000원, 하루 10,000원이다
대기점도에서 대여하여 소악도에서 반납할 수도 있다
2번 <안드레아의 집 (생각하는 집)>
대기점도에서 병풍도로 건너가는 노두길 입구,
북촌마을 앞 동산에 자리 잡고 있다
두 개의 둥근 지붕이 있는 이슬람풍의 예배당으로
밀물과 썰물을 ‘해와 달’로 해석하여
장방형 모양의 전실과 둥근 모양의 본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예배당을 만들며
작품 속에 섬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녹여 넣었다
섬에 있던 돌절구와 여물통을 건축의 일부로 사용하였고
성소 중앙에는 돌평상을 설치하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하늘색 돔은 이 섬의 주산물인 양파를 형상화한 것이고,
첨탑 위에 있는 고양이 상은 섬의 수호신으로 ‘고양이 천국’ 대기점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대기점도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살고 있다
약 30여 가구의 주민들과 300~400마리에 이르는 고양이들이
말 그대로 동거 중이다
30년 전에 마을이 들쥐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되자
쥐를 없애기 위해 고양이를 섬으로 들여와 키우고, 반면에 개는 육지로 내 보낸 것이
이 섬이 ‘고양이 천국’으로 변하게 된 사연이다
‘안드레아의 집’ 내부에 난 작은 들창을 통해 바라보면
대기점도의 어미섬인 병풍도가 보이고,
대기점도를 연결하는 노두길이 길게 펼쳐져 있다
대기점도에서 병풍도로 넘어가는 노두길은 975m로
섬티아고 노두길 중에서 가장 길다
3번 <야고보의 집 (그리움의 집)>
논둑길을 따라 조그만 저수지가 있는 언덕의
작은 예배당이다
조그만 저수지에는 8월의 뜨거운 햇살아래 백련이 활짝 피어 무더위에 지친 방문객에게
그늘 쉼터와 여유를 제공한다
아주 심플한 디자인의 ‘야고보의 집’은
전반적으로 태국 사원같은 느낌을 주는 예배당으로
건물 주위에 열주를 둘러서 회랑을 만들었다
예배당 내부에는 정면 흰 벽면에
조금은 생뚱맞은 에밀레종의 비천상이양각되어 있다
좌우 양쪽으로 5개의 작은 유리블록 창이 있고 정면에도 5개의 작은 오픈된 창이 있는데
그 공간으로 분홍빛이 은은히 번져 나온다
그 분홍빛의 정체는 예배당 뒷면의 붉은색 벽에서 스며든 빛이고
십자가도 내부에는 없고 외부의 그 붉은 벽면에 새겨져 있다
4번 <요한의 집 (생명평화의 집)>
대기점도 남촌마을의 바다가 바라보이는 길 옆
언덕배기에 설치되어 있다
'요한의 집'은 원통형으로 쌓아올린 벽돌집으로 완만하고 매끄러운 석회로
표면을 마감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천정을 통해 빛이 쏟아지면
실내는 마치 생명을 품은 자궁으로 느껴진다
내부 벽면을 따라 설치된 곡선형의 의자에는 모자이크 타일이 사용되었고,
의자와 바닥 중앙에는 '생명, 평화, 탄생'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생명평화의 집'은
생명과 평화, 탄생과 죽음 같은 인간의 삶을 응축한 작품으로
창 바깥으로 멀리 섬 주민이었던 할머니의 무덤이 보인다
염소를 키우던 할아버지가 예배당의 설치를 위하여 이 땅을 기증했고,
작가는 조각으로 보답을 했다
작가는 창을 바다를 향하지 않고 밭쪽을 바라보게 설계 했다
먼저 떠난 할머니 산소가 창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이 땅을 기증했던 할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아침 꽃을 들고와
할머니 무덤을 향하여 기도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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