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순천 선암사 <무우전 매화> (2022.03.19.)
우리나라 '매화의 보물창고'인 선암사 경내에는
최소 수령 350년이 넘는 약 50여 그루의 고매들이
전각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중에서 원통전 담장 뒤편의 백매화와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화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2007년에 지정되었다
특히 무우전 돌담길의 20여 그루의 고매 군락은
우리나라 토종 매화의 정수精髓를 보여준다.
어느 이른 봄날 그 매화터널에 들어서면
시린 겨울과 속세에서 벗어나 환상적이고 달콤한 봄을 체험할 수 있는
보석 같은 공간이 '무우전 매화길'이다.
봄비가 새벽부터 오전내내 줄기차게 내렸던 선암사의
2022년 3월 19일 현재, 개화상황은
무우전 돌담길의 홍매화와 백매화는 상당히 개화가 진행되었고
원통전 담장 옆의 백매와 대웅전 뒷 편의 홍매, 그리고 요사채인 무량수전 홍매는
지금 거의 만개 수준이다
반면, 첨성각 연못 옆의 백매와 공양간인 적묵당 담장의 홍매와 백매,
해천당 담장과 마당의 고매, 그리고 뒤깐 옆과 뒷 편의 매화는
봄비 속에서 아직 개화초기의 청초하고 앳띤 모습을 보이고 있어
3월 4째 주말쯤에나 만개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우전無憂殿은 선암사 북쪽으로
대웅전의 북동쪽에 위치해 있는 요사채이다
‘ㄷ’자형으로 전면이 둘러싸여진 무우전의 뒷마당에는
철불이 봉안되어 있는 각황전이 있다
선암사에서 제일 뒷 쪽의 외진 영역에 위치한 무우전은 선방으로 적격인데
지금은 선방 겸 요사채로 사용하고 있으며
태고종台古宗 종정의 침실이 있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무우전 지역이 2020년 부터 처음으로 개방되었다
<무우전 매화>들의 뒷모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새로운 앵글과
미지의 종교영역이 열린 것이다
전인미답의 신천지에 들어서는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그 비밀의 정원 구석구석을 렌즈에 담으면서
문득 고마움이 우러나왔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절에
금단의 지역을 일반인에게 개방해준
선암사의 자비와 배려는 마땅히 칭찬받아야 할 선행이자
진정한 종교의 역할이라고 할 것이다!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다는 선암사는
예로부터 100종이 넘는 꽃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어서
한국의 정원수들을 총 망라했다는 찬사를 듣는 ‘꽃절’로도 유명하다
무량수각 앞의 600살 된 누운 소나무,
지장전 위의 영산홍과 자산홍, 칠전차밭의 700살 넘은 차나무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매화나무라고 할 수 있다
천년고찰 선암사에는 그 오랜 시간을 전설처럼 함께 살아 온
매화나무들이 있다.
칠전선원과 원통전 사이 그 통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선암백매仙庵白昧’와
무우전 돌담길 중간쯤의 ‘선암홍매仙庵紅昧’는 600살이 넘은 천연기념물로서
선암사의 역사와 그 향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1,500년이 넘은 완숙한 절집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 그루 말고도 많은 고매화들이 살고 있다.
대웅전 뒷 계단에 자리한 수령 450년의 매화와
첨성각 앞의 홍매화는 수령 4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건강한 매실을 생산해 내고 있고,
그 외에도 수령 300년 내외의 매화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선암사의 고매화들은
요즘 우리 주위에 흔한 매화마을의 일본산 개량종이 아니라
우리의 토종매화이다.
개량종의 수명이 수십 년인 데 비하여 토종 매화는 수명이 수백 년에 이르고,
고목의 구부러진 등걸마다 몇 백 년의 세월을 이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매화의 특징은 꽃잎은,
일반 매화에 비해 작고 꽃도 듬성듬성 피지만
그 기품과 향은 감히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죽은 듯이 메마른 등걸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그 고아한 멋과
끝을 알 수 없는 그 깊은 향기는
이 세상 모든 꽃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해마다 겨울이면 선암사 쪽만 바라보고 살지만,
그 찬란한 매화의 계절은 결코 길지가 않다
보통 일주일에서 길어야 이주일 정도로 아주 짧아서 금새 찰나처럼 지나간다
‘짧은 만남, 긴 아쉬움......’이지만
<선암사 매화>가 있어서 선암사의 겨울은 깊고도 깊고,
그리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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