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 산청 산천재 <남명매> (2022.03.18.)
산천재 앞 뜰의 매화나무, <남명매南冥梅>는
'산청3매' 중의 하나로서,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이곳에
선생이 61세이던 명종 16년(1561)에 산천재를 지으면서
손수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남명매>는 수령 450여 년의 연륜과 역사를 자랑하는 고매로서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진 중심 줄기는 뒤틀리면서 하늘을 향해 뻗어 올랐고
연한 분홍빛이 도는 소담한 반겹꽃을 피운다
450년 동안 숱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남명매>는
'산청3매' 중에서 유일하게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목이 노쇠하여
2016년에 대대적인 외과수술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외과수술은
부패부제거 살균처리→ 살충처리→ 방부처리→ 방수 처리→ 동공 충전→
매트 처리→ 인공나무 껍질, 지주목 설치 등의 순서로 치료과정의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보통 노거수나 거목의 외과수술은 동공이 크고 가지나 줄기의 상처에 부패가 심하여
부러지거나 갈라질 위험이 많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쇠조임 와이어작업도 함께 설치하게 된다
복잡한 외과수술로 현재 <남명매>의 몸은 성한 곳이 없지만
비교적 잘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산청3매'중에서 <원정매>와 <정당매>는 원목이 결국 고사하고 말았지만
<남명매>는 치료와 보호의 보살핌을 받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 春山底處無芳草
봄 산 어디엔들 아름다운 꽃 없겠는가
只愛天王近帝居
내가 여기에 집을 지은 이유는
다만 천왕봉이 하늘에 가까운 걸 사랑해서 라네
白手歸來何物食
빈손으로 돌아 왔으니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銀河十里喫有餘
은하수 십 리 맑은 물 먹고도 남겠네 」
남명 선생이 말년에 산천재에서 쓴 한시이다
지리산 천왕봉의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려 산천재 앞을 흘러가는
은하수 강의 맑은 물만 마시고 선비의 지조를 지키고 살았던
옛주인 남명 선생은 가고 없지만
그 빈 뜰에서 '남명매'는 450년 동안이나 은하수 강을 벗 삼아
오늘도 묵묵히 꽃을 피우고 있다
산청 시천면의 산천재山天齊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인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지로서
조정에서 내린 벼슬을 모두 거절하고 학문연구와 후진양성에
여생을 보냈던 곳이다
실천유학의 대가 남명 선생이 예순 한 살에 둥지를 튼 산청,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이 자리에 선생은 산천재를 짓고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나무 한 그루를 뜰에 심고
항상 벗을 삼았다
산천재가 있는 현 위치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중산과 삼장으로 나누어 흐르다가 덕천에서 만나는 곳으로
산천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으며
물 맑은 덕천강이 산천재 앞으로 흐른다
조식 선생의 유적은 두 곳으로 나뉘는데
사리絲里에는 산천재, 별묘, 신도비, 묘비가 있고
원리院里에는 덕천서원과 세심정이 있다
산천재는 선생이 학문을 닦고 연구하던 곳으로
명종 16년(1561)에 세웠고, 순조 18년(1818)에 다시 고쳐 지었고
규모는 앞면 2칸, 옆면 2칸의 아주 단촐한 규모이다
남명 선생은 영남의 퇴계 이황 선생과
쌍벽을 이룬 호남 학파의 수장이다.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았지만
죽어서 대사간에 이어 영의정에 추서된 선비이다
선생은 1501년(연산7년)에 경상도 삼가현에서 태어나
벼슬길에 나아간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했다가
그 후 의령, 김해, 삼가 등지에서 거주하였다
선생은 61세가 되던 해에,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산청의 덕산으로 이주해
그곳에 서실을 짓고 산천재라 이름 하였다
이 ‘산천山天’이라는 당호는
<주역> 대축괘大畜卦의 “강건하고 독실하게 수양해
안으로 덕을 쌓아 밖으로 빛을 드러내서 날마다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말에서 그 뜻을 취한 것으로
강건한 기상과 독실한 자세로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깊숙이 묻혀
심성을 수련하고 올바른 수양을 하는 것이 학자의 길임을 천명한 것이다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평생을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은둔의 지사, 참 선비의 표상으로서
오늘날에도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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