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순천 금둔사 매화 (2022.03.12.)
순천 낙안읍성 위쪽의 금둔사에는
음력 12월(납월臘月)에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납월홍매> 6그루가 있다
부산 UN공원의 홍매와 거제도 구조라 초등학교의 <춘당매>를 제외하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로 유명한 <납월홍매>가 있기 때문에
전국의 탐매객 들이 이른 봄이면 항상 남녘의 금둔사를 주시하게 되는
<납월홍매>의 성지와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개화시기는 매우 빠르지만 그 날자는 해마다 들쑥날쑥하여
그 적기에 맞추어 찾아가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항상 때를 놓쳐서 실망도 많이 하게 되는 탐매처가
금둔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넉넉하게 3월 초에 방문하면 켤코 <납월홍매>를 못 볼 리야 없지만
전국의 매화들이 피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납월홍매>는 이미 지고 있기 때문에
3월 달에 금둔사를 방문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새로 알게 된 ‘순천복음교회 매화정원’을 처음 방문하게 되면서
<납월홍매> 방문의 시기가 이미 지난 줄은 잘 알지만
순천의 금둔사를 들르게 되었다
금둔사는 <납월홍매> 6그루 외에도
약 100그루 정도의 백매, 청매, 홍매 등이 자라는 매화정원 산지가람이지만
나는 항상, 월등하게 일찍 피는 <납월홍매>를 보러 2월 초쯤에 찾아갔었기 때문에
100그루의 매화가 모두 피는 그 매화정원의 아름다움은 오늘에야 보게 되었다
물론 6그루의 <납월홍매>는 이미 그 사명을 다하고
조용히 지고 있었다
<금둔사 청매>
금둔사의 대웅전 근처에
제법 오래 된 100년생 내외의 청매화 2그루가 있다
<납월매>가 만개한 뒤, 지기 시작할 무렵에야
꽃망울을 열기 시작하여 금둔사의 봄을 이어가지만
<납월매>의 유명세에 가려
만개한 모습을 보는 기회를 항상 놓치게 되는 매화가
바로 <금둔사 청매>이다
금둔사 <납월홍매>는
꽃잎의 크기가 상당히 작은 분홍색의 겹꽃으로서
20~30개의 꽃잎들이 겹겹으로
지름 1cm 안팎의 크기로 가지에 달리는데 반하여
<금둔사 청매>는 흰꽃에 푸른 꽃받침을 가진 꽃잎 5장 홑꽃 청매로서
청매 특유의 아주 우아한 자태와 향기를 자랑한다
금둔사金芚寺는 ‘부처가 싹을 틔우는 절’이란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는 순천의 작은 사찰이다.
바로 옆 조계산 자락에 워낙 유명한 선암사와 송광사가 턱 버티고 있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안다.
특히 사진작가들 사이에선 매화와 차로 유명한 절로서,
해마다 2월이면 <납월매>를 보려고 전국에서
카메라를 메고 몰려든다.
해발 679m의 금전산 서쪽에 위치한 금둔사는
신동국여지승람의 기록과 보물인 금둔사지석불비상과 금둔사지 삼층석탑으로 보아
금둔사의 창건연대를 통일신라 때로 추정해오다가
최근에 순천대학교 박물관측의 발굴유물을 토대로 9세기경 창건된
사찰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정유재란(1597) 때 가람이 완전히 불에 타서
금둔사는 오랜 세월 폐사지로 남아 있었는데,
1979년에 이르러 완전 도굴되어 흩어져 있는 삼층석탑을 복원하고
1984년부터 지허 선사가 대웅전과 일주문 선원, 약사전, 요사채,
홍교 등을 복원 중창하였다
금둔사를 다시 일으키면서 지허 선사가
산 아랫마을 낙안읍성 근처의 조씨 면장 집에서 600살의 나이로 고사한
<납월매>의 씨앗을 받아와 1985년에 금둔사 경내에 심었는데,
그 씨앗 중에서 6개가 살아남아서 오늘까지 <납월매>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금둔사의 홍매화가 <납월홍매>로 불리는 까닭은
엄동설한인 음력 12월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음력으로 12월을 납월(臘月), 혹은 섣달이라고 하는데,
온 세상 모두가 얼어붙어 있는 엄동설한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매화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서 막상 꽃을 피워도 이내 꽃잎은
아직도 매서운 추위에 바로 얼어서 시들어 버리고,
꽃으로서의 생명을 다하고 만다.
꽃으로서의 화사함이나 우아한 자태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메마르고 퇴색된 꽃잎만 남기고
하루살이처럼 장렬히 사라져 간다.
‘유아독존’ - 세상 모두가 숨죽인 눈 속에서 홀로 피어나지만
이내 얼어붙어 시들어 버리는 그 쿨한 모습은 이른바 ‘상처뿐인 영광’으로서,
오직 이 혹한에 꽃을 피워냈다는 강인한 정신과 맑은 기품만
오래토록 우리 곁에 향기로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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