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송광사 송광매 (2021.03.20.)
조계산은 소백산맥 줄기의 끝 부분에 해당하며,
해발 889m의 높지 않은 산이다
산세는 험하지 않으며, 철따라 계절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솟구친 절벽은 비룡폭포, 감초암폭포와 같은
명산의 경관도 지니고 있다
그 중턱에는 대각국사 의천 이후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와
선·교종의 중심사찰인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조계산 송광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로
매우 유서 깊은 절이다
‘송광’이라는 절 이름은 조계산의 옛 이름인 송광산에서 따 왔다고 하는데,
절을 언제 세웠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고 신라 말기에
체징이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1842년의 화재와 6·25전쟁 등으로 많은 전각들이
소실되거나 파괴되고 다시 중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재 한국 선종을 이끄는 중심사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송광사의 천왕문에 들어서서 종고루 밑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정면으로 중심건물인 대웅보전이 보이고
왼편으로 <송광매松廣梅>가 나타난다
지상에서 5줄기로 갈라져서 뻗어 오른 이 나무는
수세가 건장한 들매화 계통의 백매로서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해마다 선암사와 화엄사의 매화는 꼭 찾아가지만
그 중간쯤에 위치한 <송광매>는 일정에 쫒기면 생략하곤 했었는데
마지막 방문은 3년 전 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014년에는 해가 질 무렵에 방문한 적도 있었다
남은 저녁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송광매 앞에 도착하기 위해서
매표소에서부터 뛰다시피 걸어서 대웅전 마당에 도착했다
부지런히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7시쯤부터 송광사 저녁 예불을 알리는
법고와 사물을 두드리는 행사가 시작되었다
어둠이 짙게 깔려오는 산사에
<송광매>의 촉촉한 향기가 활기 찬 북소리를 타고
적막한 산사로 스며들었었다
지금, 2021년의 <송광매>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주변의 베롱나무에 걸린 붉은 연등들은
공간을 한층 풍요롭고 운치 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송광매>의 풍성하던 가지들이 많이 잘려나가 수세가 많이 약해졌다
600살이 넘은 선암사 <선암매>의 후계목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 적도 있었는데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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