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승주의 선암사를 '꽃절'이라고 칭송하는데
3월 초순 매화가 피는 시절의 통도사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 할 수 있다
사찰 경내 곳곳 요소요소에 매화가 피지 않은 곳이 없고
선방 앞에도 화사한 매화 한 그루씩은 꼭 있다
해마다 통도사의 매화를 보기 위하여
3번 이상은 꼭 들렀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를 고려하여
2번으로 줄여서 주말 오후에 양산 통도사를 찾았다
통도사 자장매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피고나면
1~2주 후에는 자장매도 뒤따라 피어서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알린다
그러나 올해는 연초에 30년만의 강한 추위가 한동안 맹위를 떨쳐서
개화시기가 빠른 매화들은 대부분 동해를 입고 말았다
그래서 꽃잎이 일찍 시들거나 퇴색되어
매화의 청초한 모습을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자장매>의 개화시기는 평년보다 1~2주 앞당겨졌지만
추위에 얼어서 시든 꽃잎이 너무 많아서 클로즈 업 촬영이 불가능 할 정도여서
디테일 촬영은 포기하고 전체 이미지 촬영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했었다
개화시기가 조금 늦은 <영축매>와 <통도매>는
<자장매>보다는 덜 했지만 강추위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고
전반적으로 올해의 매화들은 동해로 꽃잎이 일찍 시들어서
새로 피는 꽃과 시든 꽃이 한 가지에서 공존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이 연출되곤 했었는데
반면에, 3월 초순의 날씨는 예년보다 포근해서
전국의 매화들이 개화 순서도 지키지 않고 동시에 함께 피는
무질서한 경향도 함께 보이고 있다
일주문 옆의 <수양매>
<자장매>
통도사 경내로 진입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표소 입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운치 있는 무풍한송로를 걸어서 들어가는 방법이고
나머지는, 내부 주차장까지 차로 들어가서 통도천을 건너가는 방법이 있다
통도사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는
영축산문 입구 무풍교에서 제 2주차장 앞 청류교에 이르는
1km 구간을 마사토로 조성한 보행자 전용도로이며
무풍송림舞風松林이 마치 춤을 추듯 어우러지는 풍경을 연출하고
"통도 8경" 가운데 제 1경에 속한다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는
'춤추는 바람결에 물결치는 찬 소나무'라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고
통도천을 따라 걸어서 20~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수백 년된 적송들이 자유자재로 멋대로
휘고, 굽고, 누운 소나무숲에서 잠시나마 세속에서 벗어나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길이다
통도사 내부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삼성반월교 다리를 이용하여 통도천을 지나게 되는데
삼성반월교 다리 앞에 가녀린 <청매>가 1그루 있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깜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몸집이 왜소하고 수령도 어린 <청매>지만
통도사 경내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수문장 매화인데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나니 그 허전함과 실망감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져서
삼성반월교를 넘어가면서 자꾸 뒤돌아보곤 했었다
일주문 옆의 <수양매>는 만개하였고
벌써 시들기 시작한 꽃도 보인다
일주문 뒷쪽의 백매 1그루와 육화당 담장너머 <육화당 백매> 등은
지난해의 심한 가지치기로 꽃잎이 몇 장 달리진 않았지만 만개했고
영산전 옆의 <오향매>와 그 주변의 <청매>도
현재 절정의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아울러 <통도매>와 <영축매>, 그리고 <자장매>는
이미 자신들의 사명을 마치고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바야흐로, 통도사의 봄이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영산전 옆 <청매>
대웅전 뒤쪽의 <금강계단>
해발 1050m의 영축산 줄기가
남쪽 기슭으로 흘러 금강계단에 멈춰 선 곳에,
영남지방의 불심을 아우르는 도량 통도사가 있다
경내 통도사 홍매가 망울을 터트리면 한반도는 봄 소식으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영축산은 원래 부처님이 세상에 계셨을 때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시던
인도 마가다국 왕사성의 동쪽에 있는 산을 지칭한다
그만큼 불법佛法이 흥했던 지역이라 도량이 섰다는 증거다
부처님 사리를 모신 통도사의 역사는
신라 자장율사로부터 시작된다
중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자장은 신앙의 최고 존엄인
부처님의 법체를 신라 땅에 봉안했다
자장율사는 중국 오대산 청량산에서 수행하면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정골사리와 가사를 전수받고 귀국한다
스님은 우선 국가융성을 위해 황룡사 9층 목탑에 사리를 나눠 모셨다
이어 왕명(선덕여왕)에 따라 통도사를 창건해 금강계단을 만들고
이곳에 부처님 정골사리를 모셔 한국불교의 불지종가佛之宗家가 태어났다
통도사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기 때문에 주 법당에는 불상이 없고
대신 거대한 불단인 수미단만 조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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