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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1-011. 통도사 오향매 (2021.03.13.)

 

 

 

 

 

 

 

 

 

011. 통도사 오향매 (2021.03.13.)

 

 

20192월 달에 <자장매>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오향매>를 처음 발견했었다

다섯 갈래의 우람한 고목에 아직 채 꽃망울도 달리지 않았기에

아래에 있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지리산 골짜기에서 옮겨온 통도사의 새로운 식구,

매화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윽한 매화향이

부처님께 향 사르며 예배하는 성불을 향한 수행자의 향기,

1) 수행자가 계율(戒律)을 잘 지키는 향기(戒香)

2) 수행자가 마음을 쉬게 하는 향기(定香)

3) 수행자의 마음에 걸림이 없는 향기(蕙香:혜향)

4) 마음을 뛰어 넘는 향기(解脫香)

5) 수행자의 마음에 나와 남의 구별이 없는 향기(解脫知見)

다섯 가지의 향기를 닮았다 하여 오향매라고

주지스님이 지었다

 

지리산 남녘 깊은 골짜기에서 자생한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고매이다

여러 귀한 인연으로 통도사에 뿌리 내리고

순백색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공양하고

영축총림의 일원으로

당당히 도량의 주인이 되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소개말이다

그리고 품위와 격조가 있으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주지스님의 환영사라고 할 수 있겠다

 

 

 

 

 

 

 

 

 

<오향매>의 등장으로 인해

영각影閣 앞의 마당은 통도사의 매화 정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각 바로 앞에 통도사의 스타, <자장매>가 턱 버티고 서 있고

<자장매>의 맞은 편, 천자각과 영산전의 측면 모서리에

<오향매>가 새로 자리를 틀었다

그리고 <오향매> 앞뒤로 젊은 청매 4그루가 호위를 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다만, 영각과 영산전으로 이루어진 이 환상의 정원

종무소 쪽으로의 통과동선으로 가끔 분위기를 깨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영각影閣은 역대 주지 및 큰스님들의 진영을 봉안한 건물로

정면 8칸 측면 3칸의 긴 장방형 평면으로 된 팔작집이다

현재의 건물은 1704(숙종 30)에 다시 지었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영자전이라 불리다가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탄 후에 다시 복원하기 위하여 건물 상량식을 마쳤더니

전각 앞에 <자장매>가 저절로 돋아났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영산전靈山殿의 영산靈山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한 영취산의 준말이다

후불탱화는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던 정경을 묘사한 영산회상도이고

그 주위에 여덟 폭의 팔상도八相圖를 배치한다

팔상도는 석가모니 생애를 여덟으로 나누어 묘사한 불화이다

이와 같이 팔상도를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영산전靈山殿

팔상전(八相殿, 捌相殿)이라고도 한다

천자각은 학승들을 가르치는 강원(승가대학) 겸 기숙사 건물로

황화각이라고도 한다

 

한반도의 봄을 연 <자장매>가 질 무렵이면 항상 아쉽지만

그때쯤부터 <오향매>가 피기 시작한다는 것은

항상 새로운 희망이기도하다

 

지난해의 <오향매> 가지치기는 잔인하리만치 가혹했기에

현재의 모습은 마치 손발이 모두 잘린 생명을 다한 고사목을 연상시키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장한 꽃들을 피워내고 있다

 

 

 

                                                    2021. 0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