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선암사 첨성각매 (2021.03.21.)
선암사의 후원, 첨성각과 장경각 사이에
조그만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연못 위쪽, 담장 곁에
오래된 고매 <첨성각매>가 있다
첨성각은 스님들이 별이 보이는 새벽에 일어나
수행을 열심히 하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전각으로
지금은 원통전을 관리하는 스님이 사는 요사체로 활용하고 있는 건물이다
지붕구조가 왼쪽은 맞배지붕이고 오른쪽은 우진각지붕을 가진
특이한 건물이다
그 맞은 편의 장경각은 각종 경전을 보관하는
서고의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첨성각매>는 수령 400년 내외의
세월의 이끼가 곱게 내려앉은 늘씬한 몸매와 자유분방한 형태를
자랑하는 멋쟁이 고매이다
일반적으로, 수령 400년이면 상당한 고매에 속하지만
쟁쟁한 <선암매>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선암사에서는
아직은 '젊은 피' 매화에 속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옛 선인들은 매화를 평가 할 때,
첫 째, 가지에 붙은 꽃이 많지 않고(稀),
둘 째, 나이를 먹어(老),
셋 째, 줄기와 가지는 마르고(瘦)
넷 째, 매화의 꽃봉오리 형상으로 그 등위를 매기는
기준으로 삼았다
선암사 돌담 곁에서 400년을 묵은 <첨성각매>는
고매가 지녀야 할 이러한 품격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늙은 등걸에서 용틀임하듯 기이하게 구부러지고
뒤틀린 가지가 힘차게 뻗어 나와서 점점이 새하얀 꽃을 피워
선암사의 새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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