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건축이야기 ■/현대건축 이야기

건축기행-28 김해 기적의 도서관 - 2 (2020. 07.)

 

 

 

 

 

 

 

김해 기적의 도서관

 

 

지붕처럼 비스듬히 경사진 옥상 위에는 풀과 등나무가 자라고 있다.

시간이 흘러 등나무가 벽을 타고 옥상에 세워진 프레임을 덮으면

아이들은 등나무 그늘 아래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곳은 도서관이자 공원이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한 내부에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공간이 숨어 있다.

 

'4창원의 방' '별 따러 가는 길' '신화의 방' '녹색의 방' '다목적 강당'.

'역사의 방'에는 가야의 정서가 흐르고 지금도 그때 유적이 발굴되는

'김해'라는 장소의 특성이 살아 있다.

 

온 국민 독서운동을 펼쳐온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이사장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대학장)이 경남 김해시와 함께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에서 기적의도서관을 개관했다.

한살배기 아이도 엄마와 함께 와서 책 읽을 수 있게 하자며

20031월 전국에서 시작된 이 어린이 전용 도서관 건립 운동의 11번째 결실이다.

김해 도서관은 1,458(441) 규모에

지상 2층 건물 3개 동으로 만들어졌다.

 

2008년 전북 정읍 도서관 건립 이후 3년 반 만에

시민 후원금과 지자체 예산으로 만든 이번 김해 도서관은

건축가 정기용씨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첫 기적의도서관인 순천 도서관을 시작으로 진해, 서귀포, 제주, 정읍 등

모두 6개의 도서관을 '실비'만 받고 설계한 정씨는 지난 3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김해 도서관은 '감응의 건축가'로 불린 그의 예순여섯 평생 마지막 작품이다.

 

도서관 내부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지, 햇살이 뜨거운지, 캄캄한 밤에 별이 떴는지를

하늘을 향해 곳곳에 뚫린 채광창을 통해 내다볼 수 있다.

베란다처럼 천장이 뚫린 실내 공간에서 자연바람으로 환기를 할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건축,

이를 통해 삶을 재조직할 수 있는 쌍방향의 건축이

정씨가 평생 추구해온 바로 '감응의 건축'이다.

 

그는 '건축계 공익요원'이라 불릴 정도로 돈이나 명성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건축으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잘 알려진 무주 구천동 어르신을 위한 목욕탕과 공설운동장,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와 함께 기적의 도서관 역시 그의 대표작이다.

(글 출처 : 한국일보 이인선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