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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19-59 고흥 소록도 수양매 (2019.04.06.)














059. 소록도 <수양매>




우리나라의 토종 고매화는

현재, 약 200여 그루가 전국 각지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 약 70%전남과 광주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특별히 호남지역의 토종 매화 다섯을 골라

 호남 5()’라고 부른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古佛梅), 선암사의 선암매,

담양 지실마을의 계당매(溪堂梅), 전남대의 대명매(大明梅),

고흥 소록도의 수양매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 중에서 소록도 <수양매>는

국내에서 가장 큰 수양매로서 12개의 가지를 펼친 모습이

 마치 용트림을 하는 것처럼 장관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애석하게도 2009년 경 태풍에 쓰러져서 고사했다

 

소록도 <수양매>는

 일제강점기인 1916년경에 소록도에

한센병자를 수용하는 자혜병원’을 설립하고 

그 환자들의 쉼터인 중앙공원을 조성할 때 같이 식재되었다

 수령은 약 110년 정도로서

순백색의 작고 향기 짙은 꽃을 피우고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휘늘어지는 수형을 띄어서

 <수양매> 혹은 <능수매>로도 불렸는데

2009년 경에 소록도 <수양매>의 천연가념물 지정을 검토 중에

그 해 여름 태풍으로 뿌리가 뽑혀 고사하여

그 안타까움이 더 컸었던 매화이다



비록 고사하였지만

그 원목 줄기는 공원에 남아 있다는

능수매의 대명사, 소록도 <수양매>를 한번 보기 위해서

2019년 매화기행의 마지막 날에 소록도를 처음으로 찾았다

그런데, 한센병자의 한과 눈물이 녹아 있는

중앙공원을 샅샅이 뒤져도 그 <수양매>를 찾을 수 없어서

관리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겨우 그 장소를 찾았는데

고사한 원목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에 그 자리에

같은 수종의 어린 수양매가 자라고 있었다

아직 10년생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수양매의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930년 경 식재한 <수양매>가

2009년 경 고사한 이후, 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이하여

병원 직원들이 기존 <수양매>를 재현하기 위하여

같은 수종의 매화를 심는다"



외로운 섬 소록도는

아픈 역사와 고단한 삶의 상처가 남아 있는 섬이다

그렇지만 그 치유의 섬에서 사랑을 실천한

오스트리아의 천사, 마가렛과 마리안느 두 분의

평생을 바친 헌신과 봉사와

낙도의 열악한 환경에도 사랑의 의술을 펼치며

<수양매>의 복원을 위해 희망의 묘목을 심은 병원 직원들께

 경의를 표한다

그 분들의 사랑과 희생으로 우리 사회는

비로소 문명인, 문화인으로서의 자격과 소양을 갖출 수 있게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그 해 매화기행의 마지막 날에는

항상 아쉽고 서운한 법인데 올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고사한 소록도 <수양매>를 잊지 않고

그 복원을 위해서 애쓰는 병원 사람들의 모습에서

차원 높은 문화 사랑의 힘과 동지애를 느꼈기 때문이다 

전국의 오래된 고매화들이 어느듯 하나 둘 쓰러지고 있지만

보존과 계승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알려지지 않은 애호가들이 있고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희망도 보았다


2019년 올해 매화기행의 마지막은

여러모로 뜻이 깊은 남해의 소록도에서 마무리 한다

 소록도 중앙공원의 어린 수양매가

대단했던 소록도 <수양매>의 전통을 잘 이어서

소록도의 아픈 역사와 애환을 잘 보듬어서

소록도의 사랑과 희망의 상징으로 잘 자랄 수 있기를 기원하며

비가 몰려 오는 소록대교를 넘어 왔다



                              

                                       2019. 04. 06.